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호]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인터뷰)

 


 


[인터뷰 특집] 별 기자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는데 여기를 나가서 다른 일을 할 수 있을까?”


  


언니들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고민이시죠?


그래서 별별신문에서는 같은 고민을 거쳐 길을 찾고 있는 수진 언니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어떻게 이쪽 일을 시작하셨나요?


 


중학교를 그만두고 나서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돈을 많이 버는 술집이 있다’, ‘2차는 안 나간다’는 친구 말에 스무 살 때 이쪽 일을 시작했어요.


일을 시작하던 날이 아직도 필름처럼 기억이 나고 그날 손님 얼굴까지도 기억이 나요. 일주일 만에 도망치듯 그 술집을 나왔고 이쪽 일을 가능하면 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식당보다 벌이는 좋으니까, 손에 바로 현찰이 들어오니까. 다시 이쪽 일 하다가 돈 조금 모이면 뭐라도 해보고 그러다가 또 다시 이쪽으로 오고… 그 반복이었어요.


 


 


 -어떤 일들을 해 보셨나요?


 
옷가게 점원, 서빙, 휴대폰 매장이랑 천원샵 운영 같은 것들을 했어요. 최근에는 집결지 일을 아예 접고 화장품 방문판매 일을 했구요.


 처음에는 소득이 괜찮았는데 점점 적어져서, 현재는 한식조리사자격증을 준비하고 푸드코트 일을 시작하는 등 새로운 진로를 고민하고 있어요. 


 



 -빚을 지신 적이 있나요?              


 


이십대 후반 만나 7년간 부양했던 남자가 그렇게 가게를 제 명의로 열었어요. 그 빚은 고스란히 제게로 왔고요. 대출, 세금, 핸드폰 비용까지…


헤어지고 나니까 빚이 사오천 있더라구요. 언니들, 사랑해도 명의는 절대 빌려주는 게 아니에요. 아무리 좋은 사람이어도, 대기업 다녀도 안돼요.


명의라는 말을 꺼내는 건 일단 나에게 해를 입히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세요.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분간하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언니들은 몸으로 사람을 만나기 때문에 그 사람의 밑바닥부터 보게 되고, 그러니까 그 사람을 이미 잘 안다고 생각하기가 쉬워요.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아는 건 다른 문제에요. 좋은 모습으로 오는 사람, 이유 없이 베푸는 사람을 경계해야 해요.


자기가 돈 내고, 뭘 갖다 주고, 사주고, 조곤조곤 예쁘게 말하는 사람이 사기꾼일 수 있어요. 사람은 겪어봐야 아는 거에요.


제가 첫 신랑과 만날 때 주위 사람들과 연이 다 끊어졌었어요. 제발 헤어지라는 말 제가 안 들었으니까요. 헤어지면 연락하라고 했는데,


다행히 나중에 연락을 받아주더군요. 그렇게 제 주위에 남은 사람 중 한 명이 지금 같이 살고 있는 친구에요.


 


 


 -지금 함께 사는 친구분 이야기도 궁금해요.


 



이쪽 일하면서 만난 오래 알고 지낸 친구에요. 그 친구를 보면서도 참 여러 생각을 했는데… 친구는 사실 이 일 열심히 해서 집도 있고 가족들도 돌보고 있어요.


그런데 돈이 있어도 늘 우울하고 불만이 있는 거에요. 난 그 1/10만 있어도 행복할 텐데 친구는 왜 그럴까? 아 이게 돈이 아니라 마음의 문제구나, 싶었어요.


 


 


-어떤 마음일까요?


 


 저도 그랬고, 다들 이쪽 일을 그만두고 싶어도 돈을 어느 정도 모아놓아야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일을 그만뒀을 때 다른 일을 해서 생활이 될지 불안이 크니까요. 그런데 이쪽 일을 하면 할수록 바깥에서 살 수 있는 능력이 키워질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어요.


예를 들어 간단한 usb 사용법 같은걸 모르게 되어버리는 거에요. 이쪽에 있을수록 이쪽에서의 삶이 너무 당연하게 느껴져서 아무런 이상함도 못 느끼게 되고,


반대로 바깥 세상이 너무나 이상하게 느껴지는 경험을 해봤을 거에요. 그럴수록 믿을 만한 사람들을 만나고 얘기를 나눠보면서 너무 익숙해져 버리지 않도록, 다른 길을 열어놓도록 하세요.


저는 책을 많이 읽은 게 힘이 되었어요.


 


 


-마지막으로 언니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들려주세요.


 


제가 일을 그만둘 때 주위에서 다 그 용기에 박수를 쳐준다고 했어요. 바깥 사람들은 몰라도 언니들은 알 거에요.


이쪽 일을 그만둔다는 건, 뭐라고 해야 하나, 다시 태어나는 거나 마찬가지에요. 저도 이쪽과 바깥쪽, 마음이 두 갈래였고 그 중간에 있었어요.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지 않고 한 방향으로 밀고 나갈 수 있도록 스스로 마음을 잡아나가는 건 본인이 아니면 누구도 해줄 수 없어요.


많이 가지지 않아도, 내 능력으로도 난 충분히 살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해 주다 보면 다른 것들을 경험해 볼 용기가 날 거에요.  [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