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푹 찌는 8월 밤에도 어김없이 이태원에 갔습니다. 금요일 밤이라서 그런지 사람이 정말 많았어요. 특히 젊은이들이 많아서 이태원이 이전과 같은 열기를 되찾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안전한 축제의 공간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이번엔 메이크업 브러시와 파우치 세트를 들고 언니들에게 찾아갔어요. 언니들이 다른 물품보다 이걸 더 좋아하시는 것 같더군요. 어떻게 하면 센스 있는 선물을 줄 수 있을지 눈썰미를 키우고 싶은데 쉽지 않네요. 지난달 괄사를 선택했던 아웃리치 물품 담당자의 푸념입니다. 그럴려면 언니들과 대화를 많이 해야 하는데 앞에 서면 여전히 쭈뼛거리는 것 같아요. 다음달이 되면 낯을 덜 가리게 될까요? 그래도 3달쯤 되니 저를 알아보시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번 별별신문에는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를 둘러싼 여러 해프닝과, 새롭게 지명된 여가부 장관에게 바라는 말들을 담았어요. 반동성애 교회와의 친분으로 논란을 빚었던 과거 후보와는 다르고, ‘성평등’을 처음부터 전면에 내세웠지만 장관 자리가 항상 변화를 보장하진 않지요. 우리는 성매매 여성이 처벌 받지 않고, 비동의 강간죄와 차별금지법이 제정되고, 임신중지 접근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간절하게 원한다고 적었습니다. 단속으로 몸고생 마음고생하시는 언니들을 수없이 봐왔던 이루머들에게 불처벌은 무엇보다 절박한 목표이기도 합니다. 20년이 넘은 지금 더 이상 미뤄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매달 찾아오는 이태원 현장 프로그램 홍보도 했는데요, 8월의 이태원 프로그램은 향수를 만드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모 언니께서 한집건너 다 방송한다며 영상 제작을 프로그램 주제로 하는 건 어떠냐고 제안하시더군요. 안 그래도 아웃리치 갈때마다 언니들의 방송 시청자분들에게도 인사하는데, 솔깃한 제안이라 담당자에게 꼭 전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선물도 프로그램도 언니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하며 이번달 후기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