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이룸의 시대한탄 ①] 파주시 성매매 집결지 폐쇄 과정을 바라보며

 <파주시 성매매 집결지 폐쇄 과정을 바라보며>

 

파주시는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시대적 소명’으로 삼아, 일명 ‘용주골’로 불리던 연풍리 일대의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하겠다고 공표하였다. 2023년 1월, 파주시는 성매매집결지정비TF팀을 구축하고, 성매매 집결지의 ‘단속’을 필두로 폐쇄의 움직임을 시작하였다. 파주시는 “지역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파주시의 “시민이 고통받고 있”기에 성매매 집결지 폐쇄에 동의해달라는 범시민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성매매 집결지의 폐쇄를 위해 움직였다. 한편 이와 대조적으로 ‘용주골’에서 머물렀던 성판매 여성들은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목소리로 폐쇄에 저항하고 있다. 

 

성매매 집결지 ‘폐쇄’의 국면에서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성판매 여성들의 저항은 비단 어제와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약 20년 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후 성판매 여성의 모임인 ‘전성노련’을 시작으로, 영등포 집결지, 청량리 588 집결지의 폐쇄를 중단하라는 목소리가 그래왔다. 이룸은 성매매 산업의 축소와 해체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자본과 도시재생의 이해와 맞물려 ‘재개발’에 의해 폐쇄되는 집결지, 성매매 집결지는 도시의 이미지를 ‘실추’하기에 폐쇄되어야 마땅하다는 여론, 이 사이에서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성판매 여성들의 생존권 주장을 바라보는 이룸의 복잡다단한 고민과 문제의식은 지난하게 이어지고 있다. 성매매 집결지 폐쇄 과정에서 ‘폐쇄냐, 유지냐’라는 간명한 이분법적 시각으로는 성매매 집결지를 둘러싼 ‘문제’를 파악하기에 충분치 않다. 따라서 이 글은 성매매산업 축소, 근절을 지향하는 페미니스트들이 성매매 집결지의 문제를 함께 고민해주십사 하는 이룸의 바람이 담겨있다. 

 

성매매 집결지의 공식화는 일제강점기 ‘공창제’로부터 시작되었다. 제국주의 세력이 일제 군사력의 사기를 증진시킨다는 명목으로 시작되어온 집결지는, 해방 이후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기지촌’ 형성으로 이어졌다. 가부장제 국가와 자본, 군사주의의 공조가 대한민국의 거대한 성산업을 유지·번성·변화시켜 온 것이다. 이렇게 형성된 성매매 집결지와 기지촌은 남성들이 여성을 성적으로 지배하고 통제하고자 하는 욕구를 실현하고 강화하는 공간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간이 흘러 자본과 기술발달에 따라 성매매 산업도 변화해왔다. 이렇게 ‘시대적 흐름’에 의해 변화된 성매매 산업 내에서 성매매 ‘집결지’는 ‘낙후’되었기에, 재개발과 도시재생이라는 시대적 흐름에서 너무도 손쉽게 ‘제거’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성매매 집결지를 ‘제거’하고자 하는 움직임에 “시민 안전”과 “지역 이미지 실추”를 근거로 사용한다는 점 또한 문제적이다. 우리가 발을 딛고 서있는 공간에 성매매 집결지와 성매매 산업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분명 ‘문제’적이다. 하지만 ‘불온’하기에, ‘우리’의 안전을 위해, ‘눈에 띄지 말라’는 방식으로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하려는 기조는 성매매 집결지가 삶의 공간일 수밖에 없는 ‘빈곤한 존재’, 자원이 ‘없는’ 존재들을 향한 차별과 낙인을 공고히 하는 효과를 낳을 것이며, 성매매 집결지와 성매매 여성을 향한 차별과 낙인을 활용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불온한 대상으로써 성매매 집결지는 일제강점기에서의 공창제, 윤락행위방지법을 통해 구획된 기지촌 등 대한민국 정부와 제국주의 세력이 자신들의 이익에 맞게 구성해온 결과이지, 도시 미관을 해치며, 도시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원인이 아니다. 더불어 재정비된, 그리고 재개발된 깨끗한 도시 공간 속에서 머물 수 있는 존재는 과연 누구이며, 한국 사회는 자본과 젠더권력관계 속 정상성에서 탈각된 존재들을 어떤 자리에 위치시키고 있는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한편으로 이룸은 파주 성매매 집결지 폐쇄 과정에서 ‘불온하고 불법적인 공간’으로 여겨지기에, ‘제거’의 대상이 되어 속수무책으로 밀려나고 있는 성판매 여성의 목소리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참담한 심정을 느낀다. 성판매 여성들의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목소리는 그들이 당면한 현재적 상황에서의 절실한 발화이다. 그러나 이룸은 “3년간의 유예기간”이 성판매 여성 외에 업주의 이해관계이기도 하다는 것을 청량리 집결지 폐쇄 과정을 통해 짐작할 수 있어 출구 없는 딜레마를 겪고 있다. 성매매 집결지를 구성해온 성매매 업소의 업주와 성판매 여성의 이해관계는 다르게 읽어내야 할 필요가 있다. 성별 권력관계를 활용하고 강화하며, 여성의 몸을 활용하여 이익을 축적해온 성매매 업소의 업주와 여러 현실 속에서 성매매 집결지에 종사해온 성판매 여성의 위치는 같을 수 없다. 또 분명한 점은 성별화된 노동 속 여성들은 저임금으로 내몰리는 현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생존을 위해 손쉽게 성매매가  권장되는 사회, 성판매가 매력적인 선택지로 존재하는 사회는 이에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여성들의 목소리를 통한 충분한 자원 확보는 필수적이다. 파주시는 “(자활지원조례 지원 기간이) 타 시도와 다르게 1년이 아니라 2년이기에, 적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성판매 여성에 대한 ‘지원’기간이 확대되었다는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또한 가장 ‘기초적인’ 생계수단을 제공하는 것만으로 국가와 자본이 구성해온 착취적인 성산업의 역사에 대한 책임을 전면적으로 이행했다고 볼 수없다. 파주시는 ‘용주골’에 머물던 성판매 여성들을 위한 지원을 더욱 강화하라. 이를 통해 국가주도하에 구성되었던 성매매 집결지의 역사를 반성하라. ‘탈업’을 전제로 한 성판매 여성의 지원만으로 집결지 공간에 책임을 다한 것이라고 안위하지 말라. 성판매 여성들도 사람이다. 정의로운 도시를 구성하기 위해 성매매 집결지 공간이 여성들에게 삶의 공간이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성판매 여성들의 성원권을 보장하라.

 

따라서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바라보는 이룸의 요구는 다음과 같다.

 

○ 정부와 자본의 이익에 맞게 구성하고 활용해왔으며 남성들에게 여성지배 욕구를 실현하고 강화하며 자원 없는 여성들을 착복하는 성매매산업을 해체하라!

○ 성매매 여성을 향한 형사적, 사회적 처벌을 중단하라!

○ 여성과 빈곤한 자들을 착취하지 않는 정의로운 도시를 구성하라!

○ 여성과 빈곤한 자들을 밀어내는 도시 재개발이 아니기 위해서는, 그 공간이 삶의 공간이던 성판매 여성들을 위한 충분한 자원확보가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