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 맞이 공동 기자회견
<이재명 정부가 반드시 책임져야 할 성평등 입법과제>
▢ 일시 : 2025. 11. 27.(목) 오전 11시
▢ 장소 : 세종문화회관 계단
▢ 공동주관 :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 성매매처벌법개정연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한국여성의전화 (총 5개 단체)
▢ 공동주최 : 가족과성건강아동청소년상담소, 경남여성연대, 공공운수노조 여성위원회,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 기본소득당 여성위원회 베이직페미, 노동당, 녹색당, 대구여성인권센터, 막달레나공동체, 목포여성문화네트워크, 목포여성의전화, 목포여성인권지원센터, 민주노총,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여성위원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사)서울여성노동자회, 사)수원여성인권돋음, 사)탁틴내일, 사단법인여성인권지원센터’살림’, 사단법인인천광역시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장애인성폭력상담소, 서울강서양천여성의전화,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성매매피해지원센터 일반지원시설 휴먼케어센터,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수원여성의전화, 언니네트워크, 여성인권티움, 여성폭력통합지원상담소연대, 오내친구성폭력상담소, 이레성폭력상담소,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인권운동사랑방, 인권희망 강강술래, 인천성폭력상담소, 인천여성회, 장애여성공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여성위원회,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전국여성연대,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정의당, 정치하는엄마들, 진보당, 천주교성폭력상담소, 포항여성회, 플랫폼C, 한국레즈비언상담소,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사회장애인성폭력상담센터 (총 57개 단체)
▢ 문의 :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02-953-6280, eloom2003@naver.com),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02-312-8297, 2004-609@hanmail.net), 한국성폭력상담소 (02-338-2890, ksvrc@sisters.or.kr)
▢ 순서
* 사회 : 사회: 신지영 (성매매처벌법개정연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활동가)
1. 기자회견 취지 소개
2. 성평등 입법과제 발언
– 차별과 혐오 없는 세상, 차별금지법 제정 : 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회의 공동집행위원장)
– 형법상 강간죄 ‘동의여부’로 개정 : 조하 (강간죄개정연대회의,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공동대표)
– 성매매처벌법 전면 개정으로 성매매여성 불처벌 : 나나 (성매매처벌법개정연대,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 친밀한 관계가 가장 안전한, 친밀한 관계 폭력 처벌법 제정 :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 안전한 임신중단과 성과 재생산 권리 보장 : 나영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 네트워크,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대표)
– 직장 내 성희롱, 성차별적 괴롭힘 제재 입법 : 여름 (서울여성노동자회 사무국장)
– 성별임금공시제 등 평등한 노동권 보장 : 권수정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
3. 퍼포먼스
4. 공동선언문 낭독 : 민희 (플랫폼C), 소연 (한국레즈비언상담소), 전다운(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장)
▢ 공동선언문
이재명 정부가 반드시 책임져야 할 성평등 입법 과제 실현으로
성평등 민주주의로 나아가자!
11월 25일부터 12월 10일까지는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폭력 추방주간이다. 한국 정부는 2020년부터 여성폭력 추방주간을 지정하여 여성폭력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부의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또한 이 주간은 우리 사회가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폭력과 차별을 근절하기 위해 국가가 어떤 책무를 이행해야 하는지 점검하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재명 정부’는 빛의 광장에서 터져 나온 민주시민의 염원을 안고 출범했으며, 이에 따라 수많은 개혁 과제가 제기되었다. 지난 약 6개월 동안 정부는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며 더 나은 사회를 향해 노력해왔다. 분명한 것은 민주시민들이 제기한 과제의 핵심에 혐오와 차별 없는 사회, 즉 성평등을 향한 염원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의 정부에서 ‘성평등’은 여전히 ‘나중에’로 미뤄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평등이 국정운영의 핵심 가치로 자리하고 있는지 걱정스럽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여러 중대한 어려움이 드리워져 있다. 저출생과 지역소멸, 젊은 극우의 출현과 이른바 ‘젠더 갈등’, 여성·소수자를 향한 혐오와 폭력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수준으로 심화되었음에도, 그동안 정부들은 문제의 근본 원인을 제대로 짚지 못하거나 외면한 채, 일부 현상에 대한 임시방편식 처방만 반복해 왔다. 그 결과 문제는 해결되기는커녕 악화되고 확대되었다.
이재명 정부 역시 이러한 낡은 접근을 답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남성이 받는 차별”, “역차별”이라는 정책 방향은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를 구조적 성차별 때문이 아니라 이분법적으로 대립하는 성별 간 문제로 왜곡, 축소한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총체적인 구조적 성차별 해소를 통한 민주주의의 회복이다. 이를 위해 시민사회가 오랜 시간 요구해온 성평등 입법 과제를 정부에 다시 제안하고자 한다.
오늘 제안하는 성평등 입법 과제는 ‘우선순위’의 문제가 아니다. 성평등을 향한 사회적 과제는 오늘 제안하는 입법 과제에 국한되지 않을만큼 산적해있다. 그럼에도 오늘 우리는 성평등 입법 과제를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 성차별을 바로잡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이뤄져야 할 긴급한 과제다.
