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아웃리치 기록
-수달
표현은 일천하고 계절은 솔직한 날이었다. 나의 첫 이태원 아웃리치를 기록해 본다.
나는 무슬림 사원에서 매일 다섯 번 들을 수 있는 아잔을 좋아해 혼자 이태원을 찾는 일이 잦았다. 사원을 올라가다 지나칠 수 있는 밤 8시 이후 미성년자 출입금지 푯말이 있는 골목길을 늘 한번 스윽 보고 가곤 했다. 대체 왜 8시 이후에는 미성년자의 출입을 금지하는지. 사람 사는 곳이 왜 8시 이후에는 어떤 존재들은 갈 수 없는 곳이 되는지. 좀처럼 상상이 되질 않았다. 호기심과 의문으로 궁금했던 곳을 이루머가 되어 아웃리치의 명목으로 방문하게 되는 것에 기분이 묘해졌다.
우리는 묵직한 물티슈 꾸러미를 들고 업소의 문을 조심히 열었다. “이룸에서 왔어요. 물품 좀 드리려고요. 언니 몇 분이 계신가요?” 우리의 조심스러운 방문을 언니들은 충분히 반가워해주었다. 음료를 한아름 주며 환대해 주는 분들도 있었고 가스렌지 위에 양은 주전자를 올려 커피를 끓여주는 분도 계셨다. 그럴 때 마다 나는 이걸 마셔야 하나, 거절해야 하나 어떤 것이 정말 눈치와 매너 있는 결정인지 어찌할 바를 몰라 서성이면 동행한 한 이루머가 “언니 우리 네 명이니까 음료수 네 개 주세요.”,“그럼 앉았다 갈게요. 쉬었다가 가면 좋지.” 라며 씩씩하게 구는 것을 보고 반성의 마음이 들었다. 첫 아웃리치부터 반성이라는 말이 외려 자만일 수도 있으나 내가 속으로 이 여성들을 마치 이슬람 사원의 무에진(아잔을 외치는 사람)처럼 그저 대상화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사방에서 미러볼이 돌아가듯 화려한 이미지가 펼쳐지지 않을까 예상했으나 이태원의 밤은 그렇지 않았다. 가장 환하고 화려한 곳은 통유리창안에 펼쳐진 유명 연예인이 운영한다는 카페의 광경 뿐 이었다. 그 외는 모든 업소 내부는 어두웠다. 한 업소는 우리의 방문도중 TV가 고장이 났다. 그러자 스스로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은 CCTV의 화면 뿐 이었다. TV가 고장 나자 망연자실해 하던 여성들의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사실 어떤 것을 느껴야 하지는 알지 못하겠다. 이태원의 첫 아웃리치는 강렬했으나 무엇이 그리 강렬했는지, 그날 밤 왜 나는 쉬이 잠들지 못했는지, 어떤 이미지들이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나의 이태원 첫 아웃리치의 한 장면으로 남을지 모르겠다.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
다음 이태원 아웃리치의 밤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