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2. 18. 청량리반상회 연말모임

청량리반상회 연말모임이 있었습니다. 지난 달에 있었던 불량언니 작업장 구독자 한마당에 전시됐던 시와 참여자들이 정성스럽게 적어주신 코멘트, 항상 이룸을 잊지 않고 챙겨주는 ‘모두의 부엌’에서 보내준 맛있는 비건 초코 케익과, 정박은자 선생님이 보내주신 언니들 취향저격의 간식들과 함께 했습니다. 덕분에 풍성한 마무리 할 수 있었어요.

[각자가 쓴 시와 구독자들이 써준 응원의 메모를 보며]

이호: 아이, 내가 이렇게 머리 좋게 썼었어? 

갱상도: 아픔만 남았어. 내 시가 아픔만 남아. 자식을 위한 거니까 남은 건 아픔밖에 없어.

멍퉁이: 뭐라고 말해야 될까 쑥쓰럽기도 하고, 그렇더라구. 근데 우리가 이렇게 모이고 하는 거는, 시도 쓰고 하는 건 좋은데, 뭐랄까, 내가 이걸 썼어도 감정을 모르겠어. 다시 읽어봤는데, 감정을 모르겠다니까. (언니 구독자 한마당 때 부침개 많이 부치느라 힘들지 않았어요?) 부침개는 늘 해먹는 거니까, 그런 건 어렵지 않아. 부침개는 따뜻할 때 먹어야 돼.

공주: 나는 어렸을 때부터 좋아한 거 구독자, 선생님들한테 얘기를 하니까 마음이 뿌듯하고, 기분이 좋드라구요. 속에서 허한 마음이 있는 게 풀어지는 것 같더라고.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살아왔는데 알려주니까.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기분이 좋지요. 구독자가 써준 이야기를 보면요. 이렇게 살아온 걸 알아주고 하니까 고맙고, 마음이 좋았어요. 어렸을 때부터 살아온 것 시를 쓰고 이야기 했잖아요, 속으로 안고 있으면 안 되잖아요. 선생님들이랑 하다보니까 옛날 얘기, 살아온 얘기, 이런 얘기를 누구한테 얘기 못했잖아요. 나는 왜 이렇게 고아가 됐지, 시 선생이랑 공부도 하고 쓰고 얘기하니까 기분 좋았어요.

이호: 처음에 시를 하자고 할 때는, 아휴 내가 무슨 시를 해~ 너무 어려웠는데 작년에도 도와주고, 이렇게 하니까 되든지 안 되든지 좋았고, 올해도 하니까 한 번 하니까 그렇게 부담은 안 갔는데, 그것도 경험이라고. 그랬는데, 또 닥치니까 야~ 이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엄마 글을 썼는데(시 <엄마 어디 갔어요>) 엄마랑 연결되니까 슬프더라고. 이거 완성될 때까지는 잠을 설쳤어. 생각도 나고 이걸 해야 하나 생각도 하고 했는데, 다듬으니까 챙피도 하고, 내 흠이니까. 모르겠다 남도 아니니까 싶어서 했고, 있다, 있다 하니까 내가 부자같기도 하고(시 <집에 가면>), 있는게 많아서 히힛. 자랑스러워. 이렇게 해놓으니까. 여기 글처럼 한 번 놀러오면 좋겠어(여기가 이호의 집이에요/ 구경한번 와보세요 이호의 집으로/ 내가 궁금하시다면), 우리 다락방 구경도 좀 하고. 이건 내가 봐도 신기하고 새로워. 내가 이걸 했나 싶기도 하고, 내가 이렇게 잘 쓴단 말이야 싶기도 하고(시 <병원과 약국>). 순간순간 기억해보니까, 맛 간 사람 글씨야. 그래서 내가 한 건 맞아. 시작부터 끝까지 아픈 얘기를 해서, 시작부터 끝까지 아픈 얘기로 끝났어. 내가 한 거, 배운 거, 남은 거  여기 다 있는 것 같아. 좋아요.


[우리 반상회 지난 1년간 어떠셨는지]
이호: 나름대로 열심히 했고요. 하는 것마다 칭찬해줘서 좋았어. 좋고, 우리는 나가는 거 신났어. 데모를 가든, 뭘 가든 가는 걸 좋아했어. 집에서 안 하던 걸 하니까, 이렇게 모여서 즐겁고, 누구누구 기억하고 함께 하는 게 나름대로 시간이 갈 수록 행복할 것 같고, 더 나이들면 이것도 그립고, 세월도 그립고, 여기 못 앉아있으면 그때는 어떡하나 생각도 하고, 오늘 같은 날도 있어서 좋고, 내년에 되면 뭐가 다를지 몰라도 이렇게 꾸준히 갔으면 좋겠어요.

공주: 사람들 많이 구경도 했고, 선생님도 고생 많이 많이 했더라고요. 여러 사람도 보고, 젊은 사람들 많이 보고, 우리는 가서 저기만 했지. 선생님들 가서 하려면 이것 신경쓸라, 저것 신경쓸라, 하여튼 사람 많이 봐서 머리가 시원하더라고요. 멋있는 사람도 많고. 연예인도 보고. 홍진영(*퀴어문화축제에서의 홍석천 님을 뜻함). 비누랑 핸드밤 만드는 거 재밌었지. 나가는 거 나도 체질이 맞더라고, 전단지 돌리고 그런 거. 내가 사람들 많아서 활동하는 걸 좋아해. 몸을 움직여줘야 한다고.  (멍퉁이: 얘랑 나는 완전 반대야(웃음)  힘은 들어도 재밌잖아요. 모든 걸 많이 배웠어요. 나는 체질이 활동하는 걸 좋아한다고. 그래야 머릿속부터 발끝까지 맑아져.

멍퉁이: 다른 사람들 다 나가도 나는 나가본 적 없어요. 그래가꼬 나간다고 하다가 못 나갔고. 밖에 안 나가보니까 모르잖아, 돌아가는 걸 모르는 거야. 궁금하기도 하고, 답답하더라고. 언제 한 번 가볼테니까. 시쓰고 놀러가고 비누 만들고 다 좋았죠. 우리가 이게 아니면 갈 데가 없잖아. 시간 잘 보내고. 얼굴 한 번씩 보고. 그러니까 요즘은, 다른 곳은 괜찮은데 엉치가 아파. 병원에서 그랬어 협심증 있다고. 그래서 그런가봐, 여기가 그렇게 아픈 거야. 그런 데 갔다오면 바로 누워버린다니까. 이제는 손이 말이 안 들으려고 그런다, 즉각적으로 잘 안 돼. (갱상도: 올해 몇이고?) 76, 이제 77 되네. (공주: 어우 이제 진짜 많이 먹었다, 그래도 건강한 체질이야)

갱상도: 나는 느그(이룸 활동가들) 봐서 좋아, 여기 와서 좋아. 물건은 만들라고 하면 만들고, 생각이 없어. 생각 자체를 하기가 싫어. 근데 나가는 건 힘이 부치드라고. 머리통이 올찮으니까 나가는 게 힘에 부쳐. 나는 느그보는 게 제일 좋았어, 쉬고, 물건 팔고, 지랄이고간에 느그 보러 오는 게 제일 좋았어. 늦게까지 할때면 드럽게도 오래 시키네 툴툴 거리면서도 할 건 다 해. 얼레벌레 한 해가 다 지나갔고 내년에는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닥치는대로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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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짐한 간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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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병원과 약국, 이호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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