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이룸토론회] “사회적 재난과 성매매-코로나19 상황에서 성매매여성들이 겪는 어려움” 참여자 후기, 두번째

 

사회적 재난과 성매매 – 코로나19 상황에서 성매매여성들이 겪는 어려움 토론회 참여에 관한 기록

작성: 슬미

 

안녕하세요. 슬미 입니다! 토론회를 참여함으로써 제가 느낀 것, 그리고 아직은 깊이 탐구하진 않았지만 떠오른 물음들을 나눠보고자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먼저 이렇게 토론회를 열어주신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에게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제가 토론회에 참여하면서 느낀 무언가가 글로서 분명하게 전달이 될 수 있을지에 관하여 약간의 걱정스러움이 있습니다만, 그저 제가 느끼고 기록하고 떠오른 것들을 그대로 글로 옮겨 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멋진 PPT와 함께 이룸 발제를 들으면서 토론회에 집중하고 있지 않은 저를 발견했습니다. 일터가 운영되는 중에 참여하기도 하였고 깊이 들여다 보지 않았던 내용들이 무언가 자꾸 저를 생각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2019년 20대 여성 자살률 25.5% 증가에 관한 내용에서 자동적으로 ‘자살’에 관하여 여러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어 다음 발제 내용을 놓치기도 하고, 또 ‘가정폭력 신고 감소’라던지 ‘여성을 향한 젠더 폭력’ 등, 이 문장 하나 하나가 스스로 완결하지 않은 경험들을, 깊이 들여다 보기 두려운 순간들을 끄집어내어 집중하기 어려웠습니다.

환경적으로라도 집중할 수 있는 장소로 이동하자 해서 일터 마감 시간인 8시가 되자마자 일터와 3분 거리인 집으로 향해 다시 이어서 토론회에 참여했습니다. 바로 집중이 되었던 것은 아니었기에 조금은 도움이 될까 해서 노트와 펜을 준비해 무언가 적어가면서 들었습니다.

제주에 살고 있고 활동 반경이 일터와 3분 거리인 집뿐인 저는 코로나19에 관한 감각이 현저히 떨어져 있는 상태라는 것을 인식하면서 코로나19가 존재하는 오늘날에 우리는 어떠한 영향을 주고받고 있나, 또한 토론의 주제인 코로나19 상황에서 성매매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이 무엇인가가 정말로 궁금해져서 토론회에 집중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불평등. 나는 충분하기 때문에 떠올리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무거운 짐이 될 수 있다. 빈곤문제. 나는 지금까지 무얼 했던 걸까? 불쌍하다. 돕고 싶다. 도와? 내가 뭔데? 누가 누굴 도와. 애초에 돕는다는 것은 나는 충분하고 상대는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으로 분리된 접근이 아닌가?’ [메모]

 

위 내용은 토론회를 들으며 적은 메모 중 한 단락을 적은 것인데요. 보시다시피 정돈 되지 않아, 보시는 분들께서는 이게 뭔말이야 싶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메모를 할 당시에 제가 사회를 인식하는 것에 관한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아주 짧은 기간 다녀간 몇몇 마을 혹은 기억공간의 지킴이로서 활동(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에 관한 고민도 해봅니다만 적절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일단 적어봅니다)할 당시 스스로 사회적 문제를 인식하는 것의 한계, 또 사회 구성원으로서 소규모 직장 내에서나 생활 반경 내 사람들과의 관계를 인식하는 것에 관한 한계까지도 말입니다.

 

맨 위 단락에서 적었듯이 저는 완결하지 않은 경험들을 깊이 들여다보기가 두려워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기 시작하면 곧바로 감각의 스위치를 끄고 멍- 때리는 악순환을 달고 살았습니다(실제로 멍- 하다 해서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요). 성추행이나 가정폭력 등의 경험이 아직까지도 떠나가지 못하고 응어리로 남아, 답답하고 불안함이 때때로 찾아옵니다. 그럴 때 느끼는 괴로움에 못 이겨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되는데요. 그런 스스로가 불쌍하면서도 또 불쌍히 여기는 스스로가 싫기도 했습니다.

