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성형대출의 구조적 책임을 묻다’ 포럼 후기 -성형대출 철폐 운동을 ‘나’의 운동으로, 오현주(광어)

성형 대출의 구조적 책임을 묻다 성산업-대부업-성형산업의 공모 속기록.pdf82.0K

성형대출의 구조적 책임을 묻다 포럼에 참여했던 광어님이 후기를 작성해주셨습니다.
뜨겁던 포럼의 열기가 알차게 담겨있네요!
후기와 더불어 포럼 당시의 속기록을 첨부하여 공유합니다. 못 오신 분들도 함께 성형대출을고민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성형대출의 구조적 책임을 묻다’ 포럼 후기
성형대출 철폐 운동을 ‘나’의 운동으로-

 

오현주(광어)

3년 만의 외출 : 용기,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은
나는 3년 간 매월 후원’만’ 하던 유령 회원이다.
내가 스스로를 ‘유령 이루머’로 정체화하고 있는 건 단순히 내가 부산에 산다거나, 독박 육아 중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나는 계속 이룸이 낯설었다. 아니, 이건 정확히는 ‘반성매매 운동’이 내 운동 같지가 않았다. 아마 학생 운동 시절 내 모습–반성매매/여성해방을 주구장창 외치면서도, 정작 성 판매 여성들의 삶은 (대학생인) 나와 전혀 상관 없다는 듯 굳건히 벽을 치고 있던 ‘나’–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리라. 하지만 나는 이번 2016년 포럼 주제를 본 후부터 ‘나와 이룸 간 경계를 허물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지금은 수면 위로 올라가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해 준 이루머들, 13개월 아이를 안고 무턱대고 찾아간 날 따스하게(^^) 맞아준 패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최연소참가자와 광어님

 

무력했던 ‘나’ : ‘왜 빌려줬냐’ VS ‘왜 빌렸을까’
포럼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고백해야겠다. 나는 휴학생 시절 대부업체에서 꽤 큰 돈을 빌린 적이 있다. 수 백 만원의 학자금대출 이자를 연5%씩 내고 있었기에, 당시 ‘무조건/무이자 1개월’은 내게 참 매력적이었다. 대출은 전화 한 통으로 이루어졌고, 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 1개월 내에 돈을 갚지 못했다. 결국 나는 원금의 25%가 넘는 이자와 함께 원금을 내고 나서야 대부업체와의 연을 끊을 수 있었다.
그 이후로 ‘한 번 빌리면 돈 없을 때마다 귀신 같이 연락 온다더라’, ‘평생 기록이 남는다더라’ 등등의 카더라 통신이 우스갯소리로 들리지 않았다. 가장 비참했던 건 러시앤캐시의 빚을 결국 다른 친구의 돈으로 다시 빌려 막아야 했던 현실이었다. (만일 카드론이 가능했다면 분명 카드대출에 손 댔겠지.) 이후 나는 미친 듯이 사교육 아르바이트를 했고, 친구의 빚을 다 갚고 나서야 빚이 주는 무기력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혐오했던 ‘나’ : ‘나는 페미니스트야’ VS ‘나는 뚱뚱해서 안돼’
복학 후, 여자동기들 사이에선 “단란주점에서 방학 때만 ‘빡세게’ 뛰어도 학비가 모인다는 데..명문대 여대생들도 많이 한다는데…진짜일까? 얼마를 버는 걸까?” 등등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순간 나는 대출에 호되게 당했던 때를 떠올리며 수 초간 ‘진짜로 주2회에 몇 백 만원이 모이나? 과외보다 훨씬 나은데?’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는 ‘말도 안 돼. 난 뚱뚱하고 못 생겼으니 애초에 단란주점은 말이 안되지. 과외나 해야지’라며 자조했다.
그 순간, 폭풍처럼 자괴감이 밀려왔다. 입으로는 성 매매 남성들의 가부장성/비인간성을 떠들면서, 나조차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내가 정말 페미니스트 맞나? 란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순간의 상상으로 시작된 자기혐오는 꽤 오랜 시간 이어졌다. 혐오의 대상은 주점조차 갈 수 없다고 내 외모를 셀프-비하하는 ‘나’로, 그러면서도 이번 학기 학비를 또 빌리고 있는 ‘나’로 반복되었다. 졸업 후 나는 취업 전선에 나섰고, 이 기억을 꽁꽁 봉인했다. 그러나 여전히 ‘면접 통과할 외모’ 강박에 시달리며 다이어트를 했고, 쌍커풀 수술도 했다. 나에게 ‘남성에게 매력 어필할 수 없는 몸’이란 곧 ‘취업에 불리한 면접 불합격용 몸’이었기에 또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이룸에서 [성 산업]-[대부업]-[성형산업]의 공모에 대한 포럼을 한다고 했을 때, 순간 기억 저 편에 묻어 두었던 당시의 감정이 떠올랐다. 꾸물꾸물한 느낌이 엄습했지만, 13개월 아이를 안고 무작정 포럼 참가를 강행했다. 더 이상 그 때의 무력함을 방치해 두면 안될 것 같았기에.

