<불처벌> 서평 이벤트 당첨자, 이라라님의 글을 공유합니다!

이라라님이 페이스북에 공유한 <불처벌> 서평을 공유합니다!

소중한 글 함께 읽어보아요~

 

올해의 책 땅땅! 혼자 찾아보려면 무진장 힘들었을 방대한 자료를 상냥하게 착착 정리해 성매매 여성을 처벌해온 역사를 짚고 성매매 특별법 시대의 처벌은 누구를 향하는가. 여성을 처벌하면 근절되는가. 현장의 고민을 잘 녹여 왜 성매매 여성을 처벌해서는 안 되는지 아주 친절하게 쓴 책이라고 생각한다. 제일 좋았던 거, 제일 추천하고 싶은 부분 먼저 써보면, 개인적으로 저는 3부가 제일 좋았음. 3부 꼭 읽어봐야 한다.
사실 처음 책을 딱 집고는 현행법상 불법임에도 성매매 산업이 여전히 30-37조원에 육박하는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고 법이 작동하지 않는 현실을 진단하면서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법의 변화를 내놓는 거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법이 있음에도 법이 작동하고 있지 않은데 법을 개정하면 그 법을 작동시킬 수는 있나? 한국은 최근에 영등포 집결지 땅주인 알고 보니 국가 기사로도 나왔듯 국가가 특수 구역을 설치하고 행정명령으로 관리해왔는데 그리고 유나샘은 들어가기에서 성매매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에 따라 성매매 피해 지원체계를 총괄해야 하고 여성단체와 협업을 해온 여성가족부조차도 성매매를 문란한 행위라고 처벌해야 한다고 말하는 후진 인식을 보여줬다고 말했으면서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내놓은 현상을 돌파할 방안이 그럼에도 법을 바꿔야 한다는 거라서 뭔가 슬펐다. 노르딕 대 비범죄화 대결도 생각나며 불처벌은 노르딕과 어떻게 다른가. 불처벌 논의는 사람들을 성매매 이슈에 대해 발 빼게 하고 소진시키는 지금의 지리멸렬한 구도의 타개점이 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왜 법에 대해 말해야 하는가. 왜 불처벌이 시작점이 되어야 하는가. 노혜진 선생님의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면 정말로 성매매가 근절될까’ 장다혜 선생님의 ‘성매매특별법시대의 처벌은 누구를 향하는가’, 백소윤 선생님의 ‘성매매 여성은 왜 ‘성폭력 피해자’가 될 수 없는가’ 읽으면서 짐작해 볼 수 있었다. 법이 이 모양이라 뭘 해볼래도 할 수 없는 현실의 한계가 너무 명백하고 이 심각한 부정의와 피해를 오롯이 여성들이 감당하고 있구나. 125p 수사 과정에서 성매매 여성은 어떤 자리에 서는가는 정말 충격이었다. 현행법상 불법이라 성산업 종사자가 경찰서에 가면 호의적인 대접은 못 받겠구나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을 몰라서. 성산업 종사자라면 무슨 일이든 겪어도 된다, 알고 가지 않았냐 전방위적으로 비난하고 행정사법경제사회문화적으로 단죄하려는 사회에서 싸워볼 여지라도 만들려면 불처벌이 꼭 필요하겠구나 싶어졌다. (사례 발췌하려다가 꼭 직접 사서 읽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생략함.) 이 문장이 너무 슬펐다.
‘성매매라는 동일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피해자와 피의자라는 이중적 지위를 겸하는 성매매 여성은 무엇을 믿고, 무엇을 인정받기 위해 형사 절차에 임하는지 묻고 싶을 때가 있다. 짐작컨대 ‘상식’이다. 범죄 피해자는 수사기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는, 도움을 요청하면 내쳐지진 않으리라는 작은 믿음이다. 하지만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뀐다. ’ -127p
‘윤방법에서 성매매특별법으로서의 이행이 불완전하게 끝난 데는 성매매를 여성의 성과 몸을 거래하는 성산업의 착취 문제가 아니라 성을 거래한 여성 개인의 문제로 바라보는 법의 태도가 자리하고 있’고 ‘성판매 행위를 처벌함으로써 얻는 사회적 이익은 없’고 ‘다만 이를 통해 성판매 여성의 입에 재갈을 물릴뿐이다. ’ 에 너무 동의하고 지금의 완전하지 못한 성매매방지법 꼭 불처벌로 바꿔내야 하는구나 생각하며 그럼에도 남는 고민은. 여성들은 선고결과 만으로 피해를 입는 게 아니라 단속과정, 수사과정 자체에서 인권침해를 겪는데 불처벌은 여성이 겪는 피해를 해결하려는 노력이긴 해도 성산업을 규제하고 축소시키고자 하는 방향에서 나온 방안이고 성매매 자체는 불법이라면, 그렇다면 성산업에 있는 여성들은 피의자로서 단속이 아니더라도 어떤 불려다님 내지 제재를 경험할 수 있잖아요? 그 과정에서 성산업 종사자를 향한 비난, 멸시, 차별을 경험할 수 있다.. 여성을 처벌하면 안 된다는 큰 틀에 동의하면서, 남성 일반의 문화와 그것이 만들어내는 경제 규모에 대한 분석과 비판으로 확장되어야 한다는데 동의하면서, 참여자 개개인이 아니라 이 거대한 산업에 자본에 타격을 주려면 그 방법은 뭐일까. 불처벌 법개정 이후에 경찰에게 가는 지침, 공무원 교육 내용 등에 어떤 내용을 넣어야 할까. 처벌하지 말라를 넘어서 여성들이 겪는 인권침해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어떤 제도적 장치 등을 마련해야 할까. 궁금해졌다. 그리고 이 논의의 과정에 어쨌든 법의 변화를 피부로 느끼게 될 사람으로서 성산업 종사자들이 참여하고 발언할 창구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논의에 성산업 종사자 끼워줄 생각(사실 끼워준다. 이것도 좀 문제죠..) 있는지 궁금해졌다… (왜냐면 보통 현재 사회 진단해보자 토론회 열면 주르륵 남자 앉힌 다음에 여자 한 명 부르듯이 구색맞추기 당사자 티오가 있을 법한데 그조차도 없어서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배제와 함께 읽히면서 착잡해졌기 때문.)
