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_이산

2026년 1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_이산

이사용 박스에 담긴 담요들을 보며 한해가 지났다는 걸 실감했다. 담요는 부피가 커서 평소처럼 가방에 담아 들고 다니지 않고 카트를 끌며 아웃리치를 한다. 제법 조용한 오르막길을 오를 때면 덜그럭거리는 카트 바퀴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지하철 역에서 가까운 큰 골목들은 번쩍이는 불빛과 소음에 바퀴 소리도 묻히지만, 밤거리를 즐기는 가벼운 옷차림의 사람들 속에서는 소리가 없어도 눈에 띄는 느낌을 받는다. 한두 시간 사이에 이 눈에 띔은 즐겁다가 민망하다가 설레다가 어느새 무심하게 잊혀지기도 한다. 날이 추운데도 이태원 거리에 제법 사람이 있었고, 한편으로는 문을 열지 않은 업소가 평소보다 많았다. 문을 열지 않은 업소 앞에서도 쉬이 발걸음을 돌리지 못하고 잠시 서성거린다. 이루머들은 지난 달 아웃리치에서도 이 곳이 닫혀있었는지 떠올린다. 닫힌 업소의 언니가 오늘 드리는 물품을 좋아하실 것 같다면 아쉬운 마음이 더 커진다.

오늘은 이루머들이 그동안 아웃리치를 하며 나눠드렸던 여러 종류의 물품들을 챙겨온 덕에, 언니들이 물품을 고를 때 덩달아 기대해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오늘의 주인공인 담요 다음으로는 화장용 브러쉬 세트가 인기가 높았고, 불량언니작업장 핸드밤은 예전에 가져왔던 걸 기억하고 찾는 언니가 있었다. 처음 아웃리치에 참여할 때는 소소한 물품들이 언니들과의 연결고리가 되어준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물품에 만남이 실려있다고 느끼기 보다는, 물품이 건너갈 수 있는 길을 틔워 두는 만남들을 상상하게 된다. 아웃리치 날의 날씨와 이태원의 분위기, 별별신문에 실린 이루머들의 글, 지원 현장과 프로그램 장소에서 오갔을 안부들, 이룸과 언니들의 SNS와 유튜브 게시물, 길고 짧은 대화와 스치고 머무르는 관심들이 엮어낸 길. 이 길에서 더 많은 경험이 자리를 잡고 울타리가 되는 말들이 솟아나길. 다음달 아웃리치 날엔 추위가 한결 가라앉아 손이 덜 시렵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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