뜨거웠던 포럼현장

성 산업/대부업/성형 산업의 공모1 : 어떻게 연쇄고리를 끊어낼 것인가   
포럼은 이룸의 발제로 시작했다. 자료집에는 상당히 많은 사례가 구체적으로 담겨 있었다. 발제문은 성 산업/대부업/성형 산업이 현실에서 어떻게 공모하고 있는지, 이로 인해 여성들의 삶이 어떻게 파괴되고 있는지 낱낱이 밝히고 있었다.
수많은 업소 영업주들은 고리대 수준의 이자가 마치 ‘싼 금리’인 양, 이 정도 원금은 2~3개월 일하면 다 갚을 수 있는 빚인 양 소개하며 여성들을 설득한다. 성 산업 종사 여성들은 이 제안에 혹하며 더 나은 초이스를 위해, 혹은 ‘몸값 높이기’를 권하는 업소 운영진을 위해 이 수렁에 빠진다. 다수의 사례가 이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데, 문제는 이것이 전형적인 불법 선불금 형태를 띄고 있어도 여성들이 악랄한 추심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발제문의 주장처럼 선불금을 무효화시키는 법적 장치가 이미 존재하고, 이를 활용해 여성들의
피해를 구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수많은 사례들이 증명하듯, 불법/합법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성형대출은 여전히 많은 여성들을 성 산업 내에 옭아매고 있다. 이제는 현재의 법제에 만족하지 않고, 보다 적극적인 규제와 개입으로 성형 대출을 몰아내는 운동을 벌여야 한다. 나는 이 부분에 대한 이룸의 문제의식에 적극 동의하며, 지지를 표한다. 여성 전용 대출과 성형의 실상이 대중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지금, 성형 대출 철폐 운동은 (지금은 비록 ‘과제 세우기’ 단계라 해도) 여성 운동 진영에 작지 않은 의의를 차지할 것이다

 

성 산업/대부업/성형 산업의 공모2 : 자본주의는 어떻게 이 ‘공모’를 공고히 하고 있는가
두 번째와 세 번째 토론은 이룸의 문제의식과 함께 하면서 또 다른 각도에서 성형 대출 철폐 운동의 당위를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세 번째 패널은 오늘날 여성들이 어떻게 ‘신용 시스템’과 ‘부채 경제’ 속으로 대거 편입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성 산업과 금융업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언급하고 있다. 나는 이 글에서 패널이 성 산업/대부업/성형 산업의 “끝판왕” 자리에 국가와 신자유주의(오늘날 자본주의)가 있음을 나지막이 폭로하고 있다고 여겼다.
신자유주의가 여성을 포섭하는 과정이 곧 여성을 저렴하게 착취 시스템으로 포섭하는 작업이었음은, 지난 수 십 년의 역사와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그렇다면 여성들이 ‘누리고 있다’고 일컬어지는 각종 자유는 어떠한가? ‘성 노동’(성 판매)/미용성형/대출을 선택하는 것은 진정으로 ‘여성 자유’의 확대인가? 아니면 신자유주의와 反여성주의의 합작품인가? 분명 둘 다 존재하겠지만, 토론문은 후자를 절대 ‘자유의 확대’란 명목으로 포장해선 안 됨을 나직하게, 그러나 뼈 있는 목소리로 경고하고 있다. 성 산업/미용성형/여성 전용 대출의 확대는 결코 여성 선택지의 확대가 아니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한국 사회의 자본주의적 착취/여성에게 강제되는 ‘몸 규범’/빈곤이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증거라고 본다.
우리 사회 안에서는 각종 서비스/비정규 노동이 ‘여성 전용’ 영역으로 할애되어 있다. 이는 매우 값 싼 노동이고, 심지어 가사/육아는 제대로 된 노동으로 인정도 못 받는다. 여성들은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남성과 똑같이 교육 받고, 경쟁하고, 때로는 (결혼 시장에서 나은 남자를 간택함으로써) 계층상승을 꿈 꾸지만, 이 극심한 경쟁을 뚫는 ‘예쁘고, 똑똑한’ 여성은 극소수다.
성 산업/대부업/성형 산업 간 유착은 빈곤의 사각지대에 있는 여성들을 성 산업의 수렁으로 등 떠밀면서, 모든 건 여성들의 ‘자발적’ 선택이었다고 항변한다. 미용성형은 여성들에게 해방감을 주기는커녕 각종 부작용과 의료사고, 중독, 성형대출에 노출시킨다. 이 뼈 속까지 反여성적인 자본주의 시스템의 억압 망이 너무나 촘촘해서 숨 쉬기 괴로울 정도다.

