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을 피하려고 양산을 들고 다니는 요즘입니다. 놀랍게도 8월 7일이 입추였다고 하더라고요. 8월 9일은 말복이고요. 여름철 가장 덥다는 복날이 다 가기도 전에 가을이 시작되었다니 신기한 노릇입니다. 아직도 한참은 더울텐데말이죠! 2024년에는 가을 즈음에 언니들과 시 워크샵을 했었는데요, 올해에는 여름으로 당겨보았어요. 여름에 에어컨을 열심히 돌려도 사무실 온도가 많이 낮아지지 않는데, 여기에 친환경 화장품을 만들느라 인덕션 등 전열기구를 쓰게 되면 전기가 부족하거나 속도가 안나더라고요. 그래서 올 여름은 열을 가까이 하지 않고 시를 쓰며 보내보자고 작정하였습니다.
작년에 시 워크샵을 지켜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불량언니작업장 시 선생님인 이성미 시인은 경기도에 거주하고 계셔요. 그래서 워크샵이 있는 날이면 기차를 타고 청량리에 내린 다음 1호선으로 갈아타서 신설동 이룸 사무실로 오신답니다. 오가는 길이 녹록치 않으실텐데 선생님은 늘 기쁘게 작업장까지 와주셨어요. 이 수업을 향한 애정과 정성이 찌르르 느껴져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6월과 7월 동안 총 4차례, 우리 불량언니들이 이성미 선생님과 시 워크샵을 했어요.
사실 언니들이 작년에 시 워크샵을 처음 해보는 거라서, 좀 낯설어하고 어려워하기도 하셨어요. 아니 시를 쓰라니 나보고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싶어서 걱정을 한가득 하다가 오기도 하셨고요. 선생님 입장에서도, 시를 쓰고 싶은 사람들, 어떻게 하면 시를 잘 쓸 수 있을까 궁금해하는 사람들과 수업을 하시다가, 불량언니작업장에서 시를 생경해하고 왜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언니들을 만나 고민이 깊어지셨어요. 시를 써보자고 설득하면서 수업을 하게 될 줄은 예상 못하셨을텐데 말이에요. 이루머들도 올해 이 사업을 또 할 수 있을까 숙고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작년에 언니들이 어려워하면서도 훌륭히 시를 써내고 발표회까지 했으니, 한 번 더 용기를 내보자는 마음으로 재차 기획을 했어요.
그런데말이죠, 정말 놀라운 일이 일어났어요! 🎉😍 언니들이 작년에 비해 지난 경험을 잘 들여다볼 수 있게 되고, 거기서 떠오른 감정을 좀 더 명확하게 표현하게 되셨다고 해요. 시 쓰기 과정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의욕적으로 참여할 뿐 아니라 숙제도 꼬박꼬박 해오시고요! 선생님이 숙제를 내줄 생각을 안하셨다가도 ‘오늘 숙제는 뭐냐’고 묻는 언니의 열정에 숙제를 또 내주기도 하셨던 것 같아요. 수업의 말미에 선생님이 이루머들을 불러 오늘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누가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언니들이 어떤 모습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지를 전해주셨는데요, 그 때마다 가슴이 조금 벅차오르더라고요. 그간 늘 웃는 모습을 많이 보았던 언니의 남모를 속상함을 알게 되기도 했고, 젊은 시절 음악을 좋아했던 언니의 추억을 듣기도 했고요. 쉬이 덜어지기 어려운 아픔을 용기 있게 반추하고 표현한 언니의 마음이 공명되어 슬퍼지기도 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선생님과의 시 작업을 통해 언니들이 나의 이야기를 하는 기쁨, 시를 쓰는 즐거움을 맛보시는 것 같아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작년에 시를 완성해서 발표회를 했던 경험이 언니들에게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하셨어요(구독자 한마당 ‘벵쇼와 오뎅탕’에 참여해주신 구독자&회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그래서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많은 편의 시가 완성되었습니다. 작업장을 통해 천천히 공개가 될텐데요, 먼저 공동으로 창작한 시 한 편이 워크샵 후기로 올라와있고요, 또 갱상도 언니와 멍퉁이 언니의 작품을 인용한 물품이 제작단계에 있어요. 8월 말에 구독자들에게 발송한 후에, 홈페이지에도 소식지를 통해 알릴게요. 우리 언니들 시, 참 좋거든요. 우리가 서로 얼굴을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이런 소식을 통해서 또 언니들의 시를 통해서 마음과 마음이 전해지면 좋겠어요. 선생님이 많이 도와주시긴 했지만, 그래도 언니들이 쓴 시니까! 찡긋.
8월 중순에는 언니들과 함께 여름 나들이를 갑니다. 올해는 서해바다에 가서 갯벌체험을 해보려고 하는데요, 계획한 날짜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걱정이 됩니다. 예보가 잘 바뀌기도 하니, 부디 언니들과 나들이 가는 날 비가 안오고 적당히만 쨍~ 하도록, 그래서 언니들과 안전하게 즐겁게 잘 놀다 올 수 있도록 기원해주세요. 저희, 잘 다녀오겠습니다. 그럼 여러분 다음 소식 때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