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한꼭지] 성형대출 사건과 <호스트네이션> 겹쳐읽기

2017.8월 소식지 – 활동 한 꼭지

 

성형대출 사건과 <호스트 네이션> 겹쳐 읽기

: 한국, 아시아 여성들의 삶과 성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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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룸에서는 지난 7월, 성형대출 브로커 구속 형사사건 관련 언론보도 인터뷰를 하고, 피고인 처벌과 관련법 제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성형대출 피해자 지원, 그리고 작년의 대출-성형-성산업의 공모와 관련한 사업 활동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는 언론대응 이었다.
언론과 법을 통한 가시화에 국한하지 않고 이룸이 이 과정에 임한 목적과 과제들을 나누고자 활동한꼭지를 쓰려던 중, NEMAF(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에서 상영한 다큐 <호스트 네이션> (이고운, 2016) 을 보게 되었다.
내겐 이 다큐의 장면들 위로 성형대출 사건이 겹쳐져 보였다. 필리핀의 한 ‘연예기획사’가 한국의 기지촌 ㅡ  군산 아메리카 타운으로 여성들을 수출하는 과정과, 한국의 성형대출 브로커 사무실이 여성의 몸을 성형이라는 의료기술과 대출이라는 금융기술로 기획하여 한국적 유흥업 공간 룸살롱에 공급하는 과정이 겹쳐져 읽혔다.
미국과 호스트 국가들 간 우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주둔 군사들에게 로컬한 여흥을 제공하는 데에, 한국의 남성 지배 카르텔을 유지하는 유흥/접대문화를 지속시키는 데에 여성들이 공급된다. 젠더화 된 성산업이 제국-군사-자본-남성 이해관계로 형성된 구조를 지탱하며 구매자를 위한 상품으로서의 여성들을 인입하고, 동원하고, 기획하고, 소진시킨다. 필리핀에서 군산으로, 지역에서 서울로, 안 팔리는 몸에서 잘 팔리는 몸으로, 퍼블릭에서 ‘진짜’ 텐프로로, 성산업 내외부를 가로지르는 이주의 경로는 여성들에게 최선의 기회이자 방법으로 제시된다.
공급책들은 2차는 없다, 성매매는 없다, 인신매매도, 감금도, 강제로 하는 것도 없다, 요즘이 어떤 시댄데, 너는 돈을 잘 벌기만 하면(벌어서 잘 갚기만 하면) 된다, 라고 말한다. 이들은 프라이드를 갖고 있다. 필리핀 연예기획사 운영자는 자신이 아니면 누가 이 여성들에게 기회를 주겠느냐고 반문한다. 필리핀 경제상황은 엉망진창이고, 제아무리 대학 나온 여자라도 먹고살 길은 없다고 한다. 군산 아메리카 타운의 업주는 자신은 순전히 술을 팔아서 돈을 벌 뿐 ‘쥬스’를 판돈은 여성들에게 모두 돌아간다고 말한다. 성형대출 브로커 사무실 이름은 ‘뉴라이프’ 였다. 촌스럽고, 못생기고, 지방에서 올라온, 신용 낮은 너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주겠다는 뜻이었다.

이렇게 세련되어진 탓일까, 아님 늘 그래왔을까, 사람들은 성산업을 젠더라는 심급으로 사유하기를 거부하고 또 실패한다. 팟캐스트 [을들의 당나귀 귀]에서 ‘성매매와 성형대출, 그리고 여성부채’ 라는 주제를 다루었을 때, 진행자 중 한 사람인 손희정 씨는 ‘성형대출이 자기관리이자 자기계발이라면, 그것이 특별히 더 문제시 되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를 물었다. 여성주의저널[일다] 에서 보도한 성형대출 기사에 달린 댓글 중에는, ‘성노동 종사 여성으로서 재테크적 차원에서 성형대출을 고민하고 있을 뿐이고 대부업은 업주로서의 계산에 따른 투자일 뿐인데, 이런 보도는 여자애들이 몸 파는 것이 불쌍하다는 생각에 다름 아니다’ 라는 내용이 있었다.여성들의 성산업 종사 경험을 다른 여성 노동 경험들과 다른 차원을 갖는 억압으로, 성적 피해로 사유하는 것은 ‘창녀 혐오’, ‘불법적 존재들에 대한 혐오’ 인가. 그러나 성매매를 ‘헬조선’을 살아가는 모두의 똑같은 노동으로 만들 때 비판의 거점을 잃는다. 여성 저임금 서비스 직종의 열악한, 성차별적 노동 현실 ㅡ  감정노동과 모욕, 성희롱과 성폭력, 성역할 강요 등 ㅡ 이 있다. 그리고 성산업의 일 경험, 상품화 경험은 바로 그 ‘여성적’ 인 것 자체를 판매한다. 성산업이 지극히 ‘합법적’ ‘합리적’으로 건재하며 성매매를 하는 빈자들에 대한 처벌을 성산업 그리고 성차별 구조를 정상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도하는 상황을 직시한다면, ‘비범죄화’ 가 복원시킬 수 없는 ‘창녀’ 그리고 ‘불법적 존재’ 의 문제와 우리가 정말 무엇을 타격해야 하는지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다.