 

나’와 ‘그녀’는 다르지 않다 : 성형대출 철폐 운동은 ‘나’의 운동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사회의 억압 망을 뚫고, 과연 나는 선언만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가?
예전에는 내가 내 삶을 잘 성찰하면 해방을 얻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페미니즘은 정말 나에게 큰 해방감을 주었다. 그러나 대학 졸업 이후 만난 사회는 생각처럼 녹록하지 않았다. 페미니스트임에도 여전히 나는 취업을 앞두고 다이어트를 해야 했고, 계속된 서류/면접 낙방을 맛 보며 불안해했다. 적은 너무나 거대하고 유리 천장은 공고한데, 그 안에서 ‘나는 페미니스트요’라고 선언만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취업 이후 결혼하고 아이를 기르면서, 이룸에 매월 후원금을 이체하는 것으로 만족하면서 나는 점점 사회와 타협해가고 있었다.
이제는 안다. 결국 나를 억누르는 것들과 행동으로 맞서야 한다는 걸. 내가 받은 억압이 내 딸아이에게도 고스란히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너무나 끔찍하다. 성형 대출을 몰아내기 위한 싸움은 이룸의 과제, 성 판매 여성들만의 과제가 아니라 바로 지금의 ‘나’를 위한 과제이다. 이제는 유령 이루머 생활을 청산하고 투쟁할 때가 되었다. 갑작스럽게 불타오르는 전의(?)와 현실의 괴리에 먹먹해지기도 하지만, 당장 할 수 있는 액션은 분명히 있다. 내가 나가는 촛불 집회에서 성형 대출의 폐해를 발언해 볼 수도 있겠다. 강남이 너무 멀면, 서면이나 삼산에서라도 뻥이요 과자를 돌려 보는 거다. 민우회에서 소개했던 ‘성형스파이’ 활동은 발상 자체가 굉장히 신선했다. 만일 그런 활동을 많은 여성 동지들과 함께 한다면 분명 즐거울 일일 것이다.
방학이 되면 단란주점을 향했던 그녀들, 당장의 선불금으로 성형수술을 하며 초이스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그녀들은 ‘나’의 또 다른 모습이다. 이제 칼 끝을 성 구매자/대부업자/브로커를 향해 겨누자. 국가에 요구하고, 운동을 만들어내자. 촛불 시위를 하자. 뒤엎자. 여성의 이름으로 연대하자. 스스로에게 다짐하자.

 

여성의 몸에 대한 억압, 착취를 중단하라!
여성을 이용해 돈 버는 성 산업 철폐하라!
대출 받지 않아도 여성의 주거안정,의료,생활안정 보장하라!
성산업-대부업-성형산업의 공모를 끊어내자!
활동이야기

[대출은 추심!] 나한테 왜 빌려줬어요?-2탄 여성대출

이룸은 여성의 몸을 둘러싼 성형산업-대부업-성산업이 공모하고 있는 현실에 문제제기 하는 [대출은 추심!] 나한테 왜 빌려줬어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목차-

제1탄 약탈적 대출

제2탄 여성 대출

제3탄 성형 대출


[대출은 추심!] 나한테 왜 빌려줬어요? 제2탄 여성대출





나한테 왜 빌려줬어요?

