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_소윤

6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_ 소윤

 

 

 

거의 6개월 만에 이태원역에서 이루머들을 만났습니다. 

아웃리치 자원활동가들이 모여있는 단체 대화방에는 매달 아웃리치 참여자를 모으는 공지가 올라옵니다. 

지난 12월즈음부터 개인 사정으로 공지 때 마다 손을 들어 못해 아쉬운 시간이었는데, 

이번 아웃리치 공지를 보고서는 마음 속으로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이번 달 아웃리치를 시작으로 느슨해진 마음에 산뜻한 긴장감을 불어 넣어보려고요.

 

6개월 사이 이태원 뒷골목은 많이 변해있었는데요. 

폐허같이 텅비어 있던 공사 터 담장 너머에 벌써 주상복합단지 건물이 4층 정도는(언니들 말로는 7층짜리라고 했던가요) 올라간 곳이 있었어요. 

아직 도색을 하지 않았지만 시멘트 외관이 날카롭게 올라간 아파트, 세련된(모던한) 인테리어의 새 클럽들도 잘 보 이더군요.  

새 건물이 오래된 건물들(언니들이 일 해오고 오늘도 일하시는 곳이나 오늘도 출근 길에 문 닫고 퇴근 길에 문 열고 들어갈 집들 뭐 기타 등등)과 마주하는 골목을 걸으며 앞으로의 이태원은 얼마나 더 변할까 궁금해졌습니다. 

하루하루는 시간이 더디게 가는 것 같은데도, 도시의 지형은 소리없이 빠르게 변하는 것 같은 것은 기분 탓인가요.

 

이번 아웃리치는 목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9시반 정도 시작했는데도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곳도 꽤 있었어요. 그래도 문 앞에 준비한 소식지와 아웃리치 물품을 살짝 기대놓고 왔습니다.   

 

변하지 않은 것도 물론 있었죠. 문을 두드리는 이루머들, 문을 열어 반겨주는 분들. 

날이 덥고 후덥지근 해서 비가 올랑말랑 하는 게 신경쓰이셨는지 우산을 3개나 빌려준 언니도 계셨고, 콜라에 각얼음까지 동동 띄워 챙겨주신 언니도 계셨어요(오랜만에 먹은 콜라 한 잔에, 기분이가 좋아지더라고요!). 분주한 시간에 냉장고에서 쟁여둔 초콜릿을 꺼내주시기도 하고, 간식으로 대량구입한 인디안밥(역시 오랜만!)을 손에 쥐어 주시기도 하고. 준비한 아웃리치 용품을 다 나누고도 다시 가방이 차는 것 같은 것은 기분 탓인가요. 

 

경기가 안 좋아 언덕까지 사람들이 많이 찾아 오지 않는다는 서운한 마음이 담긴 이야기를 들었어요. 대로변 번화가는 시끌벅적 하지만 맞은 편 언덕은 또 분위기가 다르긴 하더라고요. 지난 해에는 일요일 빼고 매일 출근해 문을 열었고 다른 가게 보다 한 시간 더 연장 영업을 했지만 올해를 버틸 수 있으려나 싶다는 걱정 섞인 혼잣말이 그냥 흘려지진 않더라구요.   

 

더위에 모기에 장마에 조심해야 할 것들 투성이인 여름용 안부를 주고 받으며 헤어졌습니다. 

문을 두드렸지만 미처 못 뵌 분들이 많은 날이었어요. 다음 달 공지를 노려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