이 궁금증은 3부를 읽으면서 좀 해소됐다. 2013년에 이룸 회원가입해서 지금 2022년이니까 거의 10년 가까이 되는 기간 동안 이룸 참 좋아하고 믿고 지지하는 이유는 3부와 같은 글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단체여서 인 것 같다. 읽으면서 새삼 이룸은 현장에서 사람들과 어떻게 만나고 들어야 하는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공부한 단체라고 느끼게 됐고 3부는 그 고민의 정수, 결과물 같다고 생각했다. 3부가 정말 좋았음. 사람들한테 널리 전달되도록 좋은 부분을 발췌하고 싶지만 그러려면 스캔떠야 하니까..
3부 전체 읽으면서 인상적이고 눈이 뜨였지만 그래도 굳이 꼽아보면 최별 251p ‘자발/비자발 이분법을 넘어서자는 주장은 거듭 등장하는 반면, 이것이 모두를 ‘비자발적 성매매여성’으로 만드는 전략에 그치는 것은 아닌지 물을 필요가 있다.’ ‘젠더화된 경제가 판매라는 행위성에 미치는 역동을 간과한 채, ‘강간’이 상징하는 섹슈얼한 폭력만 남겨서는 곤란하다’ 264p ‘노동자 또는 강간의 피해자라는 이분법적인 구도에 정박하지 않고 어떤 행위성이 가능할지 논의를 확장해야 한다’고 하면서 민가영 266p ‘착취와 협력은 대립하는가, 협력하면 착취가 아니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 로 넘어가는 부분인데 너무 너무.. 너무.. 좋았다. 285p ‘협력이 착취의 일부로 작동한다’는 것을 설명하며 ‘피해자의 협력이 없었음을 입증하라고 요구하는 대신, 피해자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마지못해 협력했음을 입증하라고 요구하는 대신 권력관계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힐 때 자발과 강제의 이분법을 넘어 작동하는 권력의 모습이 드러날 수 있다’고~ 착취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깨고 무엇을 어떻게 봐야하는지 인사이트를 주는.. 머리가 새도록 연구했을텐데 이 결과물을 이걸 이렇게 읽기만 해도 되나..
287p 부터 시작하는 유현미 ‘성매매 여성을 동시대 시민으로 사유하기 위하여’ 도 페이지 전체를 형광펜으로 치면서 읽어야 할 정도로 좋았다. 296p ‘나는 오히려 여기에서 어떻게든 유흥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국가가 징수해보겠다는 의도를 읽는다. 여성의 존재를 가려주면서 정말로 가려온 것은 국가가 분류코드를 부여하고 예외조항을 두면서까지 유흥업을 통해 세원을 충당해왔고 또 충당할 것이라는 사실이자 의지 아닐까? 여성을 ‘가려진 존재’라는 예외상태 속에 계속 머무르게 하는 것은 결국 누구의 이익을 보호할까’
‘성적 유도체화’, ‘성역할 번짐론’ 알게 된 것도 좋고.. 이 부분은 복사해서 대자보로 붙이고 싶다.
p312 ‘한국 성산업의 비대함은 비대한 자영업(자) 비율 그리고 그들의 자기착취와 맞닿아 있다. 한국은 자영업자 비율이 약 25%를 상회하는 나라로, 경제 규모나 발전의 기준으로 많이 사용하는 OECD 지표상, 자영업 비율이 가입국 35개국 중 6번째로 높은 나라다. 한국사회에는 ‘가장 많이 남는 장사는 술장사이고, 술에는 여자가 따라붙는다’라는 인식 혹은 구조가 단단히 자리 잡고 있다. 술장사와 더불어 ‘여자 장사’는 미용업, 임대업, 대부업, 성형업, 요식업, 숙박업 등이 함께 움직일 수 있는, 그야말로 ‘돈 되는 장사’다 가출팸의 남성 청소년들이 ‘폰팔이(휴대폰 판매자를 비하하는 용어)’와 ‘조건 만남 주선’을 오가며 돈을 버는 것처럼, 누군가는 여자 장사를 열심히 할수록 살아갈 수 있고 돈을 버는 구조가 있다. 나는 성매매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던져온 ‘여성들이 어떻게 다르게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여성의 몸과, 성, 노동으로 먹고 살아온 주변인이 어떻게 다르게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과 붙어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노르딕 모델은 이 문제를 세심하게 다루지 못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벤트 참여하고 싶어서 책 빨리 후루룩 읽긴 했지만 내용이 정말 넓고 깊어서 하루 읽고 끝낼 건 아닌 것 같고 사람들과 같이 한 두 달 정도 시간내서 같이 읽고 싶은데 책스터디 모집하는 팀이 있다면 조용히 손 들어봅니다.
ㅠㅠ 아무튼 불처벌 읽으세요 #불처벌 #이룸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