 
– 여성 대출
 
여자라면 누구나 환영!?
여성대출이 범람하는 사회
 
은행은 거절하고
대부업체는환영하는
여성대출
 
대부업체는 왜 여성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싶어서 안달이 났을까?
*주의: 대부업체는 자선단체가 아니다.
       대부업체는 돈을 빌려주고 이자로 돈을 번다.
 
1) 여성은 빈곤하다.
OECD가입국 중 남녀임금격차가 가장 크다.
(2010년 남성대비 여성임금의 비율은 62.6%, OECD)
 
여성 월평균 임금 161만 9천원
남성 월평균 임금 270만 원
(2014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자료)
 
2) 돌려받기 쉽다.
"주변에 알려지길 꺼려하는 여성들이 더 많아요. 비밀보장을 홍보하는 게 괜한 게 아니죠."
"회수율이 높죠. 조금만 겁 주면 돌려 막으니까. 일부러 남편 있는 시간에 전화하기도 해요."
 
여성대출, 여성의 권리?
대부업체는 자선단체가 아니다! 빌려줄 때 꼭 하는 생각은, 돌려받을 생각!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여성빈곤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정부정책!
여성대출은 여성빈곤을 강화할 뿐 여성빈곤을 해결할 수 없다.
-끝-
 
 
제작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참고자료
여성 노리는 고금리 대부업… 상반기 대출액 작년보다 1546억 증가,  2016-10-10, 여성신문
위클리펀치(453) 한국의 성별임금격차, ‘OECD 최고수준’, 2015-05-06,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폭발 성장’ 여성전용대출의 민낯,  2015-10-14, 일요신문
원룸사는 2030 여성 노리는 고리의 덫,  2016-10-26, 조선일보
 
 
 
예고
[1탄 약탈적 대출], [2탄 여성대출]에 이어 28일에는 [3탄 성형대출]이 공개됩니다.
활동이야기

[대출은, 추심!]10월 27일 강남에서 ‘나한테 왜 빌려줬어요?’ 거리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10월 27일, 이룸은 강남역 10번 출구 버스정류장 근방에서 '나한테 왜 빌려줬어요?' 거리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제주도에 바람, 돌, 여자가 많다면 강남에는 유흥업소, 대부업체, 성형외과가 몰려 있습니다.

이룸 생각에 가장 부유한 동네라고 일컬어지는 강남이 돈을 버는 방식이 남성중심적인 자본주의사회가 자본의 배를 불리는 방식과 꼭 닮아있다 싶었어요. 그래서 강남에서 캠페인을 진행 했습니다.

1)빌리고 갚지 못하는 채무자의 책임이 아니라 못 갚을 사람에게무차별적으로 돈을 빌려주는 약탈적 대출에 대한 채권자의 책임을 묻는!
2)못 갚을 사람을 무자비하게 추심하는 행태와 이를 허용하는 법을 문제제기하는!
3)그 과정에 여성차별이 작용하고 있음을!

알리기 위한 거리캠페인!이 어땠는지 같이 살펴보실까요?

분홍분홍한 유인물과, 글씨로 빼곡한 유인물 총 2종을 강남역을 오가는 시민들에게 배포했어요.

교육비, 의료비, 주거비, 생활비 중 무엇을 목적으로 한 '빨대'가 가장 많은지 골라골라 스티커를 붙이는
<내 등에 꽂힌 빨대>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스티커를 붙여주신 분들께는 '뻥이요!'와 빨대를 탁 꽂아 먹는 요구르트를 드렸고요.  바로 옆 횡단보도에 서 있는 분들께 캠페인의 내용을 선전하기도 했는데요…….아무도 눈을 쳐다봐주시지는 않았지만…..
횡단보도에 서서 귀쫑긋 들어주셨으리라 믿어욧!! 부끄러워서 듣는 내색을 못했으리라 믿습니다~~!

