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이룸의 시대한탄 ①] 청량리 588, 웹하드, 버닝썬 : 성산업 카르텔을 말한다는 것

2019 시대한탄 1

청량리 588, 웹하드, 버닝썬
성산업 카르텔을 말한다는 것

 

이 현안들에서 우리는 “카르텔” 이라는 말로 통용해온 모종의 구조를 발견한다.

 

1.

 

성산업은 통념의 배후에 있는 구조를 장악한다. 부동산, 건설, 광고, 도박, 주식, 약물, 몰래카메라, 웹, 성형, 연예, 대부업,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각종 기술과 제도를 적극 활용해서 확장하고 병합하고 재편한다. ‘청량리 588’을 운영한 토착 조폭/업주세력은 재개발 비리를 경유, 시행 및 보상 주체를 넘나들며 집결지 이후 부동산 수익 추구 모델을 만들고자 했다. 몰래카메라 판매와 촬영부터 유통, 삭제 기술까지가 한 산업의 연속선상에 있으며 웹하드와 클린 업체가 동일함이 밝혀졌다. 지금 강남 화류계는 유흥업소와 클럽, 파출소와 공공기관을 망라하는 지역 전체를 통칭한다. 클럽 ‘버닝썬’ 사건에서 드러난 것은 클럽 경영의 핵심이 유흥업소와 클럽 간 구매자들을 연동하는 것, 강간 약물을 사용해 여성을 상납함으로서 VIP 고객을 대우하고 파출소와 유착관계가 형성된 가드를 영입해 뒷탈이 없도록 관리하는 것에 있다는 사실이다.

2016년 공론화된 유명연예인 성폭력 사건은 강남 ‘텐프로’ 업장 안에서 발생했다. 당시 공식적으로는 2차가 없는 업종의 성판매여성 여러명을 똑같은 수법으로 강간한 가해자를 업장 마담, 실장, 웨이터들은 비호했다. 그들에게 강간이란 업장이 판매하는 서비스에 포함되어 있는 일이었다. 피해자 여성은 가게 안의 기물과 마찬가지로 잘 달래어 다시 내놓으면 그만이었다. 클럽과 유흥업소라는 공간을 해석하는 사회적 맥락은 서로 다르다. 그러나 이 공간에 입장하는 여성의 통행권에는 자의적으로 경계가 변동되는 지위가 쓰여있다. 클럽에 놀러간 여성인지, 유흥업소 종사자인지의 여부는 전체적인 영업의 기획안에서 여성의 신체를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영업진은 강간의 순간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약물이 공공연하게 사용되며 불합리한 TC(Table Charge)비 분배 규정 등 역시 사용된다. 강간으로부터 안전한 여성과 강간해도 죄질이 낮은 여성이 있다는 환상이 이 기획을 성립시킨다. 그리고 이 공간에는 강간 당했으므로 강간 당할 수 있는 여성만이 있다.

 

2.

 

공권력과 대중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들은 성산업을 방관하고 조장한다. 여성을 불법화하고 낙인찍으며 이중으로 처벌, 부도덕성과 반사회성을 전가할 수 있는 희생양으로 탄생시킨다. 이 역동이야말로 사회의 정상성을 위반하지 않는 영역에 성산업을 은폐한다. 물론 대중적으로 가시화된 성매매나 포르노를 규제하지 말라는 노골적인 주장이 있지만 그 출처는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집결지 업주 연합 한터로 대표되는 집결지 재개발 및 폐쇄 정책으로 인한 실질적인 축소 위협에 처한 이익집단이다. 오피스텔, 마사지, 룸살롱, 노래방, 키스방, 티켓다방 업소 연합이 시위를 하는 것이 아니다. 둘째, 합법화가 성노동자의 권리 향상으로 이어지리라 낙관하는 이들 또는 이런 선동으로 이익을 보는 이들이다. 셋째, 그 어떤 법규제 없이 ‘성적 자유’를 향유하고 싶은 소비자들이 있으며 이들이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할 것이다. 성산업은 이러한 역동의 이면을 타고 움직인다. 성상품을 기획하고 판매하는 성산업인들이 규제 철폐를 외치기 전에 규제를 피할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거나 규제에 돈을 쥐어주어 침묵하게 함으로서 최종적으로 ‘사회적인 것’의 인식범위에서 벗어나기를 택할 것임을 확신한다.

우리에게 사회란 어떤 공간인가. 인천자활지원조례는 불평등에 공적자원을 분배하기 위한 의도로 인천 집결지 성매매 여성들에게 현금을 지급하기로 하였으나 (남성) 청년들에 대한 형평성에 어긋나는 혈세 낭비라는 뭇매를 맞아야했다. 국가에 기지촌 여성들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내려지자 기지촌의 존재로 먹고 살아온 지역사회는 여성들에 대한 보상이 미군들의 구매욕구를 떨어뜨리고 지역경제를 위협할 것이라 항의했다. 사이버 성폭력 피해자와 약물강간 피해자에게 비난이 집중되는 사이, 방송통신위원회는 이제 겨우 몰카 범죄를 규제할 한가지 효과적인 방식을 채택했다는 이유로 그것이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지 않음을 해명하는 카드뉴스를 배포하고 있다.

이 모든 역동이 낙인으로 인한다면, 그 낙인은 시장 경제의 가부장적 질서에 내재해있다. 낙인이 이윤을 완성하기 때문이다.

 

3.

