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이태원 윗동네 아웃리치 후기
나나
올해 이루머들은 아웃리치 방식에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태원 후커힐은 윗동네와 아랫동네로 나뉘는데, 윗동네와 아랫동네는 분위기와 운영 형태가 조금 다릅니다. 윗동네는 1인 영업 위주의 오래된 반잔바와 젠더바가 있고요. 아랫동네는 대형업소 중심의 젠더바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오픈 시간과 휴무일, 영업 방식도 서로 다르기에 이를 반영하여 두 팀으로 나눠서 서로 다른 요일에 가기로 했답니다.
이번 달부터 본격적으로 팀을 쪼개서 활동하게 되었는데요. 이루머들과 자원활동가들의 인원이 확 줄다보니 아웃리치 시작 전에 왠지 허전한 마음이 들기도 했어요. ㅠㅜ
저는 아웃리치 활동에서 힘을 받습니다. 언니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안부를 나누는 순간이 반갑고, 짧은 유머를 주고 받는 순간, 안위로운 삶을 보냈으면 하는 서로의 마음이 전해지기 때문입니다. 2월 아웃리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에는 아웃리치 활동 인원이 줄어들어서 조금 가라앉은 마음으로 아웃리치에 임했으나, 나중에는 언니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에너지가 차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몇 달 혹은 몇 년 동안 이태원을 떠났었으나, “용돈이라도 벌어보자”며 다시 이태원으로 돌아온 오랜만에 뵙는 언니들, 방문상담 갔을 때 짧게 봤던 활동가의 얼굴을 기억하고 “우리 동네 찾아온 애 아니냐”라며 먼저 말 걸어주던 언니의 모습이 아직도 인상깊게 남아있습니다.
짧다면 짧은 시간, 한 달 만에 방문하는 이태원임에도 불구하고, 고작 그 한 달 사이에 이태원은 시시각각 모습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아웃리치 때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드나들었던 업소가 폐업하고, 이제 막 공사가 끝난 건물들이 들어서며 ‘new 세입자’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불경기가 이어지고, 이제는 예전 활황이었던 이태원 후커힐이 아니게 된 거리에서, 이태원 업소와 종사하는 여성 분들은 더 이상 유흥 일이 아닌 다른 자구책을 찾거나, 권리금을 받을 때까지 혹은 거리가 완전히 바뀌고 업소가 문을 닫을 때까지 영업을 이어나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도시 재개발과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이태원 후커힐의 업소들이 문을 닫으면 여기에 남아있는 언니들은 또 어디로 가게 될까요. 재개발로 인해 삶터에서 밀려 이사를 앞두고 있고, 이제는 일터에서도 곧 떠날 시기만 기다리고 있는 언니들, 그저 열심히 일을 하며 이태원 공간에서 삶을 일구고 젊은 나날을 보낸 언니들에게는 아픈 몸이 남아있고, ‘이제 뭘 해먹고 살아야 하나’. ‘어디로 이사가야 하나’라는 걱정거리가 남아있습니다. 젊은 시절 ‘왜 그렇게 살았나’라며 스스로를 탓하는 자조는 언제나 따라붙습니다.
이 나라는 ‘금싸라기 땅’, ‘재개발’, ‘효율’, ‘재정비’ 등 그럴듯해 보이는 말로 이곳에서 삶을 일구었던 존재들을 밀려나게 만들고 있어요. 여성의 몸과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팔리는 것’으로 배치한 국가와 자본, 이제는 ‘쓸모’가 없어졌기에 밀려나는 존재들의 삶. 이에 대비되는 거대해져마나 가는 자본, 이 모순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왜 책임있는 자들은 책임을 지지 않고, 이 공간에서 삶을 일궜던 존재들에게 너무나도 쉽게 밀어버릴까요. 간명하기 어려운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아웃리치가 끝나는 밤이면 좀처럼 쉽게 잠이 오지 않습니다.
언니들의 걱정거리가 덜 해지길, 더 이상 언니들이 자기 탓을 하지 않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