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발언]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폭력 대응 긴급 집회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발언문

[2024. 9. 6.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폭력 대응 긴급 집회]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발언문

안녕하세요.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나나입니다.

2020년 N번방 성착취 사건이 터져서 전국민이 충격과 분노를 금치 못했던 사건, 여기 계신 여러분들 기억하고 계십니까? 그리고 4년 후인 2024년 오늘, 우리는 여전히 여성을 물화하고, 놀잇감으로 여기는 남성문화의 변화되지 않은 현실에 분노하여 이 자리에 있습니다.

딥페이크 성범죄가 터지자, 언론은 이 사건의 아직 ‘어린’ 10대 가해자를 악마화하거나, 일반인 혹은 ‘유명’ 연예인도 피해자라는 방식으로 보도를 연달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정부와 국회는 “엄정 대응”하겠다며 한 목소리를 내며, 각종 법안들을 발표하기 위한 토론회를 열고 있습니다. 또한 온라인상에서는 다시 젊은 청년 여성을 중심으로 메르스 갤러리가 탄생했습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이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충격과 분노로 들끓고 있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분노에 함께 공명하기도 하지만, 약간의 뒤틀림을 느끼고 있습니다.

불과 몇 개월 전 일입니다. 유명 여성 BJ가 나이 많은 남자와 그저 길거리를 걸었다는 이유로 사실과는 상관없이 ‘스폰’ 관계라는 논란이 발생하고, 그 여성은 ‘벗방’ 컨텐츠를 통해 ‘돈’을 버는 BJ라며 호도되는 현실, 그리고 이 BJ를 향한 사회적 비난을 잊지 못합니다. N번방 사건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섹계와 일탈계를 하는 여성들은 ‘돈’을 목적으로 한 것이고, ‘자발적’으로 한 것이기에 ‘당해도 싸다’라는 인식, 그 인식은 과거나 현재나 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쯤에서 우리의 저항이 누구를 포함하고, 누구를 배제하고 있는지, 우리의 분노는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디지털 문화가 변화 발전함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 즉 딥페이크 피해와 벗방 비제이, 그리고 성매매는 결코 동떨어진 일이 아닙니다. 국가와 남성이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공모자가 되어 여성을 성산업으로 내몰고, 이를 통해 수익을 얻었던 ‘유흥업소’의 역사에서 이미 딥페이크는 배태되어 있었습니다. 여성의 몸과 섹슈얼리티를 놀이로 여기는 오프라인 상에서의 뒤틀린 남성문화는, 디지털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공간을 이전하였습니다. 젠더폭력이 배태되어있는 디지털 공간은 오프라인 공간과 마찬가지로 남성의 ‘성욕’을 긍정하고, 추동하고, 여성의 몸을 경유하여 돈을 벌며, 그렇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키스방 알리미’ 플랫폼을 통해 누군가는 성적 욕망을 해소하고, 또 누군가는 여성에게 돈을 ‘대가’로 줌으로써 성적 행위를 요구하고, 성적 요구를 수행하는 여성의 모습을 시청함으로써 전능감을 느끼는 벗방 시청자, 여성의 몸을 통해 수익을 얻는 벗방 플랫폼과 엔터사. 일상이 된 기형적인 남성 문화가  배태된 디지털 공간 안에서의 벗방, 성매매와 성산업의 그 연장선 안에 엔번방과 딥페이크가 있습니다. 따라서 딥페이크는 딥페이크만의 문제가 아니며, 엔번방은 엔번방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딥페이크 성산업 역시 남성 성욕의 절대화, 여성의 몸을 경유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거대한 디지털 성 산업 중 하나입니다.

김정희원 선생님은 ‘딥페이크 성착취물에 등장한 몸이 누구의 “몸”인지’ 질문합니다. AI는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없으므로 원본으로 쓰일 몸이 필요한데, 그렇게 동의 없이 멋대로 사용된 몸이 성노동자의 몸이라고 말합니다. 과거에는 포르노그래피에 등장하는 여성의 몸이 사용되었다면, 요즘은 “온라인 스트리머”라고 불리는, 즉 여캠 혹은 벗방 bj의 몸입니다. 따라서 딥페이크는 이중, 삼중의 착취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분노와 저항의 폭을 더욱 확장해야 합니다. ‘딥페이크’만의 문제, ‘일반’ 여성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딥페이크와 성착취물의 논의에서  남성중심적인 경제체제 안에서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활용하여 ‘돈’을 버는 여성에 대한 비난을 멈춰야 합니다. 성매매 여성들은 어쩌면 젠더폭력의 담론에서 가장 오래된 피해자이자, 그 존재가 자체가 피해자의 범주에 들어가지 못하는 잊혀진 피해자일 수 있습니다. 성매매 여성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한 인격을 가진 존재이자 시민입니다. 

우리는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몸이 돈이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를 활용하여 이득을 보는 대상은 누구인지를 질문해야 합니다. 더불어 ‘일반’인, 어떤 연예인이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가해자들은 어느 정도로 어렸는지 별로 안 궁금하지 않습니까? 우리는 질문을 전환해야 합니다. 누가 피해자인지, 누가 가해자인지를 집중하기보다, ‘많은 돈’이 벌리는 성산업, 그 자체에 질문할 것을 요청합니다. 디지털 환경을 기반으로 한 성산업은 결코 순결한 여성의 문제도 아니고, 돈에 눈이 밝아 음란한 여성의 문제도 아닙니다. 성산업이 ‘산업’으로 작동할 수 있게끔 하는 사회와 이를 뒷받침하는 남성의 폭력적인 성욕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고, 이를 유머로 여기는 남성 문화의 문제입니다.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