- 차별과 혐오 없는 세상, 차별금지법 제정
차별과 혐오는 지금 한국 사회를 나타내는 키워드다. 국회와 정부에서 혐오 대응과 근절을 위해 다양한 입법들이 논의되고 있지만 여전히 차별금지법 입법은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차별을 조장·강화하는 혐오를 명확히 규정하고 이에 정확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차별이 무엇인지 규정하는 기본법인 차별금지법 제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미 늦어도 너무 늦었다.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제정 권고 이후 19년의 시간이 흘렀다.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를 비롯한 유엔 조약기구로부터 제정도 14차례나 받았다. 광장의 시민들이 염원했던 차별과 혐오 없는 세상을 위해 차별금지법 지금 당장 제정하라.
- 형법상 강간죄, ‘동의여부’로 개정
1953년 제정된 형법 297조 강간죄는 ‘폭행 또는 협박’을 요건으로 한다. 그 중에서도 이를 가장 좁게 해석하는 ‘최협의설’을 채택하고 있다. ‘현저히 저항이 곤란할 정도’에 이르러야 비로소 강간이 인정된다. 그러나 실제 강간 피해 상담의 70%는 명시적 폭행 또는 협박 없이 발생한다. 청소년, 장애인, 이주여성, 직장 내, 친밀한 관계 내, 그루밍에 의한, 술과 약물에 의한 성폭력은 차별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현행 강간죄 기준 때문에 성폭력으로 인정되기 어렵다. 성적자기결정권이 보호법익임에도 현행 강간죄 때문에 강간죄 수사와 재판은 피해자의 행실을 따지는 2차 피해가 된지 70년이 넘는다. 세계적인 변화, 유엔 고문방지위원회,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오랜 권고에 따라 형법상 강간죄는 자유롭고 자발적인 동의의 부재로 바뀌어야 한다. 형법상 강간죄, ‘동의여부’로 지금 당장 개정하라.
- 성매매처벌법 전면 개정으로 성매매여성 불처벌
성매매는 경제적 불평등과 젠더 불평등한 권력관계로 인해 발생하며 가부장 국가와 남성연대를 통해 유지, 번성한다. 성매매는 취약한 사람, 특히 여성에 대한 성적, 경제적 착취이자 폭력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한국사회는 착취와 폭력의 피해자인 성매매여성까지 처벌하며 성매매 산업 번성에 공모해왔다. 성매매여성 처벌로는 더욱 교묘해지고 거대해지는 성매매 산업을 타격하지 못한다. 오히려 성매매의 진실을 왜곡시켜 성매매 산업과 성매매 알선자, 성구매자들에게 면죄부만 줄 뿐이다.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지 않는 것은 성매매 여성의 인권 보호를 위해, 그들이 성매매하지 않고도 살아갈 삶을 보장하기 위해, 그리고 성매매가 성별 권력 관계에 기반해 발생하는 젠더폭력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 성매매 여성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 성매매처벌법 전면 개정하여 성매매여성 불처벌 실현하라.
- 친밀한 관계가 가장 안전하도록, 친밀한 관계 폭력 처벌법 제정
가정폭력과 ‘교제’ 폭력은 모두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며, 폭력이 지속·반복·심화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한 ‘친밀한 관계 내 폭력’에 대한 포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현재 논의는 ‘교제’ 폭력에 대한 입법 공백의 해결에만 머무르고 있다. ‘교제’ 폭력에 대한 별도 입법만으로는 다양해지는 친밀한 관계를 포괄할 수 없으며, 근본적 해결도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친밀한 관계 내 폭력은 ‘가정폭력’으로 한정되어 사법적 개입 또한 ‘가정 유지’라는 목적 아래 보호처분 중심으로 운영되었고 가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처벌과 교정에 실패했다. 이런 한계가 근 30년간 누적되었다. ‘교제’ 폭력과 가정폭력 모두 ‘친밀성’이라는 관계의 특성에서 기인하는 만큼, 이를 포괄하는 ‘친밀한 관계 내 폭력 처벌법’ 제정이 필요하다.
- 모두에게 평등한 가족구성권 보장
한국 사회의 가족제도는 이성애 결혼·혈연 중심의 단일한 가족만을 전제로 복지, 주거, 체류, 애도의 권리를 보장했다. 이는 탈가정 청소년, 장애인, 이주민, 퀴어, 1인 가구, 생활공동체 등 다수 시민을 ‘관계 맺을 권리’ 밖으로 배제하며 그로 인한 불평등을 강화한다. 국회와 정부는 동성결혼과 생활동반자 법을 넘어, 개인이 스스로 지정한 동반자·연대인·돌봄·애도 관계를 인정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이러한 ‘상호의존’을 존중하는 돌봄, 주거, 복지, 상속, 장례 제도를 전면 개편하여 모두에게 동등하고 평등한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보장하여야 한다.
