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2017년 마지막 이태원 아웃리치가 12월 15일에 진행되었어요. 동행해주신 이예지님이 후기를 남겨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재개발, 뉴타운이라는 이름의 강력한 유령이 서울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정주하고 있던 사람들은 어딘가로 밀려나서 제 자리를 찾고 있을테고 토건사업이든 자본이든 어디든지 ‘삽질’할 곳을 찾고 있겠죠. 성매매집결지가 있었던 용산, 청량리도 재개발 바람이 휙 휩쓸고 지나갔고, 현재도 집결지가 있는 미아리도 ‘서희 스타힐즈’나 ‘동일 하이빌’이 들어선 지 꽤 되었고, 끊임없이 압박을 받고 있네요. 이태원도 한남동의 일부가 재개발 구역으로 선정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주를 고려하거나, 남아서 싸우거나 하는 선택을 하는 것 같습니다.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합니다. 재개발 하는 곳에 성매매 집결지가 우연치 않게 있었던건지, 아니면 성매매 집결지가 있어서 재개발을 하는건지 헷갈린다고요. 집결지와 기지촌이 적극적으로 기획되기 시작하던, 새마을 운동의 바람을 맞던 그 때와 토건산업과 자본의 이익에 맞물려 뉴타운들이 우르르 지어지는 지금은 무엇이 다를 지 고민하게 됩니다. 우리는 우리 삶대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곳에 살 수 있는건가. 또 가끔은 이 모든게 주어진 상황 속에서, 저항할 수 없는 거대한 것들이 우리를 어느 상황에 배치해놓고 선택할 수밖에 없는 어떤 삶들을 고르라고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항할 지 타협할 지는 네 마음이야, 하고 조롱하는 기분도 듭니다.

 

 

 

 

조금은 더럽지만(?) 저는 “침을 뱉고 그 위에 선다”는 표현을 좋아합니다. 그래요, 어쩌면 우리는 우리의 삶을  마음대로 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 통제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우리가 해야할 일들은 깃발을 올린다거나 머리끈을 매는 거창한게 아니어도 좋아요. 그냥 개같이 구는 놈들한테 침을 뱉어요. 마음대로 입어도 좋고 내가 여자여도 좋고 남자여도 좋아요. 혹은 아무것도 아니어도 좋아요. 저는 이상하게도 이번 이태원 아웃리치를 하면서 세상에 엿을 먹인다는게 무엇인지 고민해본 것 같습니다. 물품을 전하러 간 업소에서 성구매 남성을 마주쳤고 언니들이 들어오라고 했던 그 찰나, 조금은 규범적이지 않은 모습을 한 언니들을 마주했던 때들, 그리고 성산업 안에서의 트랜스젠더 언니들과 만났을 때. 어떤 누군가는 성 산업속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상황은 분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무엇인지 계속 생각하게 됩니다. 크지는 않지만 계속 침을 뱉읍시다. 누군가의 삶 속에서 너무 ‘당연하게’ 자리잡은 성구매 현장에 비집고 들어가서 그 위에 섭시다. 침이 더럽다면 호루라기도 좋고 막춤을 추어도 좋아요. 서지 않고 그 위에 앉아도 좋아요. 무엇이든 좋으니 가만히 있지만은 않겠다고 약속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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