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문] 후기 임신중지를 이유로 살인죄 재판 받는 권ㅇㅇ님 무죄 선고 촉구 기자회견

후기 임신중지를 이유로 살인죄 재판 받는 권ㅇㅇ님 무죄 선고 촉구 기자회견 <임신중지는 죄가 아니다! 복지부가 유죄다!>
⏰일시: 2026년 3월 4일 (수) 오전 11시
🏢장소: 서울중앙지방법원 정문 앞
🧩주관: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
노랑조아 활동가의 발언문을 첨부합니다.

국가의 책임을 여성처벌로 해결해서는 안됩니다.

노랑조아(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저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후기 임신중지에 이르게된 많은 여성들이, 임신과 임신중지에 이르는 동안 거쳐온 많은 순간들에 혼자이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고립과 공포와 거절과 위험, 그리고 고발이 아니라 책임과 충분한 정보와 안내, 보건의료 시스템의 개입이 있었다면 지금 이 순간 권 모 씨는 피고인의 자리에 있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하는 생각 말입니다.

후기 임신중지에 이르는 많은 여성들이, 초기에 임신중절을 희망하여도 안전하고 간편한 임신중지 약물을 구할 수 없어 온라인에서 가짜약에 사기를 당하느라 많은 시간을 놓쳐버리게 됩니다. 애초에 식약처가 미프진을 허가하고 병원이나 약국에서 손쉽고 안전하게 약을 구할 수 있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입니다.

또한 생활하는 장소에서 가까운 아무 산부인과에서나 임신중절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얻고,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합리적인 가격에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었다면, 임신중절에 따르는 의료적 조치와 이후 회복에 관한 충분한 안내를 받고, 법적 처벌에 관한 위협과 걱정 없이, 또는 종교적이교 윤리적인 과도한 죄책감 없이 자기 자신의 건강과 삶에 대한 자유롭고 책임있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후기 임신중지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보건의료체계가 개입할 수 있는 순간이 아주 많았습니다.

또는 여성이 출산을 희망할 경우에, 임신을 초래한 남성 또는 가족, 그리고 국가로부터 충분한 정보와 경제적 지원을 받아 출산과 양육의 계획을 자유롭게 그려볼 수 있었다면, 아이를 양육하는 여성이 사회적 불이익을 받지 않고 삶을 존엄하게 누릴만큼 충분한 자원을 갖출 수 있는 사회라면, 오늘과 같이 후기 임신중지로 인해 살인죄로 재판을 받을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낙태죄가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고 7년 동안 여성의 건강권과 성적자기결정권을 위해 아무런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국가는, 그 지연의 책임을 여성들이 맨몸으로, 고통과 처벌로서 겪어내도록 조장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구조와 제도를 숙고하지 않고 처벌로서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곤경에 처한 여성들을 불법적인 존재로 내몰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반성매매운동을 하면서, 거대한 성매매 산업이 가능하도록 만든 사회적 구조와 차별, 그리고 국가의 적극적 개입에 대한 반성 및 숙고 없이 여성들을 음란한 존재로 몰고 처벌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하는 국가의 의지를 목도해왔습니다.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통제하고 활용해 경제적 이익을 도모한 집결지와 기지촌 역사 속에서, 낙후되어 재개발이 필요해지자 여성들을 불법적인 존재로 호명하며 내몰아버리고 쓸어버리는 장면들을 봅니다. 성매매 산업 내의 여성들은 처벌이 두렵기 때문에 안전에 관한 위협과 반복되는 성폭력, 그리고 약물피해를 입어도 공권력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처벌은 그 자체로 여성을 더 위험한 자리로 내몰며,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몸을 활용하고자 하는 국가의 의지에 복무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토록 거대한 부정의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2022년 세계보건기구의 권고대로, 임신중지와 관련해 형법조항 자체를 적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임신중지에 처벌이 끼어들 것이 아니라, 탄탄한 보건의료 체계가 갖춰져 여성들이 건강권과 재생산권을 보장받고 자유롭고 책임있게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임신중지를 둘러싼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통감하고, 오늘 이루어질 재판에서 피고인에 대한 무죄를 선고할 것을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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