- 안전한 임신중단과 성과 재생산 권리 보장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과 비범죄화 이후에도 정부는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 체계를 전혀 마련하고 있지 않다. ‘낙태죄’의 역사로 인해 오랫동안 비공식·불법의 영역으로 방치되어 있던 한국의 임신중지 관련 보건의료 체계와 성·재생산 건강 및 권리 보장체계는 국제적 인권 기준과 의료 가이드에서 모두 크게 뒤쳐져 있다. 이재명 정부는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유산유도제 도입, 국민건강보험 적용,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보건의료체계 구축, 세계보건기구의 최신 권고 기준에 따른 임상 가이드와 상담 가이드 마련, 편견 없고 최신의 의학적 근거에 기반한 상담과 정보 제공, 당사자의 상황에 따른 연계 지원 체계 구축 등 비범죄화 상황에 맞는 체계를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또한 국회는 과거 형법 ‘낙태죄’ 조항과 연계된 14조의 삭제를 포함하여, 임신중지 및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 보장 체계를 반영하고 그에 따른 정부·지자체의 책임과 역할을 명시하는 내용으로 모자보건법 전부 개정을 추진, 의결해야 한다.
- 성차별 없는 평등한 노동권 보장
한국의 노동시장은 여전히 성별로 매우 불균형하다. 한국이 1996년 OECD에 가입한 후 성별임금격차 1위라는 오명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유리천장, 경력단절, 저임금/비정규 노동에 치중된 여성 일자리 등 노동시장 내 성차별을 개선하기 위해 할 일은 무수히 많다.
대표적으로 법인의 대표는 개인사업주와 같은 인사권자로 회사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은 수규자를 ‘사업주’로만 규정하고 있어 법인대표가 성희롱을 하더라도 사업주가 아닌 ‘상급자로 해석’되어 셀프징계로 처벌을 피해간다. ‘사람이 아닌 법인격이 법인대표를 징계’하도록 한 현행법은 비현실적이며, 피해 노동자의 안전을 방치하는 규정이다.
또한 여성노동자에게만 강요되는 수발노동, 꾸밈노동, 외모품평, 페미니즘 사상검증 등 성차별적 괴롭힘은 ‘성적 함의 포함 여부’를 따지는 직장내 성희롱에도 포섭되지 못하고 있어 구제받을 길이 없다. 이로 인해 고통받는 여성노동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입법이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는 성평등 입법 과제에 대한 응답으로 성차별과 불평등 해소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이를 시작으로 성평등 민주주의를 향해 나가가길 바란다. 성평등 민주주의는 ‘사회적 합의’라는 이름의 다수의 폭력에 굴복하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가장 소외되고 가장 멀리 있는 사람들의 인권을 가장 먼저 고려하는 민주주의다. 우리는 ‘구조적 성차별’이 해소되는 성평등 민주주의를 위해 멈추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이재명 정부는 지금 당장 성평등 과제 실현하고 차별과 불평등을 외면하지 말라.
2025년 11월 27일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 공동 기자회견 참여자 일동
▢ 발언1. 차별과 혐오 없는 세상, 차별금지법 제정 – 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회의 공동집행위원장)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 장예정입니다.
국회와 정부의 혐오 대응에 어떤 입장을 취해야할지 난망한 나날입니다. 윤석열 파면 이후 급부상한 중국혐오와 같은 혐오대응을 위해 수많은 대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혐오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시민들의 의견을 넘어 국회와 정부까지 가닿았다니 매우 다행입니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혐오를 어떻게 보고 있는 것인지 물음표 투성이인 행보들도 있습니다.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라는 여성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한편 차별금지법에 유보적인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던 지난 일, 결국에는 성평등 관련 적절한 경력을 갖춘 장관을 임명했습니다. 그런데 성평등가족부에 대통령 지시사항으로 특별히 주문한 핵심 과제 중 하나가 ‘역차별 조사’라니, 도대체 이 정권의 입장이라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역차별이란 애초에 명백한 차별이 존재할 때 그에 대한 반사작용으로 생겨날 여지가 생기는 것입니다. 실은 역차별을 주장한다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사회에서 명백히 존재하는 차별이란 무엇입니까. 여성에게 가해지는 차별, 혐오, 폭력이 바로 그것입니다. 역차별을 운운하기 전에 정부는 이 명백한 차별과 폭력을 철폐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긴 시간의 공백을 끝내고 성평등가족부장관도 임명된 이때에 정부가 집중할 과제는 현존하는 성차별의 해소입니다. 그렇다면 묻습니다. 정부가 생각하는 혐오는 무엇입니까, 차별은 무엇입니까? 무엇이 차별이고 무엇이 혐오인지 일관된 기준과 판단이 확립되어야 합니다. 법률과 정책마다 이 기준이 달라서는 곤란합니다. 이 모든 대책들의 기준점으로서 평등기본법인 차별금지법이 필요합니다.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이 한 마음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바라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우리는 모든 시민이 공유할 수 있는 평등의 기준점으로써 차별금지법 제정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한 세상으로 전진하기 위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지금 즉시 제정하라!
