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시대한탄③] 차별과 불평등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성매매집결지 폐쇄는 인권도 발전도 아니다 – 용주골 성매매집결지 폐쇄 대응 활동가들에 대한 공무집행방해 고소 및 실형 선고를 규탄하며

[2025 시대한탄 3]

차별과 불평등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성매매집결지 폐쇄는 인권도 발전도 아니다
– 용주골 성매매집결지 폐쇄 대응 활동가들에 대한 공무집행방해 고소 및 실형 선고를 규탄하며

1. 집결지 폐쇄에 대책마련 요구하는 성판매여성을 공무집행방해로 고소하는 파주시 

파주시는 2023년부터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추진하고 있다. 용주골여종사자협의회 자작나무회와 성노동자해방행동주홍빛연대차차를 비롯한 용주골성노동자와연대하는시민모임은 이에 저항하며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2024년 4월에는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 철거반대 및 자립지원 요구를 위해 담당 공무원에게 면담을 요청하였으나 파주시청은 활동가들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소하였다. 검찰의 기소로 재판이 이루어졌고, 2025년 10월 15일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은 기소된 활동가 2인 중 1인에게 징역 4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다. 

파주시는 시장의 인터뷰 및 성매매집결지 폐쇄 추진을 위한 각종 캠페인과 행정조치에 대한 보도를 통해 지금의 성매매집결지 폐쇄 추진이 “여성인권 회복과 건강한 파주시 조성”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파주시장은 보도를 통해 “성매매 집결지 폐쇄는 여성 인권 회복을 이루기 위한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현안”이며1 “인권을 지키는 일”이자 “파주시의 미래를 위한 과업”2이라고 말한다. 폐쇄를 추진하는 성매매집결지에는 이곳을 일터이자 삶터로 삼아 살아온 여성들이 존재한다. 집결지가 없어진 후 이들의 삶의 대책을 요구하는 당사자와 활동가를 고소하는 파주시를 보며, 파주시장이 말하는 여성인권은 무엇이며, 이루고자 하는 성평등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묻지 않을수 없어진다. 

2. ‘여성인권’과 ‘성평등’을 위한 성매매산업 개입은 어떠해야 하는가?

성매매는 대부분 여성이 성을 판매하고 남성이 성을 구매한다는 뚜렷한 성별성을 보면 알 수 있듯, 젠더권력관계의 문제, 여성의 성을 종속하는 것이 남성의 즐거움이 되는 부정의한 남성성의 문제이다. 성구매를 하는 것, 즉 여성의 성을 종속한 경험이 ‘남성다운’ 것으로 여겨지고, 이러한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남성다움’을 쌓는 과정으로 작동하고 있다. 성매매 집결지는 이러한 젠더권력관계와, 이를 활용해 부를 쌓고자 한 운영주체와, 이를 활용해 이익을 취해온 제도가 만나 형성된 공간이다. 한국 정부는 법적으로는 성매매를 금지했지만 동시에 기지촌 및 성매매집결지를 ‘특정지역’으로 선정해 성매매를 묵인하며 성병검진 등을 통해 관리해왔다. 미군 대상 기지촌으로 형성된 파주 용주골 성매매집결지 또한 그러했다. 

‘여성인권’과 ‘성평등’을 위해서는 이러한 성매매집결지에 대한 개입이 필요하다. 그 개입은 성매매산업의 원인에 대한 개입이어야 한다. 성매매산업의 원인인 젠더권력관계를 해체하는 것, 성판매가 매력적인 선택지로 존재하는 현실을 바꿔내는 것, 이윤을 착복해온 운영자들의 책임을 묻는 것, 이를 묵인하고 활용해온 정부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어야 한다. 성매매산업을 작동시키는 주요한 기반 중 하나는 ‘자원없는 여성들에게 성매매가 매력적인 선택지로 존재하는 사회’이다. 성매매 외의 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부족할 때, 그 이상의 임금을 얻기 위해 필요한 ‘능력’이나 ‘자격’을 갖추기 어려운 여건일 때, 여성들에게 성매매는 매력적인 선택지로서 존재한다. 따라서 성매매산업에 개입에 필수적인 것은 모두에게 충분한 자원이 주어지지 않는 사회에 대한 개입이다. 