 

도시는 어떤 장소인가. 이곳은 성착취 기술이 실현되는 장이다. 남성 – 소비자는 죄책감 없는 놀이로서 성을 구매하고 유통한다. 그는 성착취 기술을 확장하고 운반하는 관음과 사정의 기계이다. 여성 – 상품은 성애화된 노동과 상품으로서의 몸을 제공하며 소비의 대상이 됨으로서, 또 그 자신 상품 되기를 위한 소비를 수행함으로서 시민이자 주체가 된다. 성산업은 소비자와 상품의 성별을 특정할 수 있을 극도로 젠더화된 산업이다. 번역하자면, 남성과 여성의 규범적 신체 역할 및 권력관계에 입각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산업이다. 한국 사회의 모든 가부장적 권력이 성산업을 경유하나 성산업 자체는 사회문제로 구성되지 않음으로서 권력이 계승된다.

소위 성폭력과 성매매의 구분, 성노동과 성매매 피해의 구분은 실상 컨텐츠를 팔고 사는 사람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모든 것은 상품이고 놀이이다. 스튜디오 촬영 성폭력, 사이버 성폭력, 성매매 과정에서의 성폭력, 성매매 후기와 여친 인증, 그루밍을 통한 아동성착취 사이에 아무런 변곡점이 없다. 사건들은 피해자다움과 꽃뱀/창녀의 이분법, 성폭력과 무고의 이분법이라는 동일하게 왜곡된 법적 쟁점으로 비호받는다. 누구도 피해자를 강간하진 않았다고 말한다. 여성의 동의와 행실, 화대의 유무가 쟁점이 되는 동안 컨텐츠 소비자들에게 윤리적 법적 안전망이 제공되고, 생존자들을 엮어줄 연대의 인식론은 지연된다. 그렇게 성산업 위에 세워진 국가와 도시는 굴러간다.

성산업에서 거래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각종 컨텐츠로 제작된 성적 이미지들, 이것의 체현과 수행이다. 여성들은 특정 사이즈 및 업종에 기대되는 복장과 태도를 갖춘다. 강남 룸살롱에서는 성형하여 ‘와꾸’를 갖추고 키스방에서는 일반인과 구분되지 않는 ‘여대생’ 스타일을 수행하며 조건만남에선 교복을 갖고 오라고 주문을 받는다. 여성들은 섹스와 로맨스에 대한 일방적인 판타지를 충족시켜야 하며 그것을 위반할 시  “내상 입었다”라는 컴플레인을 받거나 꽃뱀으로 몰린다. 고통은, 상품성의 체현과 불화하는 실제하는 몸, 서사를 지니고 감정을 느끼는 몸을 지녔다는 조건에서 발생한다. 성산업에서 거래되는 체현들과 실존하는 몸 사이를 메꾸는 소진과 트라우마는 성이 구체적으로 상품화되면서 어떻게 그토록 특정 성별에게 착취적인 방식으로 구축되는지를 보인다. 성이 거래되는 순간 실존하는 몸을 살해하려는 의도가 관철된다. 여성으로부터 자아를 가지고 고통을 느끼며 관계 맺는 자리를 박탈하고, 남성 – 소비자의 각본대로 기능하는 상품의 자리에 위치짓기가 이루어진다.

그야말로 좀비의 도시, 인터넷 댓글창에는 미투 운동에서 터져나온 목소리들을 적대하고, 피해자의 죽음을 조롱하며 인간 대신 구매자가 되기를 거듭 택하는 사람들이 즐비하다.

 

4.

 

이제는 정상적으로 굴러가는 일상과 노동을 의심한다. 성적 착취를 본능적인 쾌락으로 전환하고 상품가치를 획득하도록 하기 위해, 자연화된 폭력으로서 쾌락을 생산하고 거래하도록 추동하기 위해 제공되는 것인가 하고 의심한다. 판매자-구매자간의 거래로 오인된 남성성의 거래, 젠더화된 권력과 자본간의 거래를 의심한다. 이 모든 고통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세상이 파괴되지 않는가 하고 의심한다. 세상이 고통을 의도하고 있지 않다면 말이다.

카르텔이라는 말은 국가와 법, 질서라는 가치의 피라미드가 뒤집어져 있다고 적시한다. 연일 터져나오는 공무원, 의원, 검경의 성산업 비리유착과 성상납, 여성 혐오 발언이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집단 전체를 대표하는 것임을 확인사살한다. 진보와 보수 같은 남성중심적 진영론이 성산업을 사회적인 문제로 해결하는데 있어 아무런 정치적 지표가 되어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긍정한다.

성매매가 불법인 한국의 각종 경제 영역에서 성산업 수익이 발생한다. 성매매포털사이트는 몰카를 미끼로 던져 업소 광고 수익을 올리고, 유흥탐정은 단속전화를 걸러내기 위해 만들어진 성구매자 데이터베이스가 시초였다. 유흥업소와 대부업체, 성형외과의 합작인 성형대출상품의 이윤은 오롯이 여성들의 부풀려진 수술비 그리고 터무니없는 이자를 성립시키는 성매매 일에서 발생한다. 한국은 성착취 목적의 인신매매 종주국이며 ‘엔터테이너’에게는 비자를 주지만 폭력 피해자는 추방한다.

방대한 이윤 그리고 권력과 고통 사이의 낙차가 착취의 크기이다. 여성이 안전한 사회는 불가능하다. 여성이 안전하다면 현재와 같은 사회형태를 유지할 수 없다. 여성들의 몸으로 살아낸 지옥 같은 현실을 부수기 위해 카르텔을 말한다. 카르텔을 명명함으로서 현실을 포착하지 못하는 통념에 기반한 언어들을 깨트린다. 사소화 된 고통에 존엄을 부여한다. 성산업 카르텔을 말한다는 것, 착취를 도려내고자 함은 다른 사회와 주체성을 말하기 위함이고, 개인의 일상과 노동, 섹슈얼리티의 회복과 탐구로 저항하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