▢ 발언2. 형법상 강간죄 ‘동의여부’로 개정 – 조하 (강간죄개정연대회의,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공동대표)
안녕하세요.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 공동기자회견에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연대의 인사를 드립니다. 오늘 우리는 이재명 정부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성평등 국정과제, 그 중에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형법상 강간죄 개정을 말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현행 형법 제297조는 70년 넘게 폭행과 협박을 기준으로 강간을 판단해 왔습니다. 여전히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였는가’가 판단의 핵심입니다. 그러나 현실의 성폭력은 전혀 다릅니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통계는 강간 피해의 상당수가 폭행·협박 없이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현행 기준은 피해자에게 “더 심하게 맞아야 항거불능이라 볼 수 있다”, “현저히 곤란할 만큼 지속적으로 저항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성폭력의 책임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구조입니다.
판례가 조금씩 변화해 왔다고는 하지만 법이 그대로이기 때문에 재판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집니다. 어떤 재판부는 어깨와 팔을 잡아 누른 행위를 폭행으로 보지만, 또 다른 재판부는 피해자가 10살 아동임에도 폭행·협박이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합니다. 입법자가 해야 할 일을 법원과 피해자 개인에게 떠넘긴 결과, 가해자는 유리한 판례를 찾아 법률을 쇼핑하고 피해자는 재판부의 성향에 운명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장애여성, 이주여성, 청소년 등 구조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있는 피해자들은 이러한 기준 속에서 더욱 큰 불평등을 겪습니다. 이들에게는 체류 자격이 협박이 되기도 하고, “일상생활이 가능하니 저항도 가능했어야 한다”는 편견이 적용되며, 청소년에게는 “왜 계속 만났느냐”는 질문이 돌아옵니다. 이 현실에서 ‘저항’을 성립의 기준으로 요구하는 것은 피해자의 조건과 경험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며, 국가가 보호해야 할 사람들에게 “왜 거부하지 못했느냐”고 되묻는 명백한 책임전가입니다.
동의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상식입니다. 학교와 직장, 온라인 플랫폼, 성교육과 시민교육 전반에서 동의는 이미 기본 원칙입니다. 이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왜 저항하지 않았는가?”가 아니라 “상대의 동의가 분명히 존재했는가?”입니다.
국제 기준 역시 이미 ‘동의 없는 성관계는 강간’이라는 원칙에 서 있습니다.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인권이사회, 고문방지위원회는 지속적으로 한국 정부에 동의 부재를 기준으로 강간죄를 개정하라고 권고해 왔습니다. 영국, 독일, 스웨덴, 스페인, 미국, 일본 등 다수의 국가는 이미 “자유롭고 자발적인 동의”를 강간의 핵심 구성요건으로 명문화하며 시대의 방향을 바꾸고 있습니다. 한국은 여전히 이 흐름에서 뒤처지고 있습니다.
2025년, 한국사회는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는 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평등 없는 민주주의는 불가능합니다. 이제 이재명 정부가 해결해야 합니다. 성폭력이 발생하는 현장에서 더 이상 피해자에게 “맞으라, 저항하라, 증명하라”라고 말하는 국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동의 중심 강간죄는 법이 현실을 반영하는 과정이며, 피해자 중심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출발점입니다. 우리는 성별, 연령, 장애 여부, 국적과 상관없이 모든 시민이 성적 존엄성과 안전, 자기결정권을 보장받는 사회를요구합니다. 강간죄 개정, 이제 국회와 정부가 응답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 발언3. 성매매처벌법 전면 개정으로 성매매여성 불처벌 – 나나 (성매매처벌법 개정연대,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안녕하세요. 성매매처벌법개정연대 소속 단체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에서 활동하는 나나입니다. 저는 반성매매 활동을 8년째 하고 있습니다. 그 시간동안 제가 목격하고, 경험한 성매매 현장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20년 전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되었으나, 여전히 성매매 여성이 처벌받는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 상황이 악화되었습니다.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고자 하는 한국사회와 수사기관, 법률기관의 공모가 도를 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발언을 하며 성매매여성 불처벌을 촉구하고자 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남성의 ‘유흥’을 위해 여성이 ‘소비’되고 팔리는 존재라는 관념은 만연합니다. 길거리에서도 ‘아가씨 항시 대기’라는 유흥업소의 입간판을 흔히 볼 수 있으며, 대중매체에서조차 성매매 여성을 ‘소비’하며 남성권력을 공고히 하는 모습이 흔합니다. 최근에는 많은 사람들이 흔히 이용하는 sns와 채팅앱에서도 성구매 남성들과 성매매 업소의 광고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성매매는 우리 일상 도처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성매매 문제는 가부장 국가와 여성의 ‘몸’을 성적으로 물화하여 지배력을 획득하는 한국남성성이 공모하여 유지 번성되어왔습니다. 현실이 이럴진대 한국사회에서 성매매 문제는 ‘음란’한 여성들의 개인 문제로 여겨 왔습니다.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되어, 성매매 산업에서 막대한 이윤을 벌어들이고 있는 ‘중간매개체’의 존재가 조금 더 명확히 드러나게 됐습니다다. 하지만 성매매 문제가 젠더권력관계와 경제적 불평등에 의한 결과임을, 즉 여러 사회구조의 불평등한 요소들이 얽혀 발생한 결과임을 짚어내지 못하였고, 성매매 여성을 피해자와 행위자로 구분하여 협소한 ‘피해자’에 탈각된 여성들이 처벌되는 현실은 변화되지 않았습니다. 최근 법은 되려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성매매 알선자를 처벌하는 광고죄로 여성을 처벌하고 있습니다.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고자 하는 가부장적인 법과 제도의 강력한 의지로 인해 성매매 여성을 향한 법적 처벌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사회의 성적인 여성들을 향한 뿌리 깊은 혐오와 차별은 성매매 여성들을 비난해 마땅한 혐오의 대상으로 간주하며 낙인을 찍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매매 여성을 향한 사회적 처벌과 법적 처벌은 촘촘하게 성매매 여성들의 성원권을 박탈하고 있습니다.
