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회 전국인권활동가대회 中 <우리가 만들 광장> 토론문

지난 7월 18-19일 이틀동안 진행된 19회 인권활동가대회에서, 감사하게도 이룸을 초대해주셨어요🫶
고민도 쌓고, 힘 받는 시간이었어요🥰 애써주신 기획단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불러주신 덕분에 “우리가 만들 광장” 전체프로그램에서 토론도 하고 왔어요! 이루머  혜진의 토론문을 공유합니다.

 

폭주하는 남성성과는 다른 세계를 위해서

혜진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1. 현황 : 폭주하는 남성성

폭주하는 남성성의 발현이 나열할 수 없는 수많은 부정의한 상황들과 인권의 침해를 야기하고 있다. 심지어는 돈이 되고 있다. N번방이 그랬고, 웰컴투비디오가 그랬고,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폭력이 그랬고, ‘야동’으로 기능하던 수많은 불법 촬영물과 이를 활용하여 수익을 얻어왔던 웹하드 카르텔이 그랬고, 30-37조 규모로 추정되는 독보적 규모의 한국 성매매산업이 그러하다. 여성을 성적으로 종속하고 지배하고 이 경험을 공유하며 남성연대를 쌓는 것이 ‘남성성’의 획득이 된다. 이러한 견고한 남성권력은 여성을 성적으로 종속.지배하는 장이 큰 돈이 되게 하였고, 여성의 몸을 통해 창출되고 있는 이윤을 여러 갈래로 착취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러한 현실임에도, 윤석열은 선거기간부터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여성가족부 폐지’ 7글자를 공약으로 제시하며 안티페미니스트들의 표를 얻고자 하였다. 제도 정치에서도 ‘남성성’의 정치가 이어진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내내 폭력 피해 여성 지원 제도를 비롯한 복지 예산을 삭감하고 노동권을 탄압하며, 사회 공공성과 인권을 저하시키고 자본과 권력관계의 우위에 위치한 사람들의 손을 들어주는 정치를 실현하였다. 이러한 남성성 정치의 폭주는 계엄령으로까지 이어졌다. 이후 민주주의의 회복을 요청하는 광장을 채운 것은 페미니스트 시민들이었다. 여성, 성소수자, 농민, 노동자, 장애인 등 여러 위치성을 가로지르며 차별과 혐오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연대를 나누었다. 나의 파이를 구하는 담론으로 귀결되지 않는 급진적 정치였으며, 나의 위치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시작해 여타 위치성으로 인한 차별과 불평등에 함께 저항하는, 그야말로 페미니스트 정치의 내용으로 광장이 채워졌다. 그러나 이어진 대선은 절망적이었다.

이미 불평등한 사회구조의 존재는 지운 채, 동등한 ‘개인’의 존재를 상정하고 ‘공정함’을 강조하는, 따라서 전혀 공정하지 않은 결과를 자아내는 공정주의 담론이 팽배해 있다. 이는 페미니즘의 문제의식은 ‘불공정’한 것이며, ‘젠더 갈등’으로 축소.왜곡시키는 흐름으로 연결되고 있다. 페미니즘에 대한 거부(결국 가지고 있는 것을 놓지 않겠다는)는 이러한 흐름을 타고 페미니즘을 극단적인 것, ‘정신병적 세력’으로 왜곡하고 주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안티페미니즘 정동을 자원화한, 사회적 어려움을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의 탓으로 돌리는 극우세력은 8%를 넘는 표를 얻었다. 민주당의 전략 또한 이러한 흐름과 다르지 않았다. 여성운동이 요구하는 성평등 정책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으며,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모두를 위한 성평등이어야 한다’, ‘남성 성평등 또한 포함하는 것이다’라는 식으로 안티페미니즘 담론의 눈치를 보며 페미니즘과의 선긋기를 하고 있다. 불균형한 권력관계의 타자의 위치에 놓인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를 폭력의 대상으로 삼고 착취하고 활용하며 주변화하고 배제하는 ‘남성성’의 발현이 심화되고 있다. 버젓이 존재하는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삭제한 채 공정하지 않은 ‘공정’을 주장하며, 불균형한 권력관계를 심화하는 공정주의 담론은 여기에 날개를 달아주며 담론도, 정치도, 제도도 ‘남성성’을 발현하고 있다.

