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극우 보수 정권의 기조 속에 존폐의 위기에 처했던 여성가족부는 윤석열 정권이 무너지면서 새 국면에 들어섰다. 내란 수괴 윤석열을 끌어내린 광장은 평범한 사람들의 열망이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한 세상’임을 보여줬다. 그러나 새로 집권한 이재명 정부의 여성가족부 장관 첫 지명 후보 강선우는 동성애혐오 교회와의 인연이 깊고 차별금지법에 대한 유보적 입장을 가진 인물이었다. 이는 민주당도 보수 개신교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다시한번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강선우 전 후보자의 ‘갑질 논란’과 여성운동의 강한 반발로 새로 지명된 원민경 장관은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며 ‘성평등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과 젠더불평등으로 피해를 겪는 이들을 연결하는 구심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차별금지법과 비동의강간죄 제정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디지털성범죄 근절과 피해자 지원에 앞장서겠다는 결의에 많은 페미니스트들도 지지를 표했다. 특히 원민경 장관은 성매매 여성에 대한 법률사건 지원에 함께해온 변호사로서, 성매매처벌법개정연대에 함께하며 성매매 여성을 범죄행위자로 처벌하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과 성매매 여성 불처벌에 대한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해왔다. 성평등에 대한 인식 격차가 심화되는 작금의 상황에서 원민경 장관의 행보는 주목할 수밖에 없다.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도 원민경 여성가족부 장관의 취임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올해 9월 23일, 여성가족부는 성매매 추방 주간 대국민캠페인(9/19~9/25)과 경찰과의 성매매 합동 점검 및 단속을 재개한다고 발표했다.1 2019년에 시작된 여성가족부와 경찰청의 성매매 합동 점검과 상시 단속은 2021년 중반까지 지속되었고, 여성가족부 내에 인권보호팀과 파견 경찰 2명이 상시 현장을 돌아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자치경찰제 시행으로 2022년 성매매 현장 점검과 단속은 시도경찰청 고유 업무로 이관되었고, 여성가족부 단독으로 현장점검 및 조치를 취할 권한이 사라졌다. 이는 성매매 문제를 비롯한 젠더폭력 문제에 대한 윤석열 정권의 소극적 태도와 연결되는 것이었다. 윤석열 정권의 여성가족부는 5대 폭력 피해자 통합지원 시범사업에서 성매매를 폭력 유형에서 제외하는 등 젠더폭력 문제에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2 국회입법조사처는 2024년 발간한 ‘성매매 수요차단 및 피해자 보호 강화를 위한 개선 방안’ 보고서에서 성매매 수요 차단을 위해 여성가족부의 권한을 늘리고 경찰과 함께 적극적 법집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기도 했다.3 원민경 장관은 이전부터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강하다고 말해왔고, 이번 합동 점검·단속 재개도 그것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성매매 문제에 대한 개입을 고민하는 여성가족부의 태도를 환영한다. 동시에 이룸은 성매매 여성 불처벌이 실현되지 않은 현재의 상황에서 합동 단속이 먼저 추진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물론 지자체와 경찰에 완전히 단속 권한을 이관한 상황은 문제적이고, 여성가족부가 피해자 지원을 최대한 넓히기 위해 개입하려는 취지임을 안다. 그러나 현행법상 성매매여성 처벌 조항이 남아있는 한 단속은 결국 성매매여성 처벌로 이어진다. 성매매여성 처벌 조항이 사라지지 않은 채 이루어지는 단속은 성매매여성들에게 위협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성매매여성이 경찰의 현장단속을 피하려다가 부상을 입거나 사망하는 상황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10년 전인 2014년 통영에서는 성매매 단속 과정에서 여성이 투신해 사망했다. 2016년 부천에서는 성매매 단속 과정 중 여성이 추락하여 상해를 입고, 2020년에도 미등록 이주여성이 성매매단속 중 추락해 상해를 입었다. 특히 미등록 이주여성이 성매매 과정에서 경찰 단속을 당할 경우, 강제추방으로 이어져 여성들에게 큰 위협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 2024년 8월 30일에는 분당경찰서의 성매매 단속으로 태국 국적의 성매매 여성이 창문에서 추락해 부상을 입었다.
오늘날의 성매매산업은 다른 경제 영역과 밀착되며 알선자가 명확하게 보이지 않고 단일하지 않은 구조로 변모해오고 있다. 많은 유흥업소들은 ‘합법적 금융권’의 대부업체와 밀착되어 여성의 몸을 담보로 한 다양한 대출상품을 여성들에게 권유해 수익을 챙기기도 한다. 운영주체들의 역할 분화에 따라 유흥업소, 보도사무실, 온라인 성매매 플랫폼 운영자 등 성매매 산업의 이윤을 착복하는 이들은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현장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따라서 성매매 ‘현장’을 단속하는 방식만으로는 성매매를 통해 이윤을 얻고 있는 주체들을 검거하고 성매매산업 구조 자체를 타격하기 어렵다.
