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_노랑조아

11월 아웃리치를 준비하며, 조금 자신이 있었습니다. 불량언니작업장에서 만든 향긋한 천연 핸드밤과 더불어, 외부 업체에서 지원 받은 콜라겐을 홍보 물품으로 준비했기 때문이죠. 매 달 이룸이 이태원에 나가는 이유는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에게 이룸을 알리고 관계를 맺으려는 거니까, 짧은 만남이나마 여성들이 이룸을 기분 좋게 경험하고 좋은 인상을 가지시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지원이 필요한 순간에 ‘가까이에 있는 이룸’, ‘자꾸 뭐 들고 오는 걔네’ 를 떠올리고 저희에게 연락할 수 있고, 이룸은 여성들에게 자원을 연결할 수 있을테니까요. 그래서 빠듯한 예산 속에서도 어떻게 하면 좋은 물품을 들고갈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핸드밤은 나름 자신이 있었는데, 마침 여성인권진흥원을 통해 외부 업체에서 콜라겐을 보내와서 더 풍족해졌어요.

하지만 콜라겐을 한 박스씩 배부하려고 하자 너무 무거웠기 때문에…;; 도어 스토퍼를 배부했던 날처럼 구르마를 동원해서 이태원 일대를 돌아야 했답니다. 영차영차 영차영차! “안녕하세요, 이룸이에요! 오늘 언니들 몇 분 계세요?” 라고 우렁차게 여쭤보면, “오늘 뭔데?”하고 물품을 먼저 물으시는 분들도 있어요. 물품 선호에 따라 인원 수가 달라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ㅎㅎ (선호가 낮은 물품은 나눠가져봤자 금방 버려질 수있으니까요) 콜라겐은 아무래도 선호도가 높았어요. 어느 업소에서는 이루머가 안으로 들어가 담소를 나누기도 했는데, 사실 콜라겐을 먹는다고 딱히 피부가 좋아지는 것 같지도 않다며 같이 웃기도 했습니다. 좋다니까 일단 그냥 먹는 거죠, 뭐. 핸드밤도 많이들 좋아해주셔서, 저희가 보는 앞에서 바로 뚜껑을 열어 손에 발라보고 칭찬해주신 분도 계셨어요. 압도적 감사….!! 무겁고 부피가 큰 물품은 이제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가도, 이렇게 좋아해주시는 모습을 보면 또 기운이 나서 다음엔 또 뭘 해볼까 생각하게 되곤 합니다. ㅎㅎ

바자전도 끝나고 이태원은 다시 좀 한적한데, 신기하게도 새로운 카페 등 무언가 공간에 대한 새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어서 독특하다고 생각했어요. 아주 오래된 반잔바와 중장년의 여성들, 트랜스젠더 바, 게이바와 철거 예정인 비워진 건물, 그리고 새로 생긴 카페와 현대적 인테리어. 이 모든 것들이 뒤섞인 이태원의 밤은 11월에도 깊어만 갔습니다. 경기가 안좋아 장사가 안된다는 얘기는 갈 때마다 듣는데, 비상계엄사태 이후로 이태원에는 또 어떤 영향이 있을지 모르겠어요. 12월 아웃리치를 가서 여성들의 안부를 살펴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