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언니작업장 구독자 한마당 ‘뱅쇼와 오뎅탕’ 참여 후기_지수

지난 11월 20일, 서교동에서 열린 구독자한마당에 이룸 회원으로 다녀온 후기를 전합니다. 따뜻한 어묵탕과 벵쇼의 온기를 느끼며, 함께 시를 낭독하고 대화 나누는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멍퉁이님이 쓴 시 ‘나의 집에는’를 낭독하고 대화를 함께 나누며, 그의 집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특히 집에 있는 강아지와 어떤 일상을 함께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멍퉁이님은 “슬픈 기억에 대한 일기를 쓰다보니 마음이 울적해진다”면서, 함께 사는 “강아지가 마음을 달래준다”고 하셨어요. 그 마음이 시에는 “나의 집에는 강아지 담비가 있다. 매일 아침 일곱시 담비와 산책을 간다.”는 구절에 담겨 있었어요. 힘이 쎄서 산책이 힘들다는 멍퉁이님의 애정어린 말을 들으며, 힘이 좋고 밝은 담비가 오래오래 멍퉁이님과 행복하게 지내길 바랐어요. 이룸에 오는 게 멍퉁이님에게 어떤 의미인지, 이룸 활동가의 질문에 답해주신 멍퉁이님의 말이 기억에 남아요. 여기 오는 게 보람 있다고 하셨거든요. “우리가 나이가 있어서 할 일도 없고 하는데 (여기서) 시간도 많이 보내고”한다는 말에, 일상의 장면을 함께 만드는 관계가 있다는 건 정말 소중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며, 이룸이 있어 회원인 저도 이런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어 기쁘다고 생각했어요.

공주님도 이룸에서 시 쓰는 수업에 대해 소감을 말씀주셨는데, “책도 안보고 볼펜도 안잡아봤고 일기도 한 자 써본 적도 없고 갑자기 해보려니 머리가 팍 안돌아가고” 했지만, “숙제는 어렵지만 수업은 탁 머릿속에 들어”온다시면서, “수업이 재밌어요. 배울 점이 많아요.”라고 하셨어요. 무엇이 배울 점이었다고 느끼셨는지 궁금하더라구요. 공주님은 “전철을 탔다. 상쾌했다. 오다가 장사꾼 떡볶이도 보이고 아이스크림가게도 봤다.”라는 말을 하시면서, 시 선생님이 “그게 단어”라고 해주었다고 해요. 저도 공주님의 이 말이 새삼 마음에 와닿았어요.

이호님도 “이게 시인지 국어책인지 일기인지 모른다”고 하시면서도, 강하고 멋진 목소리로 “근데 이 내용은 다 내꺼예요”라고 말하셨어요. 치매로 가고 있나 걱정이 되어서 특히 더 열심히 본다시면서, 시에 담긴 이야기는 과거이자 지금이며, 현재진행형으로,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것들도 이렇게 잡고 있으면 바로 갈 것이라며 당신의 일상에 대한 애정과 진심을 전해주셨어요.

갱상도님은 사실 시 쓰는 수업을 왜 하냐며, 처음에는 불만이 많으셨다고 하더라구요. “이 나이에 할 거는 아니지” 라고요. 근데 이룸 활동가가 바로 갱상도님이 사실 가장 많은 작품을 쓰셨다고 첨언해주시더라구요. 갱상도님 1인칭 시점으로만 들었으면 아쉬울 뻔 했어요. 사실, 갱상도님은 학창시절 꿈이 문학소녀였다고 해요. “희망사항이었다”고 말하시면서, 가장 좋아했던 시를 하나 더 읊어주셨어요.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의 이야기를 낭독하며, 중3 때 같은 버스에서 책가방 서로 받아주고 하던 남학생이 준 시라는 추억 한 자락도 들려주셨어요. 모여있던 구독자들이 다같이 깔깔 거리며 갱상도님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갱상도님은 아들의 혼이 담긴 ‘지갑과 스카프와 낙엽’에 대한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썼”다고 하시면서 시를 낭독하였어요. 이 자리에 모여 있는 구독자들에게, 갱상도님은 “좌우지간에 와주셔서 반갑고요. 앞으로도 만나면 좋겠네요. 재밌었능교” 라며 말 건네었어요. 그럼요, 얼마나 재밌었게요!

아직 구독자가 아닌, 회원으로 참여한 자리였지만, 2025년에는 구독자로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시를 통해 말을 건네고, 구독자들도 답시로 마음을 전하는 시간을 함께 하면서, 이런 낭만을 소중하게 여기는 연말을 보내고 싶다고도 생각했어요. 11월 20일로부터 조금 더 시간이 흐른 지금, 12월 3일 비상계엄령 이후 정말 바쁘고 추운 집회 일정을 보내는 요즘이에요. 우리의 일상이 더 안전할 수 있길, 시 한 구절을 쓰고 읊고 주고받는 일상이 얼마든지 또 열릴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룸이 함께 하는 거리 위를 가까이서 멀리서 같이 걷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