 
<거리에 뿌려진 대출유인물을 패러디해봤습니다. +_+>

안타깝게도 그 날 강남역을 오가는 시민들은… 유난히 차가우셨지요…..(어흑)
그래도 굴하지 않고 으쌰으쌰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지나가던 시민1인은 “미0사0 문제있다. 유흥업소 전제로 대출해준다. 파이팅!” 이라는 응원의 말을 남기고 사라지셨고요.
캠페인 장소 앞 건물의 관리인은 모든 유인물을 꼼꼼히 읽은 뒤 민원신고를 하셨습니다.
해당 건물의 위에는 성형외과가 있고, 성형외과는 큰 돈을 내고 건물에 입주해있으니 성형외과에 방해가 되는 이런 캠페인은 여기서 할 수 없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덕분에 이룸은 강남역/ 압구정역의 건물들 앞에 '나한테 왜 빌려줬어요?' 배너를 들고 산책하면 성형산업에 타격을 주는 효과좋은 캠페인이 되겠구나! 아이디어를 얻었답니다.

성형외과는 여성들이 외모를 ‘성형’하면 인생이 달라진다고 선전하고, 대부업체는 여성이기만 하면 돈을 빌려주겠다고 홍보하며, 유흥업소는 여성이기만 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남성에게 초이스 받을 외모가 되면 만사 오케이인 것처럼 선전하고, 여성임을 이용해 악랄하게 추심하겠다고 홍보하고, 여성의 성적 통제권을 상품으로 만들겠다고 말하는 것이죠.
이룸은 이 세 산업이 여성의 몸을 착취하고 성차별적인 문화에 기대어 이익을 창출하는 대표 주자라 생각해요. 

 

여성이기만 하면 비밀도 보장해주고 담보도 없이 돈을 빌려주겠다고 하고, 유흥업소 종사자이기만 하면 돈을 빌려주겠다고 선전하는 대부업자들이 정말 많지만… 제2,3금융권 및 불법 사금융이 믿는 구석이 분명히 있고, 이 믿는 구석은 한국사회의 성산업과 성차별적인 문화 및 구조라는 걸 알리고 싶습니다.

여성을 위한 권리, 대부업자들의 선의인 것처럼 포장되어 있는 여성대출의 포장을 벗겨 그 실체를 알리는
<나한테 왜 빌려줬어요?>거리캠페인!


다음 거리캠페인은 어디에서 진행될까요? 이 곳, 이 장소에서 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으시다면 알려주세요~

 

 

활동이야기

[몹시] 그들은 왜 여성에게 돈을 빌려줄까?

[활동가세미나 '몹시' 후기]

그들은 왜 여성에게 돈을 빌려줄까?

완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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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은행에 방문했다. 3년 전 4%대 금리로 들었던 적금 만기 해지를 위해서였다. 소액으로 겨우겨우 3년을 유지하며 채웠지만 요즘 금리를 떠올리니 좀 더 일찍, 많은 금액을 저축 하지 못했던 지난날들에 괜히 속이 쓰렸다. 번호표를 뽑고 30분 이상 기다려 마주한 은행 창구 직원은 ‘투자’니 ‘공격상품’이니 하며 알아들을 수 없는 낯선 용어들을 섞어가며 아주 빠른 속도로 내게 ISA통장개설을 권했다. 종종 1%대 예금 금리에 대해 하소연 섞인 목소리로 안타까워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왜 이렇게 금리가 낮은 거예요?”라고 그녀를 진정시키기 위해 던진 내 물음에, “다 대출 때문에 그렇죠 뭐, 대출업무가 많아요.”라며 목소리를 낮춰 답했다. 적금 들러 왔다가 대출을 받는 고객도 많단다. 하지만 이것도 초저금리 시대에 ‘빚테크’라는 신종 자산관리 흐름에 발맞춰 제1은행권 대출이 가능한 소위 돈 좀 있는 사람들의 얘기다.
 

