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_노랑조아

9월 아웃리치는 양손을 무겁게 하고 시작했습니다. 이룸을 알리기 위한 홍보물품으로 귀여운 라이언, 피치 도어 스토퍼를 준비했기 때문이죠. 문이 닫히지 않게 괴는 도어 스토퍼가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무게도 좀 있어야 하고 부피도 꽤 차지해서, 이루머가 가방에 들고 다니며 업소에 방문할 수가 없어 아예 카트를 끌고 다니며 이태원을 누볐습니다. 히히. 

 

별별신문에는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 축복식을 한 뒤 기독교대한감리회에서 징계를 받고 결국 출교까지 당했던 이동환 목사의 출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승소 소식을 실었어요. 긴긴 재판과 투쟁 과정 중에 유일하게 기쁜 소식이었던 가처분 승소 덕에 일단 출교 무효 소송 본안을 다루는 몇 년 간 목사직을 유지하며 투쟁할 수 있답니다. 별별신문에 목사 사진이 들어가는 게 좀 언발란스하지 않나 싶었지만 알록달록 나름 예뻤다구요. 

 

이태원에는 여느 때에 비해 젊은 사람들, 특히 외국인들이 많아 북적북적한 분위기였습니다. 오늘 여기서 무슨 행사가 있느냐고 왜 이렇게 많이들 왔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영어가 장벽이라 궁금해하기만 했지요. 언니들에게 물어보니 바자전 때문이라고 해요. 미국의 패션 잡지인 하퍼스 바자의 전시 바자전이 이태원에서 열렸는데요, 아마 그걸 보러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던 모양입니다. 

 

그렇지만 이루머가 들르는 업소들은 한산해서 언니들과 이야기를 좀 나눌 수 있었어요. 이태원 기록화 현장사업으로 한의사 선생님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으니 함께하자고 설득하기도 하고요(잘 되지는 않았지만. 언니들 마음 얻기 쉽지 않아). 물품이 귀여워서 마음에 들어하셔서 기뻤습니다. 받자마자 바로 꺼내서 올려두는 분도 계셨고요. 짐을 지키느라 문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루머에게, 출근 길이던 언니가 “이룸 언니들이구나” 하고 알아봐주셔서 무척 반가웠어요. 그래 이렇게 기억하고 알아봐주시면 됐지! 

 

저희가 가면 어떤 분들은 자꾸 간식을 챙겨주고 싶어하세요. 캔커피나 생수라도 주시려고 하고, 한사코 거절해도 손에 쥐어 주시니 못이기는 척 들고 나오기도 합니다. 이번엔 팝콘이랑 꼬깔콘, 양갱, 녹차라떼 가루 등 품목도 다양했어요. 이 때 받아온 팝콘을 사무실에 와서 전자렌지에 넣고 돌려먹으니 고소한 냄새가 공간에 가득 찼답니다. 으허.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그래도 이렇게 아웃리치를 하고 나면 몸이 아프거나 법률적인 도움이 필요하거나 할 때 상담소로 문의전화를 하는 분들이 계세요. 동료에게 이룸을 소개해주는 분도 계시고요. 현장의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 중에는 상담소의 지원체계로 도울 수 없는 일들이 훨씬 많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얼굴을 들이밀고 말을 주고 받으며 이룸을 알려 보려고 합니다. 날이 벌써 선선해지는데, 이 가을 그리고 금방 올 겨울도 언니들과 잘 지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