그렇기에 성매매집결지를 일터이자 삶터로 살아온 종사여성들의 “성매매 집결지가 폐쇄된 이후 삶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라”는 요구에 대해, 공무집행방해 고소로 답변한 파주시의 행보는 성평등, 여성인권과는 거리가 멀다. 이를 위해서는, 성매매 집결지 폐쇄가 동시에 종사 여성들의 일터와 삶터의 폐쇄이기도 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성매매산업이 자원없는 여성들의 생계로써 작동하고 있음에 대해 직시하며, 현장 성판매여성들의 목소리를 듣고 협의하며 집결지 폐쇄 이후의 삶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3. 탈성매매를 전제로 하는 자활지원제도는 삶에 대한 대책으로 충분하지 않다

집결지 폐쇄 이후 성판매여성들의 삶에 대한 대책으로 마련되어있는 제도로는 성매매피해자지원 조례를 통한 지원이 있다. 파주시는 조례를 통해 생활비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파주시의 지원기간은 다른 지자체에 비해 긴 것이기도 하다. 성매매집결지 폐쇄 이후 다른 일을 찾고자 하는 종사 여성들에게 생활비를 비롯한 지원이 이루어지는 것은 필수적이다. 다른 지자체에서는 집결지를 폐쇄할 때 이 자활지원 조례조차 제정되지 않거나, 조례는 있으나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실제 지원이 불가능하기도 하다. 이에 파주시는 다른 지자체보다는 조치를 취했음을 근거로 종사 여성들의 집결지 폐쇄 이후의 삶의 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하였다고 말하고 있다.3

그러나 현존하는 지원체계는 집결지여성들의 집결지 폐쇄 이후의 삶에 대한 대책으로서 충분하지 못하다. 자활지원 조례는 ‘성판매여성의 탈성매매’를 조건으로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다. 현 사회에 만연한 성적인(sexual) 여성에 대한 혐오는 성판매여성을 향한 사회적이고 법적인 처벌로 이어지고 있다. 성판매를 선택했다면 ‘비정상적’인, ‘건강하지 않은’, ‘사회 문제적인’ 사람이라는 편견은 이러한 성적인(sexual) 여성에 대한 혐오와 궤를 함께한다. 지원제도는 성매매여성들이 ‘정상적’인 사회구성원으로서의 복귀하게끔 한다는 원리를 채택함으로써, 결국 성매매산업의 원인을 성매매여성 개인에게 돌리는 사회적 편견, 성적인(sexual) 여성에 대한 혐오의 반복으로 작동한다. 

성매매여성 지원 제도의 의미는, 사회구조적인 성차별과 불평등의 결과값인 성매매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여야 한다. 그러나 탈성매매를 한다면 생활비를 지원하겠다는 작동원리는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라는 제도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필요한 것은,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서 ‘복귀’할 의사를 보인다면 그 준비기간 동안 ‘최저선’의 생활만은 지원해주겠다는 태도가 아니다. 성을 판매하는 여성들의 삶에 중첩되어 있는 사회적 차별과 불평등에 대해 성찰하고 그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태도이다. 

이를 위해 제도가 주목해야 할 것은 성매매산업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이다. 왜 여성을 성적으로 종속하고 희롱하는 것이 많은 남성들의 ‘즐거움’으로 작동하고 있는가, 왜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들과 사업체들이 ‘이윤’을 위해 부정의한 성별성을 활용하는가, 왜 여성의 임금은 남성의 임금의 67.5%4밖에 되지 않는가, 왜 누군가에겐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성판매 외에 선택지가 주어지지 않는가, 현 사회에서 충분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어떤 여건을 갖춰야만 하고 그 여건은 어떤 사람들만이 획득할 수 있는가하는 질문들 말이다. 이에 대한 주목없이 성판매여성의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복귀를 위해 기능하겠다는 제도는 사회적 안전망으로서, 구조적 차별과 불평등에 대한 사회적 책임으로서 기능하기 어렵다. 누군가를 ‘건강하지 않은’ 사회구성원으로 취급하는 논리, ‘음란한’  여성이라는 이유로 처벌하는 성차별적 사회 원리의 반복은 결국 ‘건강하지 않은 사회’, ‘성매매 권하는 사회’를 유지시키는 데에 일조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종사 여성들의 집결지 폐쇄 이후의 삶의 대책에 대한 적극적 조치, 성매매집결지를 비롯한 성매매산업을 작동시키는 구조적 성차별과 불평등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태도를 위해서는, 집결지 성매매여성 생활비 지원을 비롯, 탈성매매를 전제로 하고 있는 성매매여성 지원체계의 시정이 필요하다. 

