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 2. 성매매집결지의 폐쇄는 여성 인권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
_노랑조아(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활동가, 서울시성매매피해여성지원시설협의회)
안녕하십니까. 저는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에서 활동하는 노랑조아입니다. 이룸은, 성별권력관계와 경제적 불평등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성매매산업에 반대하고, 성매매산업 축소 및 해체를 지향하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오늘 이룸의 지향과 같은 이유로, 미아리 텍사스에서 종사했던 여성들에 대한 어떠한 대책도 없이 자본과 도시재생의 이해와 맞물려 진행되고 있는 집결지 폐쇄에 반대합니다. 따라서 집결지 폐쇄와 동시에, 성매매 종사 여성들에 대한 여성인권적 관점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함을 촉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미아리 집결지는 1960년대 말, 서울 종로3가 집결지가 폐쇄되며 형성되어 1970~1980년대 박정희 정권 하에서 외화벌이와 관광 진흥의 수단으로 활용되었고, 서울 북부 최대의 성매매 집결지로 성장하였습니다. 공권력은 성매매를 단속하면서도 동시에 집결지를 통제·관리하는 이중적 태도로 성매매산업을 묵인-관리해왔습니다. 또한 자본은, 여성의 성을 통제하고 지배하며 남자되기를 실현하는 남성 중심적인 욕망에 터를 잡고 여성의 몸과 섹슈얼리티를 착취하며 거대한 배를 불렸습니다. 빈곤한 여성,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여성, 생존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몸뿐인 여성들이 자발, 비자발적으로 몰려들어 이곳에서 치열하게 삶을 일구었습니다. 미아리 성매매 집결지는 가부장적인 정부와 자본이 적극적으로 공모하여 가난하고 자원 없는 여성들을 끌어들여 번성한, 일종의 빈곤산업의 장소인 것입니다.
정부는 여성들의 몸을 활용하여 이윤을 취해왔던 역사, 성매매 집결지를 비롯한 성매매산업을 활용하고, 묵인하면서도, 동시에 ‘성적인 여성’을 통제하고 처벌하겠다는 논리로 여성들을 감염병 매개 취급하며 관리하고 처벌해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성매매 집결지를 가능하게 하는 성적인 불평등, 경제적인 불평등에 대해서는 방기한 채, 성매매산업을 활용하고, 묵인하며, 여성들을 관리하고 처벌해온 책임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배경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미아리 집결지 폐쇄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성산업을 둘러싼 부정의에 대한 책임과 시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보호해야 할 국가의 의무는 온 데 간 데 없이, 그저 자본과 도시 재생의 논리로써, 긴 시간 집결지에 정주하며 일하고 삶을 일궈온 성매매 종사자 여성들을 어떠한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내쫓고, 쓸어버리려 하고 있습니다. 성북구는 성판매 경험이 노출될 수 있어 주소지를 집결지로 옮겨놓지 않는 여성들의 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건물주와 업주만이 보상을 통해 재개발의 이익을 기대하는 현실에서 여성들의 존재를 지워버리고 있습니다.
집결지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쓸모가 다했을 때 버리면 되는 소모품이 아니라, 길게는 30,40년을 거주하고 일하고 먹고 자며 삶의 터에 뿌리를 내려온, 아플 때는 약국에서 약을 지어다 먹고 날이 좋을 때는 좋은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리며 설레기도 하는 살아있는 사람, 돈을 벌어 가족을 건사하고 아이를 기르기도 하는, 국가가 존엄한 삶을 살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살아있는 시민입니다. 그동안 살아온 직장이자 주거지이자 생활 생태계에서 뽑혀나가게 된 상황에서, 구체적인 맥락과 조건에 대한 대화를 통한 현실적인 지원 없이 낡은 건물처럼 쓸어버리려 하는 비인간적인 행태는 민주시민에 대한 기만이고 모욕입니다.
또한 성판매 여성들은 이주 보상의 권리를 넘어, 성매매하지 않고도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가부장을 중심으로 자원을 배분하며 초래되는 성차화된 빈곤과, 일정한 기준의 역량과 정상성을 전제로 주어지는 자원 접근성, 한 발 뒤로 삐끗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신자유주의 공포는 여성, 특히 자원 없는 여성들에게 자꾸만 성매매 권하는 사회에 다름 아닙니다. 성별임금격차를 해소하고, 생애 위기의 순간에 촘촘한 돌봄과 복지가 뒷받침 되는 사회적 안정망을 만들 책임이 국가와 사회에 있음을 인정한다면, 지금 이 야만적인 재개발의 국면에서 여성들은 안정적인 이주와 자립을 위한 국가의 충분한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여성가족부에 요구합니다. 지금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성북구 신월곡 1구역에서, 성북구가 성매매 종사 여성들을 불법적인 존재로 치부하며 지워버리고 대책없이 내쫓지 않도록, 집결지에 살고 있는 여성들의 구체적인 얼굴을 만나 대화하고, 폐쇄를 둘러싼 현실적인 방안을 함께 찾도록 촉구하십시오.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채 기만적으로 잠자고 있는 조례가 작동하도록, 여성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 예산을 편성하고, 자립·생계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십시오. 그리고 무엇보다, 성매매여성 처벌을 통해 가난한 여성을 처벌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여성의 몸과 성을 착취하여 자본의 배를 불리는 성매매 산업을 해체할 방법을 당사자 및 현장 활동가들과 함께 찾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