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_터울

6월 20일, 6월의 이태원 아웃리치를 다녀왔어요. 
자원활동으로 함께 해주신 터울님의 아름다운 후기를 공유합니다✨

게이 업소에 들르러 수백번을 다닌 동네지만, 그곳의 ‘양키바’와 ‘젠더바’에 들어갈 일은 없었다. 게이 남성이지만 입 다물고 있으면 성별 비순응을 감별하는 추상같은 ‘일반’ 사회의 눈에 용케 남성으로 패싱되는 편이라, 어디 가서 아무 맥락도 모르는 맹탕인 이성애자 남성으로 식별되는 때가 많다. 유쾌한 경험은 아니지만, 그건 나와 그 사람 잘못이기 전에 이성애·가부장제 구조의 잘못이다. 그리고 이런 아웃리치 현장에선 더더욱이나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 업소의 서비스와 친밀성을 구매하러 여길 들른 ‘남자 손님’으로 여겨지지 않기 위해. 

성산업에 대해 아무리 고등한 정보와 지식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을 현장에서 몸소 겪은 여성들의 얼굴과 그곳에 밴 맥락이 그 모든 것을 상회하는 정보값을 가지고는 한다. 이룸이 이태원 아웃리치를 8년 넘게 진행해온 까닭이 거기에 있을 것 같았다. 가부장제와 성산업이 철폐되었으면 하는 사람들이 성산업 현장에 매달 들르고 그곳의 안부를 확인하고, 거기서 긍정해야 할 것과 비판해야 할 것을 매양 구분하고, 그 가운데 적어도 여기서 일하는 종업원 여성들에게 그 비판의 화살이 먼저 앞세워지는 일은 막아야겠다고 생각한 ‘불처벌’의 마음을 실견한 자리였다. 

제아무리 좋은 의도와 대의라 해도, 좋든 싫든 이 일에 밥줄이 걸려 있는 이들의 얼굴 앞에서 서비스 구매가 아닌 다른 속내를 내보이는 일은 영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성산업에 대한 원리적 반대와 그곳 업장에 당장 폐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서로 모순된 감각은, 그 모순을 무릅쓰고 여기를 버틴 여성들을 서비스 구매자가 아닌 방식으로 사람으로 대하고자 한 이룸측과, 그것을 알 듯 모를 듯 간파한 여성들 사이의 안면과 눈인사와 환대의 말을 통해 그 내용을 갖출 것이었다. 선뜻 동의되지 않는 것을 그토록 빠르게 손절하는 세태 가운데 선 등불 같은 만남이었다. 

인간 사이의 친교는 무릇 그렇게 선뜻 불가능한 선을 넘어버리는 순간이 있다. 그것이 갈라진 틈 사이에 튼튼히 선 집처럼 우뚝해보인 이유는, 이룸이 그 어떤 조직보다 머뭇거릴 때 머뭇거리는 곳이기 때문일 거란 생각을 했다. 어려운 현장과 의제를 쉽게 대하지 않고 어렵게 대하는 것이야말로 커다란 용기고, 아무나 하지 못하는 일이다. 그 용기를 하루 곁에서 구경한 것으로도 큰 영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