2. 목표와 문제의식 : 젠더섹슈얼리티 권력관계의 해체, 다른 세계로의 전환

우리는 의심의 여지 없이 여성을, 소수자를 ‘타자’로, 폭력의 대상으로 삼고 착취하고 활용하며 주변화하고 배제하는 부정의한 남성성을 해체해야, 이를 형성해내는 젠더섹슈얼리티 권력관계를 해체해야 한다. 성매매산업은 여성의 성적 종속을 전제로 한 ‘아가씨 노동’[1]과 각종 성적 접촉이 남성들의 즐거움이 되는 기울어진 젠더권력관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구매자는 여성에게서 종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성구매를 하고, 그 안에서 여성을 통제하며 남성성을 실현한다. 그들의 욕구가 모이며 성매매 산업에는 많은 돈이 흐른다. 그러나 현존하는 권력관계는 삭제한 채 구매자와 판매자 개인간의 거래로 간주하며, ‘사는 사람도 문제고 파는 사람도 문제이지 않냐’는 식의 자유주의적인 접근이 반복된다. 이는 성적인 여성을 향한 규율과 합쳐져 성매매여성을 향한 사회적 처벌로써 작동한다. 한국의 현행법 또한 이와 다르지 않아 성매매여성을 형사 처벌하며 성매매산업 내에서 부당한 일들, 폭력을 경험하더라도 성매매여성들의 입을 막는 효과를 자아내고, 인권을 더욱 열악하게 하고 있다. 불균형한 권력관계의 존재를 삭제하며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를 ‘타자’의 위치에 정박시킴으로써 계속해서 대상화하고 착취하고 활용하며 주변화하고 있다. 이미 차별과 불평등을 경험하는 이들의 인권은 설 곳을 잃는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젠더섹슈얼리티 권력관계를 가리우는, 자유주의적 공정주의 담론의 극복이 필요하다.

성매매산업은 ‘돈이 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확장된다. 버닝썬, N번방, 웰컴투비디오, 웹하드카르텔에서 확인할 수 있듯, 부정의한 남성성 발현이 돈이 되기에, 여성의 몸을 통해 창출되는 이윤을 여러 갈래로 착취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이윤과 자본증식이 목적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정의한 남성성’을 활용하고 재생산하고 있는 산업임은 중요하지 않다. 때로는 성폭력의 방식으로, 때로는 그루밍.성착취.협박의 방식으로, 때로는 성매매의 방식으로, 다양한 방식을 활용한다. 성매매산업은 금융자본의 운동과 조응하며 변화.발전해오며, “자본주의 경제체제 내부에서 고유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하나의 정상화된 산업으로 작동”[2]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한 개입은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는 대부업, 성형산업 등을 비롯한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대한 전환없이는 어렵다. 이윤과 자본증식이 목적인 자본주의 사회, 이를 위해 끊임없이 여성들을  무임노동으로, 성적 착취로 활용하는 가부장제 사회에 대한 전환이 필요하다.

3. 함께하고 싶은 고민 : 어떤 언어와 실천이 필요하고 가능할까?

경제적, 사회적 자원이 부정의하게 배치되어 있는 현 사회에서,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과 ‘정상성’을 갖추지 못한다면 삶을 꾸려나가기 위한 충분한 자원을 얻을 수 없다. 그러나 ‘능력’과 ‘정상성’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 ‘자격’을 갖추기 위해 방황하고 견뎌내는 시간들을 가질 여력이 없는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존재한다. 이들에게 ‘현명한 선택’으로서 성매매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성매매문제는 빈곤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에 개입하기 위해서는, 비가시화되는 여성 빈곤에 대해 설명하고 저항할 수 있는, ‘최저 임금선 이하의 수입’이라는 기존의 설명을 갱신하는 언어와 실천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빈곤, 노동, 폭력 피해의 구획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현 사회 여성, 소수자, 민중들이 경험하고 있는 다채로운 상태를 설명할 수 있는 언어와 실천은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까? 젠더섹슈얼리티 권력관계를 해체하는, 자유주의 담론을 극복하는, 자본주의 가부장제 사회를 전환하는 다른 세계는 어떤 상상력과 언어로 열어갈 수 있을까?

[1] 황유나, 《남자들의 방 : 남자-되기, 유흥업소, 아가씨노동》, 오월의봄, 2022.

[2] 김주희, 《레이디 크레딧 : 성매매, 금융의 얼굴을 하다》, 현실문화,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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