현행법상 ‘위계, 위력, 그밖에 이에 준하는 방법으로 성매매를 강요’ 당한 ‘성매매 피해자’로 인정받는다면 처벌을 면할 수 있지만, 수사·사법기관의 차별적 인식은 여성을 윤리적, 법적 처벌의 대상으로 취급하며 이를 어렵게 만든다. 무엇보다도 ‘자발적’으로 성을 판매하는 여성에 대해서는 성매매 행위자로서 처벌하겠다는 현행법의 성매매여성 처벌 조항은 ‘음란’한 여성을 규율하고 처벌하겠다는 성차별적 논리의 반복일 뿐이다. 성판매여성이 성을 판매하는, 성구매남성이 성을 구매하는, 성매매산업이 여성의 몸을 활용해 이윤을 축적하는 사회구조적 맥락이 모두 다름에도 불구하고, 구매, 판매, 알선을 모두 행위자로 간주하는 자유주의적인 접근은 성매매산업에 대한 적절한 이해에 기반하고 있지 않으며 따라서 유효한 개입책이 되기 어렵다.
단속에 대한 우려에서 더 나아가 성매매여성 처벌의 최근 동향에 대해서도 첨언하고 싶다. 눈여겨봐야 할 사실은 성판매여성의 자기광고를 성매매처벌법 중 알선에 해당하는 광고죄를 적용하여 처벌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8년부터 2024년까지의 경찰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위반(성매매광고죄)의 검거현황을 봤을 때 2019년까지는 남성과 여성 검거 비율이 비슷했으나, 2020년부터 여성 검거율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예를 들어 2019년의 남성 검거인원은 159명, 여성 검거인원은 135명인데 비하여 2020년 남성 검거인원은 63명, 여성 검거인원은 254명으로 격차가 벌어졌다. 2021년에서 2023년까지 남성 검거인원은 50~100명의 범위인 것에 반해, 여성 검거인원은 150~240명으로 훨씬 늘었다. 2024년의 광고죄 검거인원은 남성 49명, 여성 345명으로 전체 검거건수 383건에서 여성 검거율이 90%를 차지한다. 또, 2023년 성매매처벌법개정연대가 분석한 성매매 광고죄 법원 판결문을 살펴본 결과, 2013~2020년까지는 광고죄에서 전단지나 업주와 광고 사이트 운영자 처벌이 중점적이었지만 2019년부터 성매매 여성 처벌 사례가 증가하기 시작했다.4 최근 이룸의 상담 사례 중 성매매를 암시하지 않는 대화명과 무제의 대화방을 개설한 여성에게 경찰이 먼저 쪽지를 보내 성매매 조건을 제시한 후 광고죄로 처벌한 사례도 있었다. 광고죄의 취지는 성매매여성의 몸을 통해 이윤을 얻는 연결고리를 차단하려는 의도임에도, 수사기관은 이윤을 얻는 자들 대신 성매매여성에게 책임을 덮어씌우고 있다.
불처벌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어떤 단속도 성매매 여성 처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임금체불, 성폭력, 위협, 강도 등 성매매 여성들이 어떤 부당한 일을 당해도 참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들에 대한 법적, 사회적 처벌이 있기 때문이다. 성매매 산업을 지속시키는 가장 치명적 원인은 여성들의 침묵과 고립을 만드는 사회적 낙인과 법적 처벌이기에, ‘단속’이 정말 기대하는 효과를 내려면 성판매 여성 불처벌과 성매매 산업에 대한 구조적 개입이 먼저 필요하다. 합동 단속은 그 이후에 고민해도 늦지 않다. 성판매 여성에 대한 법적 처벌과 사회적 낙인을 먼저 철폐할 때, 여성의 몸에 대한 종속으로 이윤과 ‘유흥’을 얻는 이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이다.
- 한지은 기자, “원민경 효과?… 여가부, 성매매 단속 4년 만에 부활 추진”, 서울신문, 2025.09.24, https://www.seoul.co.kr/news/society/2025/09/24/20250924012007 [↩]
- 플랫팀 기자, “‘성매매 추방주간’ 외면해온 여가부…4년 만에 홍보 나선 이유는?”, 경향신문, 2025.09.19, https://www.khan.co.kr/article/202509191003001 [↩]
- 전윤정(2024),「성매매 수요차단 및 피해자 보호 강화를 위한 개선방안」,『국회입법조사처 NARS 입법·정책』, 제161호, 국회입법조사처[↩]
- 국회의원 정책자료,『이제는 성평등 모델 : 성매매처벌법 전면 개정 토론회』, 이하영, 조은호, 조정민, 장다혜, 김정혜, 정미래, 2023년 11월 6일, 2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