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_이산

 

 

 

 

 

 

 

 

 

 

 

<2024년 7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_ 이산>

오랜만에 참여하는 아웃리치였다. 몇 달 전부터 두 팀으로 나누어 윗동네와 아랫동네로 각각 언니들을 만나러 가고 있다고 했다. 나나님과 함께 윗동네를 돌았다. 하필 예약한 주차장의 기계가 고장 나 있어 차를 한번 돌렸다. 핸들만 잡으면 긴장에 어깨가 잔뜩 굽고 운전을 기피하는 나는 작은 체구로 큰 차를 운전하는 나나 활동가를 보며 마음 속으로 물개박수를 쳤다.

 

장마철에 휴가철이 겹쳐 손님이 없다는 말을 여러 가게에서 들었다. 골목은 유난히 한산했다. 아웃리치 도중 장대비도 한 차례 쏟아졌다. 밤을 새도 못 다 들을 언니의 인생사 중 몇 고비를 들으며 비를 피했다. 그다음에도 잠시 약하게 한 차례 비가 내렸다. 이때는 복날이라 주문했다는 치킨을 연달아 손에 쥐어주는 언니들과 결혼은 언제 해야하는가, 왜 해야하는가, 굳이 해야하는가 수다를 떨고 있었다. 비가 그치고 들른 가게에는 입구에 빗물이 들이쳐 바닥이 미끄럽다며 들어올 때도 나갈 때도 조심하라고 손을 잡아주는 언니가 있었다.

작은 가게들은 언니 한 분이 혼자 운영하기도 하는데, 이날따라 가게를 책임지느라 어깨가 무거운 사장님들의 모습이 유난히 기억에 남았다. 매체에 등장하는 ‘사장님’의 얼굴은 늘 남성이었음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선량한 사장님, 악독한 사장님, 실망하여 소주 한잔을 걸치는 사장님, 장사가 잘 되어 기쁘게 땀흘리는 사장님도 여성의 얼굴로 보는 기회는 흔치 않았다. 여성은 사장님보다 ‘사모님’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비를 피하며 들었던 언니의 인생사는 사업의 흥망으로 인한 자부심과 좌절이 켜켜이 겹쳐 있었다. 가게 입구에서 행여나 넘어질까봐 손을 잡아주던 언니는 혹시나 누가 헛걸음을 할까봐 집에 가서 쉬어도 마음이 편치 않아, 손님이 없는 날에도 마감 시간까지 가게를 지킨다고 했다. 언니들이 지키고자 하는 것, 해내고자 하는 것, 실패하고 또 도전한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 이룸에서는 곧 언니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는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오늘은 가겠다는 대답보다 시간이 없어 못 간다는 대답을 훨씬 더 많이 들었다. 일터 밖에서 언니들과 이루머들이 만나는 즐거운 기회가 차차 늘어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