성매매 여성들이 처벌받고 있는 현실을 볼 때마다, 한국사회에 질문하고 싶습니다.
한국사회는 정말 성매매 산업의 해체를 원하고 있습니까?
여성을 처벌하는 방식으로는 성매매를 근절할 수 없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음에도 근본적으로 방향을 전환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한국사회에서 진정으로 성매매 산업을 해체하고 싶거든, 성매매 여성 불처벌이 먼저 실현되어야 합니다. 성매매 여성 처벌은 여성을 향한 차별과 혐오로 연결되며, 성매매 여성의 입을 막음으로써, 성매매 산업이 유지하고 번성하는 데에 도움을 줄 뿐입니다. 이는 성매매특별법 제정 이후 20년, 아니 그 전부터 번성하는 성매매 산업의 존재를 통해 증명된 명백한 사실입니다. 이 사실을 얼마나 더 많은 성매매여성들을 향한 법적, 사회적 처벌로서 증명해야 합니까?
지난 겨울 시민들은 빛의 광장에서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선동하며 정권을 잡았던 내란 세력을 평등과 평화로 물러나게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시민들은 우리 사회의 진정한 민주주의를 염원하였고, 진정한 민주주의란 성평등이 실현된 사회, 소수자가 차별받지 않는 사회임을 확인하였습니다. ‘역차별’을 해소해야 한다는 이재명 정부에게 우리는 요구합니다. 더 이상 구조적 성차별 좌시하지 마십시오. 시민들은 성평등 과제를 실현하여 불평등과 차별없는 사회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첫 걸음은, 성매매 여성 불처벌을 통해 이룰 수 있습니다.
구호 하나 외치고 발언 마치겠습니다.
성매매여성 불처벌 지금 당장 실현하라!
▢ 발언4. 친밀한 관계가 가장 안전한, 친밀한 관계 폭력 처벌법 제정 –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수많은 여성폭력 범죄 중에 더 큰 범죄로 나아가기 전에, 더 큰 피해를 입기 전에 예방할 수 있는 범죄가 있습니다. 가해자를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위 작고 사소하다고 평가되는 수많은 징후들이 포착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공권력의 개입이 실패하여, 결국은 여성살해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는 가정 내 폭력, 데이트 관계 내 폭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특히 데이트 관계 내 폭력은 교제폭력이라는 이름으로, 대표적인 입법 공백의 영역에 있는 폭력으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교제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강화 등이 포함되었으며, 국회에도 관련 법안이 여러 건 발의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입법공백은 현재 우리의 형사체계에서 이를 처벌할 수 없다는 것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법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 피해자 보호에 공백이 있다는 점에서 발생합니다. 이는 ‘교제폭력’이 가정 내 폭력과 마찬가지로 피·가해자와 수사·사법기관 모두 친밀한 관계의 특성에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교제폭력’ 논의에서 가정폭력과의 연관성은 고려되지 않으며, 가정폭력 사법처리에 우리 사회가 실패했다는 현실은 주목되지 않습니다.
‘가정폭력’과 ‘교제폭력’을 별개의 문제로 분절하여 다루는 것은 우리의 삶과 괴리됩니다. 우리가 맺는 친밀성은 혼인 여부에 따라 구분되지 않으며, 데이트 관계가 아니더라도 친밀한 관계는 다양하게 확장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늘 ‘교제폭력’ 단일 규율 입법, 스토킹처벌법에 교제폭력을 끼워 넣는 입법은 안 된다는 전제 하에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에 대한 처벌법을 제정할 것을 요구합니다.
첫째, 모든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포괄하는 법이어야 합니다. 전/현 배우자, 전/현 연인, 기타 가족·혈연관계, 주거를 함께 하는 사이 등 ‘관계의 형식’이 아니라 ‘관계의 속성’, 즉 ‘친밀성’을 기준으로 규율해야 합니다.
둘째, 법의 목적을 ‘가정 유지’와 같은 ‘관계의 유지’에 두어서는 결코 안 됩니다. 피해자의 안전과 인권 보장을 법의 최우선 가치로 명확히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보호처분 중심의 가정폭력 사법처리는 가해자의 실질적 처벌에도, 교정에도 실패해 왔습니다. 그 결과가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수많은 여성살해 사건들입니다. 형사처벌로 일원화해야 합니다.
