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0-12월 동안 이룸에서는 총 442건의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상담을 하다보면 경제적 압박과 물리적 폭력의 경계가 매우 모호하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많습니다. 법률지원 과정에서 채무 문제로 시달리거나, 구매자와 업주 혹은 친밀한 주변 관계인으로부터의 폭력에 위협받는 언니들을 자주 만나곤 합니다. 25년의 마지막 두 달 간 이룸은 파산 이후 채권자로부터 걸려온 소송, 일수업자들의 빈번한 채권추심, 카드빚으로 도움을 요청한 사례 등을 마주했습니다. 또 구매자의 신상 유포 협박, 돈 지급에 대한 약속을 언 지킨 구매자, 위험한 환경에 몰아넣는 업주와의 다툼,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으로 성매매를 하게 된 사례도 있었습니다. 성매매 여성을 단속하는 경찰의 차별적 관행 역시 계속되고 있습니다. 채무조정 제도, 그리고 사기 친 업주로부터 떼인 돈을 받기 위한 법률지원도 이뤄졌습니다.
밤낮이 바뀐 상태에서 술을 지속적으로 마셔야하고, 구매자로부터의 폭력과 위협에 개인으로 대응해야하는 상황은 여성들로 하여금 병원에 주기적으로 다니도록 만듭니다. 정신과와 산부인과는 물론이고, 지속적 음주가 치아와 소화기에도 영향을 미쳐서 언니들은 다양한 이유로 의료지원을 요청합니다. 이번에는 산부인과 질환 치료 지원 및 임신중절 문의, 소화기내과 지원과 치과 의료지원 등이 이뤄졌습니다. 성매매라고 하면 특정 질환만 생각하지만, 사실 상담사례를 접하면 여성의 몸에 정말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심리상담 역시 꾸준히 이어져오는 지원입니다. 구매자와 업주뿐만 아니라 경찰 단속까지 성매매 과정에서 겪은 폭력과 위협,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 경제적 어려움과 삶의 고단함 등으로 이룸에 오시는 분들은 심리상담을 자주 언급합니다. 사회적 낙인과 법적 처벌로 고립되기 쉬운 성매매 여성들은 관계 맺기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그럴 때 심리상담은 안전한 관계망이자 관계 맺기 역량을 키워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심리상담지원과 여타 다른 지원만으로 내담자의 근본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긴 어렵습니다. 한정된 지원체계 안에서 어떤 것이 최선일까를 항상 고민하게 되는데, 2026년에도 이 고민은 계속 이어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