4. 여성이 행복한 길

파주시는 시민들과 성매매집결지를 함께 걷는 캠페인을 ‘여성이 행복한 길 걷기’라는 이름으로 3년째 진행중이다. 집결지 종사자들이 캠페인의 타자화된 시선, 그 공간에 생활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 없는 태도에 문제제기하며 반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는 지속되고 있다. 또한 파주시는 집결지 내 공간을 매입하여 ‘성평등 파주’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다. ‘성평등파주’ 공간은 ‘민.관.경이 함께하는 합동순찰거점시설이자 2층에는 반성매매 교육시설을 운영하고 있다.5 성매매현장단체들과 페미니스트들의 지난한 성매매여성 불처벌 요구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상 성매매여성은 형사처벌의 대상이다. ‘순찰’과 ‘단속’은 성매매산업을 가능하게 하는 원인을 타격하는 적절한 개입책이 될 수 없고,6 성매매여성 형사처벌이 존재하는 이상 결국 성매매여성 처벌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여성인권’을 위한 것이 되기 어렵다. ‘반성매매’는 지금 눈에 보이는 성매매집결지를 없앰으로서 ‘지역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성매매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에 대해 반대하며 개입하는 것이어야 한다. ‘여성이 행복한 길’은 성매매 집결지 종사 여성을 비롯한 성을 판매하는 여성들의 삶에 중첩되어 있는 사회적 차별과 불평등에 주목하며, 제도의 시정과 대책마련 등 이에 대한 관의 책임을 다할 때에 열릴 수 있을 것이다.

5. 성매매집결지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차별과 불평등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는, 이윤을 좇는 도시발전은 인권과 평등의 부재이며, 발전도 미래도 아니다. 

파주시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용주골 성매매집결지는 “도시발전의 발목을 잡는 지속적인 요인”이라며 “이런 이미지를 안고 성장할 수 있겠습니까. 아이를 그곳에서 키우고 싶겠습니까. 기업이 오겠습니까. … 도시 한복판에 과거의 상징이 남아 있는 건 결국 미래를 가로막는 일입니다.”라고 말한다.7 인터뷰 내용을 보면 결국 파주시장이 원하는 ‘발전’된 도시는 많은 기업이 들어와 이윤을 창출해내고, 번듯한 공간에 ‘정상적’이라고 승인받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도시인 것으로 보인다. 건설자본과 기업들이 많은 이윤을 가져가고, ‘정상성’을 승인받은, 충분한 자원과 여건을 획득해낸 사람들만이 위치할 수 있는 도시가 파주시가 말하는 ‘발전’인 것이다. 결국 파주시가 집결지 폐쇄를 통해 얻고자하는 것은 선별적 자원분배와 자본주의적 이익이다. 이러한 ‘발전’은 여성인권과도 성평등과도 거리가 멀다. 부정의한 남성성의 편에서 이윤을 좇으며 구성해온 성매매집결지에 대한 반성과 책임없이, 또다시 자본의 이윤을 좇아 존재 가능한 사람들을 가르는 도시발전은 인권과 평등의 부재이며, 발전도 미래도 아니다. 

‘여성인권이 회복된 건강한 파주시’란 여성을 성적으로 착취하고 활용하는 도시가 아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성적인(sexual)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원없는 여성들을 법적.사회적으로 처벌하는 성차별적 논리를 반복하며, 여성들을 치워버리는 도시도 아니어야 할 것이다. 여성인권이 회복된 건강한 파주시를 바란다면, 성매매집결지를 묵인하고 활용해온 역사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도시, 일방적인 ‘즐거움’을 위해 여성을 성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도시, 이윤을 위해 여성을 성적으로 착취하지 않는 도시, 가진 자들의 이윤을 위해 다른 누군가가 착취되지 않는 도시, 사회가 요구하는 여건에 부합하는 사람들만이 승인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존재가 환대받으며 삶을 누릴 수 있는 도시여야 할 것이다. 


  1. 김경일 파주시장 “성매매집결지 폐쇄, 여성인권 회복 위한 가장 중요한 현안” < 사회 일반 < 사회 < 기사본문 – 여성신문
  2. “용주골 폐쇄는 도시 정상화 과정… 아픈 역사도 기록으로 남기겠다” | 서울Pn
  3. [반론보도] 파주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 철거’ 관련
  4. 고용노동부, 「2024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
  5. 파주시, 시민과 함께하는 반(反)성매매 교육 재개 < 경기북부 < 경기 < 기사본문 – 경인매일
  6. [2025 시대한탄②] 여성가족부와 경찰의 합동 단속을 바라보는 이룸의 입장 : 단속보다 성매매여성의 불처벌이 먼저 – 이룸 상담소/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7.  “용주골 폐쇄는 도시 정상화 과정… 아픈 역사도 기록으로 남기겠다” | 서울Pn

댓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