셋째, 반의사불벌,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같은 관행을 중단하고 가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처벌과 교정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또한 의무체포제로 격리를 실질화하고, 접근금지, 전자적 감시, 피해자 보호명령 등을 실효성 있게 개선해야 합니다.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을 맞아 우리는 다시 묻습니다. 국가는 여성폭력 앞에서 무엇을 외면해 왔고, 무엇을 하고자 합니까. 친밀함은 폭력의 면죄부가 될 수 없습니다. ‘친밀한 관계’는 처벌을 유예하는 이유가 아니라, 더 강하게 개입해야 할 이유입니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국가비전으로 삼은 이재명 정부와 국회에 강력히 요구합니다. “지금 당장,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을 멈출 법을 제정하라.” 이것이 오늘 우리가 국가에 요구하는 최소한의 정의입니다.
▢ 발언5. 안전한 임신중단과 성과 재생산 권리 보장 – 나영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 네트워크,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대표)
안녕하세요. 제가 활동하고 있는 단체 셰어에서는 지난해부터 청소년과 이주민, 난민의 임신중지를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1년 반 동안 상담과 지원을 진행하면서 임신중지 비범죄화 이후의 제도적 공백이 우리사회에서 더욱 취약한 여건에 있는 이들에게 어떻게 심각한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는지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오늘 발언에서 그간 현장에서 만난 사례를 통해 정부와 국회가 분명히 인식해야 할 중요한 현실과 과제를 말씀드리고, 즉각 권리 보장 입법과 보건의료 체계, 상담과 지원 체계 구축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자 합니다.
첫번째로 말씀드리고 싶은 문제는, 오랜 범죄화의 영향과 정부의 책임방기로 인해 안전한 임신중지와 성 재생산 건강 관련 보건의료 환경이 여전히 수십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고, 비범죄화 이후에도 더 나은 보건의료 환경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른 모든 의료행위와 마찬가지로 임신중지도 최대한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어야 합니다.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보건의료 환경을 구축한다는 것은 단지 임신을 끝내는 과정에 관한 것만이 아니라, 한 사람의 성 건강과 피임, 임신, 출산 등 재생산 건강, 전반적인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임신중지 전후에도 잘 유지되고 회복될 수 있도록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임신한 사람의 건강과 삶은 임신중지 상황에만 머물러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낙태죄‘의 오랜 역사 속에서 범죄로 다뤄진 임신중지 관련 의료행위는 의료인 교육과정에서도 생략되었고, 국제적으로 더 안전하고 간단하며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과 자원이 있음에도 한국의 의료 현장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환경에 머물러 왔습니다.
아시다시피, 아직도 우리는 세계보건기구의 필수핵심의약품이자 1980년대부터 여러 나라에서 사용되어 온 유산유도제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조차 가장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적은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의 복합용법을 사용하지 못해, 다른 약을 사용해야 합니다.
소파술 또한 국제적으로 더 이상 권고되지 않는 방법임에도, 우리나라의 산부인과 의료 현장에서는 여전히 많은 곳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임신중지에 관한 의료 실태도 파악되지 않고, 공식 의료수가도 정해져 있지 않고, 공식 임상가이드도 부재하며, 의료인 교육과 연수, 의료 연계 체계도 구축되어 있지 않습니다. 자신의 상황과 임신 기간에 따라 임신중지를 안전하게 할 수 있는 병원을 찾지 못해 헤매야 하고, 서울 외 많은 지역에서는 임신중지 가능한 병원을 찾는 일 자체가 매우 어렵습니다.
도대체 정부와 국회는 언제까지 이런 보건의료 환경을 방치할 것입니까. 우리는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의료 현실에서 비밀 상담을 하고, 병원을 전전하며, 온라인에서 약을 찾아 헤매야 합니까.
이런 현실 속에서 더 취약하고 불평등한 여건에 있는 이들일수록 임신중지 시기가 지연되고, 건강과 권리를 더 크게 침해당하고 있습니다.
임신중지 관련 입법이나 정책 과제 토론회 등에 가면 종종 어떤 이들은 우리나라가 땅이 작아 하루 안에 못 가는 지역이 없고, 요즘은 당일 시술과 퇴원이 가능한 병원도 많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살고 있는 지역에 따라, 나이에 따라, 경제적 상황에 따라, 한국에서의 거주지위에 따라, 가족 내 관계, 노동시간, 파트너와의 관계나 폭력 상황에 따라, 장애나 질병에 따라 임신중지에 관한 접근성은 크게 달라집니다. 셰어가 만나게 되는 청소년과 이주민, 난민의 경우, 서울이 아닌 지역에 살고 가족이나 파트너의 폭력이 있으며 돌봐줄 사람도, 의료비도 없는 여러 상황들이 한꺼번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임신 6주, 8주차 때부터 임신중지를 할 수 있는 병원이나 약을 찾지만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갈 수 있는 병원을 찾지 못해서, 병원에서 부모나 상대 남성의 동의를 요구받아서, 돈을 마련하지 못해서 병원을 찾고 갈등하는 과정 중에 결국 임신 중기에 가까워져서야 임신중지를 하게 됩니다.
