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칼럼]이러나 저러나_송이송

 
8월 초, 별자리 상담을 보러 갔다. 내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다녀와서 추천을 해준지라 예전부터 ‘한번 가볼까’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막상 예약을 잡으려다 늘 주저하곤 했었다. 뭐든지 다 때가 있는가보다. 어느 순간 나는 매우 급박한 마음으로 문자를 보내게 되었고, 결국 심상치 않은 포스의 그 분의 상담실에 방문하게 되었다. 그 분은 내 차트를 딱 보고는 은행에 다니는 사람인 줄 알았다며 돈을 다루는 일을 하는 게 잘 맞는다고 확신에 찬 말투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지금 어디 일하냐고 물었다. 이룸에 대해 설명하자 표정이 갸우뚱 했다가 회계도 한다고 했더니 ‘바로 그거야!’ 라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 분은 내게 좀 더 그 적성을 살려보라면서 그에 관련된 자격증도 많이 따고 공부도 해보라고 권해주었다. (나도 그게 고민이 되어서 찾아갔던 것이기도 하고…)
 
사실 그 분이 한 얘기가 특별히 새롭거나 하지는 않았다. 사주 상으로 봤을 때도 이미 나는 금(金)기운이 발달해 있고, 또 그것을 잘 쓸 수 있기 때문에 날카로움이 필요한 업무나 돈을 다루는 일 등에 잘 맞을 거란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좋아하기도 하고) 다만 여기서의 차이점이 있다면 내가 사주와 동양철학을 배웠던 곳에서는 나에게 발달한 그 기운을 쓰기보다는 나에게 없는 기운을 쓰는 것을 권장한다는 것. 본인이 오행의 기운을 골고루 쓰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주상으로 보면 내년이 삼재의 시작이자, 아주 큰 변화가 있는 해라고 본다. 그래서 그에 대한 처방은 내년엔 최대한 몸 사리고 너무 큰 이동수를 갖지 말고 조용히 있으라는 것. 하지만 별자리의 그분은 내게 다가올 큰 변화를 예감하시며 앞으로 또 오지 않을 기회이니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당부했다.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재미있다. 별자리든 사주든 사람을 연구하기 위해 아주 긴 역사동안 켜켜이 쌓여온 데이터베이스이니 나에게 다가올 기운을 비슷하게 읽어낼 수 있지만 그에 대한 처방은 전혀 다르다는 것이. 각각의 학문이 태동하고 성장해나가는 과정에서 어떤 문화권, 어떤 철학적 개념을 베이스로 삼고 있었는가에 따라 달라진 것이겠지. (물론 별자리와 사주를 봐주는 사람의 성향도 영향이 있겠지만^^;) 암튼 이렇게 된 마당에 나는 어느 쪽의 해석과 조언을 따르게 될까.
 
큰 변화가 다가올 때 그것을 적극적으로 타넘고 기회로 삼아야 하나, 큰 변화라는 것은 늘 위험을 동반하며 자극적이고 치명적이라는 것을 간파하고 현명하게 몸을 사리며 처신해야 하나. 별자리의 그 분이 얘기한대로 내년에 내가 ‘좋은 변화’를 하게 된다는 것은 어떤 것에 초점이 맞춰진 것인가. 이 사회가 말하는 부와 안정을 말하는 것이라면, 내가 추구하는 것은 그것이 맞나? 결국에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회적 성공? 내 일상의 안위? 전문가가 되는 것? 일상의 항상심?…
 
결국 선택은 내 몫이다. 내 삶의 큰 지향으로 무엇을 삼고 싶은지, 내가 추구하는 삶의 세부적인 모습과 그것을 어떻게 맞춰갈 수 있는 지 등을 생각하면서 내 삶에 다가오는 국면을 해석하고 결정들을 내려야 할 때인 것 같다. 어려운 일이지만, 지금은 이 고민들이 재미있다.

송이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