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_소윤

예고없이 기온이 뚝 떨어져 쌀쌀한 밤, 조용한듯 부산스러운 이태원 역 인근의 분위기는 조금 낯설었습니다. 

정복을 차려입은 경찰들이 교차로에 서있거나 좁은 골목을 돌아다니며 보행자가 길 건너는 것을 챙긴다거나 하는 어색한 ‘그림’들 때문이었달까요.

 

유독 경찰이 길에 많다는 생각이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역 인근의 전광판에 불을 밝히며 반짝이는 여러 패션브랜드 광고 사이에 뜨는 짧은 공익광고가 인파밀집 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안내 사항을 담고 있어 이번주가 이태원 참사가 있었던 10월 29일을 다시 맞는 전 주의 주말이라는 것을 새삼 알 수 있었습니다. 

 

 

 

 

 

 

 

 

 

 

 

 

 

 

 

 

 

 

장사 준비하시는 분들도, 사람들로 거리가 채워지는 아랫동네 이야기에, 이태원에서 일어났던 날을 다시 떠올리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더해주셨습니다.  

 

언덕을 오르내리며 본격 시작한 아웃리치, 평소보다 늦게 시작한 것 같은데도 문을 열지 않은 가게가 많아 걱정도 되고 궁금했습니다. 

 

이전에도 한 참 영업 준비 중이어야 할 시간에 간판이 꺼져있는 가게를 보면 문이 잠겨있는 건지 조심히 두드려도 보고 한 참 주변을 서성이다 보면  준비 중이시다가 맞아 주시는 경우가 있긴 해서 “한 달에 한 번 오는 이룸입니다” 인사를 문 틈 사이로 넣어 봤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문 안쪽에서 전혀 인기척을 느낄 수 없는 곳들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준비한 소식지와 아웃리치 물품도 많이 남아버렸어요.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문을 연 몇 곳이 있어 소식을 물었습니다. 

 

최근 경찰이 불시 단속을 나와 업소에 다녀가는 일이 늘었다는 얘기도 듣고, 

확인할 방법이 많지 않지만 이런 저런 개인 사정들도 있으신 것 같다는 추측도 전해 들었습니다.

 

한 참 개시 준비로 정신없이 바쁘셨는데 

몇 달 전 만났을 때도 “맨날 받기만 해서 미안했다”고 여러 번 하시더니 

오늘은 냉동실에서 “(이룸) 오면 줄라고 둔 거다”하며 고급 초콜릿을 내주신 사장님께는 

짧은 안부와 함께 잘 먹겠(었)습니다 인사드리고 금방 나왔어요.

 

점점 추워지는 날씨지만, “점점 추워지는데 고생한다”는 말씀 덕인지 밖과 다른 문 안쪽의 온기 덕인지 인사를 주고 받을 때 만큼은 추위가 가시는 듯했어요. 

 

여러 개의 문들을 열고 들어갔다가 나왔다를 반복해 보니 금새 11시가 되어

마무리 미팅을 가진뒤 집으로 가는 지하철 막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급히 헤어졌습니다.

이태원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며 앉아 있으니, 밖과 다른 승장장의 고요함 때문에 꼭 다른 세계에 온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음 달에는 좀 더 차가워진 공기를 이겨내며 언덕을 올라야겠죠? 금방 또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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