정부가 위기임신 상담이 아니라 누구든 임신중지에 관해 필요한 정보를 얻고, 가까운 의료기관을 안내받을 수 있으며, 전국 어디서든 임신 기간이나 당사자 상황에 따라 필요한 상담과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을 구축한다면 이들 중 다수는 임신중지 시기가 늦어지지 않고 초기에 안전하게 임신중지를 할 수 있습니다.
임신 초기에 안전하게 임신중지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법적 처벌 조항이 아니라 안전한 임신중지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언제까지 정부와 국회는 이런 사실을 무시한 채, 이미 임신중지가 비범죄화 된지 6년이 되었음에도 처벌과 허용 조건을 따지느라, 입법 공백을 핑계대며 아무 일도 하지 않을 것입니까.
대체 언제까지 지난 66년 동안 의료 현장을 후퇴시키고 수많은 여성들의 건강과 권리를 침해해 온 ’낙태죄‘의 낡은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있을 것입니까.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우리는 이미 정부와 국회에 많은 대안을 제시해 왔습니다. 임신중지에 관한 보건의료 체계 구축과 상담 및 지원 체계, 권리 보장 체계를 담은 모자보건법 개정안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성 재생산 권리 보장 기본법안을 만들어 제시했고, 유산유도제의 안전성과 신속한 승인 필요성에 대해 국제 가이드와 해외 사례 등 수많은 근거와 자료를 제출했습니다.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여건에 있는 이들에게 필요한 지원 체계, 건강보험 보장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수차례 강조했습니다. 임신 10주 이상은 처벌하겠다는 법 조항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임신중지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더 높은 효과를 가져온다는 사실도 계속해서 이야기 해왔습니다. 그럼에도 정부와 국회가 움직이지 않는 것은 단지 무책임에 불과합니다. 대한민국은 성 재생산 건강과 권리 보장, 이에 관한 수많은 국제 인권 규범을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제협약의 당사국이기도 합니다. 더 이상 이 문제를 반대 세력과 찬성 세력을 조율하는 문제라거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라는 식으로 핑계대지 마십시오. 이 문제는 의견을 조율하고 합의점을 찾아야 할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건강과 권리를 위해 정부와 국가가 반드시 실행해야 할 책임에 관한 문제입니다.
▢ 발언6. 직장 내 성희롱, 성차별적 괴롭힘 제재 입법 – 여름 (서울여성노동자회 사무국장)
안녕하십니까? 서울여성노동자회 사무국장 여름 활동가입니다. 여성노동자회는 1995년 여성노동상담창구 ‘평등의전화’를 개설하여 30여 년간 상담을 이어왔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 성차별, 괴롭힘, 모부성권 보호와 확대, 비정규직, 노동관계법 사각지대 등 복잡 다양한 일터 고충을 상담하며 문제를 포착하고, 밀착 대응으로 내담자 개인의 고충해결은 물론 법제도 개선으로 성평등 노동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저는 오늘 여성노동자들이 일상으로 겪는 차별과 괴롭힘, 그러나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 국가 시스템의 현실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여성노동자들은 오래 전부터 일터의 불평등과 차별을 고발하는 데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하지만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는 여전히 법과 제도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 여성노동자 A씨는 면접에서 “자녀 양육 때문에 근무시간에 제대로 일할 수 있겠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문제제기 하고 싶어도 구직자 입장에서는 쉽지 않았습니다. 노동부에 상담하자 “성차별적인 질문이지만, 딱히 개인이 구제받기도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여성노동자 B씨는 회식자리에서 “너희는 아줌마들이니까 안 되지”라는, 기혼여성 비하 발언을 들었습니다. 사내 고충상담원에게 상담했더니 “이 정도로 징계조치는 없을 것”이라는 답변만 받았습니다.
- 여성노동자 C씨는 회사로부터 치마 착용을 강요받았습니다 “남성을 주로 상대하는 병원이니 바지보다는 치마가 낫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D씨를 포함한 여성노동자들이 신체 노출에 대한 심적 부담과 활동상의 불편함을 호소했지만, “이미지를 맞춰야 한다”며 의견을 무시했습니다. 병원장이 환자들 앞에서 병원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를 ‘아가씨’라고 지칭하는 일도 다반사였습니다.
이외에도 여성노동자에게만 강요되는 수발노동, 꾸밈노동, 외모품평, 페미니즘사상검증 등 성차별적 괴롭힘은 ‘성적함의 포함 여부’를 따지는 직장 내 성희롱에도 포섭되지 못하고 있어 구제받을 길이 요원합니다. 하루속히 성차별적 괴롭힘을 규율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 여성노동자 D씨는 사무실에 대표이사와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CCTV로 확인이 어려운 위치였지만, 대표의 사과 문자와 부재중전화 등의 증거가 있어서 피해 입증에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회사가 여러 차례 합의를 종용하였으나 거부하고 노동청 진정을 진행하여 성희롱이 인정됐습니다, 그러나 대표이사가 회사에서 받은 징계는 겨우 ‘경고’에 그쳤습니다. 왜 일까요? 법의 미비로 ‘대표가 스스로에게 징계’를 내렸기 때문입니다.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지요.
