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동두천 옛 성병 관리소를 지키기 위한 현장예배 – 발언

2024.10.11.금요일,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를 지키기 위한 현장예배]에서 노랑조아가 발언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에서 활동하는 노랑조아입니다. 동두천 옛 성병 관리소에 대해 찾아보니 이렇게 나왔습니다. “동두천 옛 성병 관리소는 1973년에 세워서 1996년 폐쇄된 곳으로 한국정부가 기지촌 미군 ‘위안부’여성들을 대상으로 성병검사를 실시하고 검사 탈락자를 수용하던 곳이다.” , “동두천 옛 성병 관리소는 현재 전 세계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성병 관리소로 여성 인권 침해의 아픈 역사를 증언하고 있는, 보존가치가 높은 역사적 장소이다.” 또, “전쟁과 분단, 군사주의가 빚어낸 여성 인권 침해의 상징적 공간이며… 역사의 피해자가 요구하는 피해 현장 보전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이미 2024년 9월 2일부터 10월 2일까지 <미군 ‘위안부’ 기지촌에 대한 국가의 사과 촉구와 경기 동두천시 기지촌 성병 관리소 철거 반대에 관한 청원>에 52,585명이 동의하여 국민청원이 접수되었고, 현재 국회 여성가족위에 배정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또 경기도 청원으로 <근현대문화유산인 동두천 옛 성병 관리소의 도문화유산 임시지정 청원> 또한 도지사 답변 요건인 1만여 명을 달성했다고 들었습니다. 또한 10월 10일 어제 있었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여성 인권 침해의 상징 장소인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가 근현대문화유산으로 임시 지정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동두천시)에 강력 요구하겠다고 밝혔다는 소식도 들렸습니다. 

지역사회를 비롯한 여러 시민단체가 역사적 사건의 현장을 보존하려, 지자체 주도의 개발논리에 맞서 맹렬하게 투쟁하고 계신 것에 깊은 존경과 연대의 마음을 표합니다. 성병 관리소의 존재와 함께 익히 알려졌듯 기지촌 여성들은 국가가 주도한 성매매 체계 안에서 이윤을 위한 수단처럼 여겨졌고, 얼마든지 인권을 유예할 수 있는 비시민 존재로 취급받으며 건강권과 재생산권, 평등권, 신체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무엇보다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침해당했습니다. 이미 당사자 소송 8년 2개월과 <기지촌여성인권연대> 결성 10년의 결과로 2022년 9월 29일 대법원 판결이 밝혔듯 기지촌 성매매는 정부 주도의 국가폭력이며, 이에 따라 기지촌 여성은 피해자로 명명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국가폭력의 피해자이자 생존자로서, 기지촌 여성들의 삶과 경험과 다양한 얼굴들은 더 많이 드러나야 하고, 발굴되어야 하고, 연구되며 보존되고 기억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기억이라는 것은, 지금은 이미 종결되어버린, 과거 어느 시기의 단절된 역사만을 뜻하지 않을 것입니다. 기지촌 여성들로 하여금 말하지 못하게 하고, 또는 말하여도 들리지 않도록 한 힘은 국가폭력에만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나라 전체가 가난하던 시절에, 빈곤한 여성들을 끌어들여 몸을 통제하고 섹슈얼리티를 상품화하여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였던 국가의 주도 한 편에는, 그를 통해 이윤을 얻으면서도 동시에 성매매 여성을 폄하하고 배제하는 유구한 이른바 ‘창녀혐오’가 있었음을 우리는 고백해야 할 것입니다. 여성에게 강요되었던 정조 관념과 순결에 대한 강박, 성적 대상화, 성적인 여자는 음란하고 음탕한 여자라는 프레임과 구별이, 우리 사회가 여성들의 호소에 재갈을 물려온 중대한 사회적 처벌일 것입니다. 피해를 말하지 못하고 또 말하여도 신뢰받지 못하여 온 배경에는 나 자신을 드러낼 수 없고 가족구성원으로도 받아들여지지 않는사회적 배제와 혐오의 힘이 강력하게 작동하였음을 우리는 숙고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성판매 여성에 대한 혐오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자원의 부정의한 배치와 자본주의 경제체제, 가부장제 하에서 국가의 주도 및 묵인 방조와 이중규제가 거대하게 키운 성매매 산업의 구조를 보지 않고,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의 자유로운 거래로만 성매매를 상상하며 이 모든 책임을 ‘음란한’ 여성의 탓으로만 돌리는 지금의 법적, 사회적 처벌로는 생동하는 성판매 여성의 경험을 길어올릴 수도, 성매매 현장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인권 침해에 마땅하게 대응할 수도 없습니다. 불리한 법적, 사회적 지위는 여성으로 하여금 폭력을 감내하게 만듭니다. 성매매 산업이 여성의 몸과 섹슈얼리티를 이용해 돈을 버는 동안 빈곤한 여성이 음란의 프레임으로 처벌당하며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역사적 사실을 보존하고 기억할 때에, 그 역사가 끝나지 않은 채 여성들의 고통이 계속해서 재생산되고 있음을 함께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그런 기억의 힘이 지금 살아있는 생존자들과 그 시기를 살아온 모든 이들, 그리고 사회적 폭력에 분투하며 살고 있는 성매매 여성들에게 마땅한 존엄을 돌려주고 온전한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서로 존중받는 길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염원하고 꿈꾸는 하나님 나라와 조금 비슷해지는 길일 거라고 믿습니다. 옛 성병 진료소가 평화박물관이 되는 그날까지, 계속 지지하고 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_이한별(촛불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