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5월 27일, 이태원 아웃리치를 다녀왔어요. 여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끼는 아직은 밝은 저녁에 아웃리치를 시작했어요. 이태원 아웃리치는 처음이라 어떤 현장일까, 나는 무얼 느끼고 경험할까 막연한 긴장감이 휘감았더랬죠.

골목 골목을 누비며 똑똑. 업소를 방문해 인사하고, 아웃리치 물품을 건네고, 별별신문도 읽어달라는 당부와 다음 달에도 만나자는 약속을 한 뒤 다음 업소로 이동하길 반복하니 어느새 아웃리치는 끝나 있었어요. 물론 평가는 남아있지만요.

5월 물품으론 불량언니작업장의 비누와 샴푸바를 준비해갔어요. 늘 받기만 하는 게 미안하다면서 음료를 주시는 언니들. 손사래를 해봐도 한사코 손에 쥐여 주셔서 손이 모자라 난감해하면서 또 그 모습이 서로 재밌어 깔깔 웃기도 했네요.

이날 아웃리치에서 가장 놀라웠던 일이 있었는데요. 이태원의 TG바의 시초이자 상징적인 존재였던 한 업소가 폐업했다는 소식이었어요. 코로나19의 여파도 있겠지만 근래 눈에 띄게 업소가 줄어들고 있어 이태원의 또 한 번의 변화를 목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했어요. 이태원의 TG바도 쇠퇴기에 접어들고 있는 건 아닌가 조심스런 예측/평가를 해보았네요.

어쩐지 휙휙 지나간 거 같은 아웃리치를 마쳤어요. 개인적으로 아웃리치가 처음은 아니라서 다른 현장에서의 경험과 비교해보게 되었는데요. 이전의 아웃리치는 제게 방긋방긋 웃으며 말 걸고, 어떻게든 대화를 이어 나가려고 애쓰며 친근하게 구는 방식이었어요. 지금까지 기존의 방식이 당연하고 익숙해서 별다른 의구심을 가져보지 못했는데요. 이태원 아웃리치에 처음 참여하면서 언니들과 애써 친해지려 노력하거나 가장할 필요가 없다는 걸 배웠어요. 서로가 허락한 부분에서 만나고 침해하지 않는 사이로 가능성을 남겨두기! 이루머가 되어 처음 함께한 아웃리치를 마치고, 이태원에서 이루머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지 귀가하는 지하철에서 생각했는데요.  미완의 결론이지만 이루머끼리 서로의 생각을 합의하고, 활동의 한계를 설정하며 우리만의 움직임을 만들어나가는 거겠지..하면서 이태원 아웃리치에 꾸준히 가보려고 해요. 다음 달에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