저축으로 돈을 모은다는 건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언론은 틈틈이 가계부채 심각성을 보도하며 서민경제를 크게 우려 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지난 4월 하향 조정된 법정 최고이자율(기존 34.9%에서 27.9%로 인하)에 대해 "대부업계의 대출심사가 까다로워지면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 업체로 내몰릴 수 있다"라는 금융계, 경제학자들의 목소리를 연일 보도했다. 그간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선심 쓰듯 상환능력이 없는 가난한 이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고리대자본을 축적한 거대 자본가들의 무책임함이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한다면 과언일까. 최고이자율 인하를 서민경제에 타격을 주는 부작용이라고 지식인의 언어로 포장하고 선전하는 모습에서 ‘고양이 쥐 생각한다’는 격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고리대금과 추심에 대한 적극적 규제와 단속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채무자에 대한 보호 장치가 전무한 현실에서 소득이 불안한 개인에게 ‘대출’은 권리이자 복지인양 그 무엇보다 폭발적, 전략적로 접근을 확대해왔다. 내 앞가림은 내가 한다는 어른들의 조언을 신조 삼은 ‘도덕적이고 합리적 주체’인 개인은 미래소득을 담보로 ‘대출’이라는 하나의 선택지 안에서 주거‧의료‧교육‧복지‧생계 문제를 감당하며 현재를 저당 잡힌 채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부채경제 말단엔 노동시장에서 소외되고 저임금 산업으로 내몰리는 여성이 있다.
 
 

이룸은 ‘대추: 대출은 추심!’사업의 밑 작업으로 지난 3월부터 1980년대 금융자본의 세력 확대와 신용의 증가로 이전 시기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대출을 받게 된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몹시]에서는 <가난을 팝니다>(라미아 카림, 오월의 봄, 2015)를 읽고 ‘금융의 세계화’가 진행되던 시기 최빈국 방글라데시를 틈새시장으로 발견한 금융의 검은 속내와 전략을 꼼꼼히 들여다봤다.
 

방글라데시는 서구 원조기구에 의존하며 필수서비스를 NGO에 아웃소싱한 탈식민지국가이자, 전체 인구 80%가 농업에 종사하고 1일 1달러 소득 미만인 극빈자가 전체 인구의 41.3%를 차지하는 최빈국이다. 그런 땅에서 그라민은행은 어떻게 ‘소액 대출’로 세계적인 "빈곤 퇴치와 젠더 전략을 위한 주요 원조정책" 모델로 각광받으며 노벨평화상까지 받을 수 있었던 걸까.
 

그라민은행은 누구보다도 ‘빈민여성’을 가치창출의 주요한 고객으로 삼았다. “소외계층 삶의 개선에 헌신한다”라는 윤리적 주체이자 농촌사회에 자원을 공급하는 권력을 가진 NGO로서 그라민은행은 농촌여성에 대한 기존의 관습과 통제를 자신들의 손실은 막는 위험관리로 제도화했다. 결과적으로 빈민여성과 금융서비스라는 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은, 여성이 금융자본에게 그 무엇보다 ‘선’하고 ‘합법적’으로 이윤을 내기에 탁월한 시장임을 증명해보였다.
 

그라민은행을 비롯해 마이크로파이낸스 정책, 간단히 말해 ‘무담보’ ‘무보증’을 내세운 소액대출 서비스를 하는 이들 NGO는, 이 같은 대출이 “여성역량강화와 가난을 구제하고 공동체를 개발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들은 상환능력을 묻지 않고 가족 생계를 지탱할 만한 토지를 살 정도의 금액보다 훨씬 적은 액수만을 가계경제에 결정권이 없는 빈민여성에게 무작정 대출해주었다.

 
저자가 연구한 그 실상을 좀 더 살펴보면 이렇다. 여성들은 대출자그룹을 형성해야 돈을 빌릴 수 있었는데, NGO는 이들 그룹을 통해 일일이 손대지 않고도 대출금 회수에 상호 압력을 강요해 대출자를 통제할 수 있었다. 이른바 연대보증이다. 뿐만 아니라, NGO는 정해진 이자에서 대출 상품의 종류와 기관에 따라 다양한 추가 비용(고정이자+그룹회비+의무저축+가입비+통장발행비+취소수수로+의무적으로 상품을 사게 하는 끼워 팔기 등)을 통해 발생 가능한 연체를 대비한 안전장치를 두었고 저축을 해야 대출자격이 생기는 규칙은 상환금을 연체할 시 담보역할을 했다. 특히 이들 NGO의 ‘공개적 망신주기’, ‘집부수기’ 심지어 감금하거나 대출자를 고발하는 방식의 강압적인 추심은 농촌 사회의 명예와 수치관념 하에 지배받는 취약한 여성의 지위를 이용하여 채무를 변제하도록 스스로 규율하게 했다. 즉, 여성은 대출로 가족과 공동체 차원 모두에서 새로운 형태의 종속과 억압에 놓이게 된 것이다.