한편 경찰과 언론은 성형대출을 ‘취업을 준비하는 사회초년생 그리고 유흥업소종사여성을 타겟으로 한 성형외과와 대부업체에 의한 범죄’로 다뤘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고리와 추심으로 인해 성매매나 음란 방송까지 해야 했다는 것이다. 유흥업소가 이 범죄 구조의 일부로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 구속된 브로커와 대부업자의 기소 죄목에서도 성매매는 빠져있었다. 성매매를 모든 여성의 삶의 조건 문제가 아닌 일부 여성의 문제로 축소하는 한, 이 공모에는 접근할 수 없다. 이 공모와 무관하게 성매매를 단속하고, 인신매매를 뿌리 뽑자 한들, 알선자들은 그 혐의를 부인할 것이고 새로운 공급의 루트를 찾을 것이다.
이룸은 성형대출이 성산업 일의 ‘속성’과 직결된, 성산업 지형 속 장치라는 점을 밝히는 것을 관건으로 본다. 성형대출이라는 말뚝에 단단히 묶인 밧줄들을 추적하며 천착하기를 제안하고자 한다. E6 비자를 받기 위한 영등위의 비디오 심사 과정도 유사하다. 왜 아시아의 여성들에게 엔터테이너 비자가 합법적 이주의 루트로 존재하는가. 성산업의 구체적인 장면들을 포착하고 연결시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이 그림 속에서 ‘자기계발’ 계획과 ‘성매매/인신매매 피해’ 사이의 간극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 드러난다.
빚을 지거나 성형을 하게 만드는 방식의 ‘재여성화’, 상품화의 경로 바로 그 자체가 성산업이 이윤을 벌어들이고 지속되게 하는 과정의 일부이다. 성산업은 ‘성서비스가 거래된다’고 가정되는 임의의 순간 혹은 법적 정의 상의 ‘성매매’가 이뤄지는 순간에만 있지 않다. 구매 수요를 비롯, ‘여성’이라는 상품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각종 이득이 필리핀에서 군산, 서울의 강남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형성한다. 그렇기에 ‘여성’으로서의 삶과 몸을 기획하고 가공하는 성산업의 힘을 젠더 관점으로 해석하기를 거부하고 또 실패한다면, 성산업 구조와 지형에 놓인 여성의 삶을 중심으로 페미니즘의 시선을 전환하지도, 이 경험을 이야기하고 기억할 목소리를 길어내지도 못한다.
내담자들은 대부업자나 유흥업소보다는 성형외과의 책임을 묻는 것을 상대적으로 더 상상하기 쉬워했다. 대부업자가 피부에 닿는 직접적인 가해를 했기에 두려움이 커서이기도 했지만, 성형외과 ‘소비자’로서의 피해를 이야기한다는 것에 더 익숙했던 것이다. 브로커 사무실 직원들이 전부 유흥업소의 실장들이었다는 점, 나에게 잘해줬던 그 언니가 내가 낸 돈의 20%를 받아갔다는 점, 처음 면접을 볼 때부터 칠판 가득 적혀있던 업소의 이름들, 걔는 수술하고 어디서 일해서 금방 돈을 갚았다는 이야기들, 매직미러라는 들어본 적 없는 초이스 방식에 놀라 이 일은 도저히 못하겠다 싶었던 순간, 초이스가 되지 않아 하루치 일수를 못 찍게 될까봐 황급히 택시를 타고 다른 룸보도 일을 하러 갔던 일, 집결지에서 다방에서 선불금을 끌어와 돈을 갚았던 이야기들 또한 동시에 일어난 현실이지만, 낯설고 가려진 현실이다.
그러므로 다시, 중요한 것은 이 이야기들을 왜, 어떻게 하냐는 것이다. <호스트 네이션> 의 중요한 요소는 음악이었다. 수 년에 걸쳐 촬영된, 지극히 일상적이고 불연속적으로 비춰지는 순간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내기 위해서 음악을 그 자리에 두었다. GV 시간 어떤 관객은 감정의 과잉이 아니냐고도 물었지만, 나는 좋았다. 우리는 이룸에서 자주 성매매가 ‘모순’이라는 말을 한다. 자못 평범하게 흘러가는 순간들 속에서 내가 어떤 음악을 듣고 있는지, 이 음악이 뮤트 된 장면들이 왜 그리도 불편한지, 이 다큐가 들려주는 듯 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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