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이룸공부방 기획간담회 두번째 : 재생산X커먼즈 후기 두울,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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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산과 커먼즈 간담회 조각후기 _소원

 

-<배틀 그라운드>, <캘리번과 마녀>를 읽었던 준비모임과 ‘재생산과 커먼즈’ 간담회를 통해 이룸 공부방 동료들이 남긴 발제와 토론 그리고 백영경 선생님의 말씀은 나에게 ‘(임금)노동이나 (개인의) 권리로 포섭되지 않는 영역’에 대한 고민들을 자극해주었다.

-먼저 섹스, 임신, 출산, 양육, 살림, 돌봄, 간병 등의 일에 대해 ‘이것은 왜 노동이 아니란 말인가’라는 주장으로 충분한가에 대한 고민. 전통적으로는 임금노동 형태로 이뤄지지 않았던, 주로 가족에 묶여 여성에게 부여된 과업들에 대해 생산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재생산노동으로 의미화할 때, 생산/재생산노동의 구분이 재생산노동을 생산노동에 비해 부차적인 것으로 위치 짓는(것 같은) 답답함. 그리고 그러한 과업들이 노동으로 인정되고 임금을 받는다 해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그 무엇, 잘 포착되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것 같은) 부분들이 남겨지는 찜찜함. 부불이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돈으로 환산 불가한 일들. 이에 대해 시간성이라는 축을 도입한 백영경 선생님의 설명이 인상 깊었다. 생애사적으로 접근하면 여성에게 생산노동과 재생산노동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으며, 세대적 생산의 문제도 고려해야한다는 것이다. 재생산노동이라 명명하지 않더라도 재생산의 범주를 확장할 수 있는 실마리로 다가왔다. 개인의 결정이나 행위만으로 환원되지 않고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과정이 있는데, 사회적으로 굳어진 노동 개념으로 접근하면 이러한 측면이 드러나기 어렵다는데 공감했다. 그런데 이렇게 넓혀 가면 재생산 바깥에는 뭐가 남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음으로 ‘마이 바디 마이 초이스’ 대신 재생산‘권’을 주장하면 괜찮은가에 대한 고민. 임신중단권보다 재생산‘권’이 더 포괄적인 권리인 것은 맞는데 애써 의미를 넓혔던 재생산을 다시 권리라는 틀에 담으면서 발생하는 긴장은 없나. 권리라고 하면 그 주체가 개인으로 상정되는 인식이 강해서 그러한 것인지, 내 몸에서 일어나도 내 것으로 끝나지 않는 측면이 있고 나의 노동만으로 끝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실컷 강조했는데 권리가 붙으면서 주체 중심으로 다시 논의가 되돌아가는 느낌, 동성커플의 재생산권, 대리모의 재생산권, 성매매 과정에서 여성의 재생산권…. 재생산‘권’을 외칠 때 그 안에서 성매매 과정에서 여성의 재생산‘권’은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라는 이룸의 문제제기가 그러한 틈을 집어주는 것은 아닌지 연결 지어 논의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국가도 사회도 가족도 개인도 아닌 커먼즈’는 도대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 국가의 ‘공’이나 공동체의 ‘공’으로서 공공성으로 환원되지 않는 어떠한 공동영역, 재생산이 이뤄지는 기반이라는 백영경 선생님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너무 불분명하다. 전근대적 마을공동체의 민주화 버전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개념적 차원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소위 마을공동체와 어떻게 변별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소유관계를 변화시키기 위한 상상력과 실천이 중요하다는데 동의하면서도 욕망을 커머닝함으로써 확대재생산으로부터 벗어난다는 기획이 주는 난감함. 솔직히 아직은 최근 유행하는 ‘커먼즈’에 대해 믿음이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