 

토론문 중에 이러한 제목이 있었지요. 성매매여성의 고통이 사회적 고통이 되려면. 이때 사회적 고통이라는 언어가 제게는 참으로 먼 느낌이었습니다. ‘나는 불쌍하지 않아. 도우면 돕지 나는 그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어.’하며 스스로 돌보기를 거부하면서 살아온 저는 늘 도울 대상을 찾고 있었던 것이죠. 어찌 보면 어리석기도 이기적이기도, 또 오만하기도 했었습니다.

 

 

나는 지난 듣기가 진정 문제 인식으로 듣기는 했나? 그 문제 인식이 내 문제에서만 그치지 않았나. 이제는 분명하게 들여다 봐야 한다. 무엇이 문제인가. 사회적 피해. 사회적 고통. 사회적 낙인. 젠더 불평등. 비가시화 되는 것들으아아아.’ [메모]

 

그렇게 찾은 다양한 조직에서 저는 바퀴 하나 빠져버린 자전거 같았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문제에 막혀 더이상 나아가지 않더군요(항상 개인적인 문제만이 원인이 되지는 않았겠지만요). 당시 그 한계는 보일 듯 말듯 형태는 있지만 알아보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 토론회에서 많은 물음이 생겨나면서 그 한계를 마주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지난날 시도해보았던 기획(전시&공연) 경험을 되살려 개인적인 목소리를 넘어서서 사회적인 이야기를 분명하게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 생각?도 해봅니다. 많은 공부가 필요하겠지요.

 

성매매 여성들(과 사회적으로 피해를 겪는 사람들-저 포함)이 겪는 사회적 재난뿐만 아니라 사회적 고통, 상황? 혹은 교육, 예절, 계급이라는 틀 안에서 누군가를 판단하고 평가하는 것의 영향까지도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이러한 주제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장을 전시&공연기획으로 열어보는 상상을 해봅니다. 코로나19로 다양한 소통 방법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겠네요.

 

그림이나 글 혹은 다양한 표현에 관심이 많은 저라, 요즘 <예술과 사회 이론>이라는 책을 읽으면서도 내가 감각하는 범위를 <나>에서 <사회>로 넓히는 공부를 꾸준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 방향으로 걸어가다 보면 또 생각해볼 법한 무언가를 만나게 되겠지요? 이룸을 만난 것처럼.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힘도 계속해서 길러야겠습니다. 아래는 가벼운 기록처럼 물음? 메모?를 적어보았습니다.

 

  1. 사회적 고통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하려면… 사람과 사람 사이 생각의 간극. 언어와 경험적 한계? 너무 추상적. 먼저 나 돌보기.
  2. 나 돌보기는 어떻게? 그리고 돌봄에서 그치지 않으려면?
  3. 지금 당장에 성매매여성들과 젠더 불평등을 겪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과 앞으로 차근차근 준비해나가야 할 것은?
  4. 성매매여성, 젠더, 불평등,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낯설기도. 또 이렇게 써도 되는가? 음.
  5. 단어의 편견과 인식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나의 단어에도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다르다. 나는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지?
  6.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나는 지금 이 사회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바른 인식은? 공부.
  7. 코로나19로 멈춘 일상이 다시 살아나려면, 무얼 해야 하지?
  8. 어떻게 해야 이러한 문제들이 사람들에게 닿을지..?
  9. 어렵다 으아아아
  10.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토론회에 참석한 모든 분들을 존경하며. 저도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는 만큼, 그리고 겁먹고 도망가지 않도록 저도 잘 돌보면서 한번 공부해보겠습니다. 혹 이러한 저라도 무언가에 쓰일 수 있다면,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말씀 주세요 :> 고맙습니다. 덕분에 글쓰면서도 정신차리고 지금 서 있는 자리를 점검하게 되었습니다. 이 글들이 모두 너무 추상적이라.. 무언가 행동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계속해서 이룸과 함께하면 좋겠는 바람입니다 ㅎㅎ

 

일을 마치고 비몽사몽으로 적어본 토론회 후기였습니다. 정말로 부족한 글이지만……..ㅎㅎㅎ 여기까지 읽어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