법인대표는 개인 사업주와 같은 인사권자로 회사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은 수규자를 사업주로만 규정하고 있어 법인대표가 성희롱을 하더라도 사업주가 아닌 상급자로 해석되어 셀프징계로 처벌을 피해가고 있습니다. ‘사람이 아닌 법인격이 법인대표를 징계’하도록 한 현행법은 비현실적이며, 피해노동자의 안전을 방치하는 규정입니다. 여성노동자회는 21대 국회에 ‘법인대표에 의한 직장 내 성희롱 사각지대를 해소를 위한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도 법인대표에 의한 직장 내 성희롱의 심각성에 동의하고 동법의 개정을 발의하였으나 회기 만료로 폐기되었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국민이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온몸으로 싸워 되찾은 민주주의 위에서 출범하였습니다. 그렇기에 어느 정권보다 더 깊이, 더 멀리 개혁의 길을 내딛어야 하며, 그 누구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 ‘성평등’을 개혁의 중심에 두어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여성과 소수자가 일터와 삶에서 겪는 차별과 폭력은 결코 타협하거나 미룰 수 있는 과제가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일터를 떠나고, 피해 사실을 감추고,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현실을 외면하지 말아주십시오.
성차별적 괴롭힘 규율, 법인대표 성희롱의 사각지대 해소, 차별금지법 제정 등 성평등 입법 과제는 단순한 정책 목록이 아닙니다. 이것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를 가르는 시험대입니다.
지금 결단해주십시오. 성평등을 국정의 중심에 세워주십시오.
▢ 발언7. 성별임금공시제 등 평등한 노동권 보장 – 권수정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
성평등한 노동현장을 위한 입법과제를 제안드리겠습니다.
먼저 성평등가족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고용평등임금공시제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OECD국가중 가장 높은 성별임금격차가 고용평등임금공시제 만으로 모두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목표로 하는 제도가 법으로 제정되는 것은 중요합니다. 적어도 상시 100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서 채용부터 정년퇴직까지 남녀노동자의 직종·직급·직무별 성비, 임금수준, 승진비율, 승진소요시간, 평균노동시간, 육아휴직, 돌봄휴가의 사용을 비롯한 일가정양립제도의 사용등 포괄적인 정보가 공시되어야 합니다. 확인된 차별에 대해서는 시정계획서가 제출되어야 하고, 이것이 이행되도록 하는 강제수단이 있어야 합니다.
더불어 여성노동자가 다수인 돌봄노동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여 임금수준을 높이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고용평등임금공시제와 함께 돌봄노동의 가치만 제대로 인정받아도 성별임금격차가 의미있는 수준으로 완화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제안하고 싶은 것은 여성노동자의 안전에 대한 것입니다.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재명 정부의 노동부가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에는 보건이 없고, 예방이 없고, 젠더가 없고, 정신건강이 없습니다. 이미 2013년 ILO가 성주류화를 위한 성인지적 가이드라인에서 젠더 분할과 생물학적 차이로 인해 작업장 위험·유해 요인에서 성별 차이가 나타난다는 점을 인정해야 안전한 노동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밝힌것을 고려한다면 매우 유감입니다. 산업안전보건법령에 사업주가 안전보건 관리 및 위험 예방을 할때 성별에 따른 차이를 고려하도록 명시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AI 3대 강국 도약’을 저는 매우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빛나는 AI 3대강국 비전속에 일자리를 AI에게 빼앗긴 노동자의 고용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말이 없기 때문입니다. 내년 한해 예산만 10조1천억을 편성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인터넷 포털을 검색하면 이 모든 돈이 기업으로 흘러가는 돈이므로 어디에 주식투자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만 가득합니다.
AI, 인공지능은 가치중립적이지 않습니다. 차별과 혐오를 학습하여 차별과 혐오를 재생산하는 AI 사용에 대해 우리는 어떤 윤리적 기준을 갖고 제어할 것인지 정부는 말하지 않습니다. 특히 AI가 사회적으로 확산될수록 여성노동자의 고용이 먼저 위협받고, 이에따라 차별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보고서는 이미 제출되고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에 질문합니다. AI 3대 강국에 여성노동자의 자리는 어디입니까? 10조1천억의 세금을 지출하는 AI 강국에서 여성노동자들은 더 가난해야 합니까? 성평등없이 차별과 폭력을 강화하는 AI 3대 강국이라면 그곳은 여성노동자들에게 고통의 공간일 뿐입니다. 우려가 현실이 된다면 그것은 파국입니다. 성평등한 AI 윤리기준을 제도적으로 마련할 책무가 10조1천억의 세금을 쏟아부어 AI 3대 강국을 추진하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있음을 밝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