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_ 이산

밤 10시, 이태원역에서 리스테린 한 통과 별별신문 한 장이 한 세트씩 포장되어 들어있는 물품 가방과 함께 아웃리치를 시작했다. 혜진과 함께 큰 길 쪽 젠더바를 주로 다녔는데, 평소보다 출근한 언니들이 적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룸이 이태원에 오기 시작할 때부터 아웃리치를 다닌 혜진과 함께다보니 언니들의 반가움이 더욱 커서, 머쓱하면서도 기분 좋게 덩달아 환영 받는 행운을 누렸다. 오래 만난 언니들과의 대화에서는 가게의 크고 작은 사건들, 탄핵 집회, 이룸 활동가의 입퇴사도 화제로 등장했다. 가게에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하던 언니는 물품을 건네 받자마자 이룸을 홍보해주셨다. 혜진도 잠시 화면에 얼굴을 비추고 인사를 나눴다. 카메라 너머에서 보내는 댓글이 언니의 표정과 목소리에 실려 경쾌하게 홀 안으로 흘러들었다.

이 날의 미션은 물품 전달과 함께 다음 주에 진행할 퍼스널 컬러 진단에 언니들을 초대하는 일이었다. 말씀드리면 흥미를 보이는 언니도 있고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언니도 있었다. 설명이 필요할 땐 혜진이 나에게 어울리는 옷이나 화장품의 색을 찾아주는 거라고 말씀드렸다. 스스로의 미적 감각을 믿지 못하는 나에게는 귀가 솔깃해지는 말이었다.

마지막으로 들른 가게에서 한 언니가 음료수를 쥐어주며 혹시 화장실을 쓰고 싶은지 물어봐 주었다. 바로 지하철 역으로 갈 거라 사양했지만, 방문한 이루머들에게 필요한 것을 헤아려준 마음이 기억에 남는다. 아웃리치를 마친 후 얼마나 더 많은 언니들이 출근을 했을까. 퍼스널 컬러 진단에 관심을 보인 언니들은 과연 오셔서 마음에 드는 컬러를 찾아가셨을까. 일하다 다치셨다는 언니는 다 나아서 출근을 시작했을까. 집에 온 뒤에도 유난히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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