앞서 나열한 NGO대출은 우리가 주목하고자 하는 ‘여성전용대출’의 고객 선정과, 마케팅, 위험관리 전략에서 매우 유사한 점을 보였다. 먼 나라 이웃나라에서도 여성은 금융이 이윤을 창출하기에 가장 손쉬운 먹잇감이었다.

 
성매매피해지원상담소에서 많은 비율로 과다채무와 고리대, 강압적인 추심으로 어려움을 겪는 여성을 만나는 우리가 성매매를 이야기하면서 금융, 복지, 노동, 기본 소득을 함께 고민해야 할 필요를 느끼는 것은 이 때문이다. 금융자본의 질주는 성별 성차별 제도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는 인식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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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주체야”
“네가 필요해서 빌린 거잖아”
“네가 선택했기 때문에 감수해야 해”
 

신자유주의에 대한 맹목적인 신념은 담합과 뒷거래를 통해 몸을 불리는 자본권력을 은폐하며 우리들의 경제관념에 교묘하게 파고들어 행동을 규율한 지 오래다. 그사이 법은 채권자들에게 추심의 결정타로 기능하고 있고 비현실적이고 차별적인 금융자본의 설계에 말미암은 위기와 과제는 개인의 문제로 축소되어 발화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에서 나는 고금리, 강압적인 추심, 폭력과 같은 행위를 합법/불법이라는 틀에서 겨우 볼 수 있을 뿐이었다.
 

우리의 ‘자발’, ‘선택’, ‘필요’라는 언어 속엔 ‘누구에’의해 ‘특별히 누구의 필요’가 만들어 지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이익을 얻는 자들이 누구인지는 없다. 금융자본은 이윤에 따라 움직인다. 개인의 부주의를 탓하고 서로가 서로를 단속하게 하는 질문과 논의 속에서 이 움직임에 대응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왜, 빈곤한 여성들이 갚을 능력도 없이 돈을 빌릴까?”
“왜, 그렇게 많은 빚을 지고도 또 돈을 빌릴까?”라는 질문에 다시 질문해 보려고 한다.

 

“그들은 왜 여성에게 돈을 빌려줄까?”

 
그리고 이 같은 질문이 필요한 현실에는 경제적 불평등에 따른 비정규직 저임금 여성노동의 대안으로 성매매가 존재하는 문제가 함께 있다.
 

“돈이 없어서 배우지 못하고, 돈이 없어서 집을 못 사고, 돈이 없어서 병원에 가지 못하고, 돈이 없어서 성매매를 한다는 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건 ‘자본’이었을까?”
“이들이 말하는 어려움은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그 어려움이 이들에게 미친 영향을 무엇일까?”
“빚이 늘어난 이들이 ‘돌려막기’,‘사채’, ‘카드깡’ 등의 동일한 경로를 경험하는 건 왜일까?”
“돈을 빌리지 않고도, 성매매를 하지 않고도 생존권, 노동권이 보장되는 현실에 대해 같이 목소리를 낼 수는 없을까?”
여러가지 질문이 꼬리를 문다…

 
이제 “왜?”라는 질문은 돈을 빌릴 수 있는 능력을 ‘신용’이자 ‘권리’라고 말하는 이들에게로 향해야 하지 않을까.
신용은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권력자들이 불평등을 해소하고 국민의 복지와 자활에 필요한 자원을 모으고 배분하는 ‘능력’으로 우리에게 심사받아야 할 책임으로서 기능해야 하지 않을까.

 
얼마 전 내담자가 일수업자로부터 반복적인 추심협박에 시달려 상담소를 방문했다. 상환방법을 묻는 질문에 그녀는 “돈을 빌린 후 연대보증인의 카드를 일수업자에게 주고 비밀번호를 알려준 후 본인과 연대보증인이 해당 계좌로 매일 돈을 입금한다.”고 말했다. 법적 대응이 필요하거나 다툼이 생겼을 때 돈을 갚았다는 사실을 입증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채무자의 책임만 지나치게 강조하는 사이 불공정한 관행은 지금도 우리의 상식 밖에서 새로운 상품들로 둔갑에 둔갑을 거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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