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마취제를 이용한 성구매/강도살인미수/강도살인혐의자 공판 참관기

수면마취제를 이용한 성구매/강도살인미수/강도살인혐의자 공판 참관기

 
지난 5월 20일에 성구매를 하며 목을 조르고 수면마취제 클로로포름으로 상대 여성을 기절시키고 상대 여성의 돈과 물건을 갈취해온 그리고 관악구의 한 모텔에서 그런 수법을 쓰다 3월 26일에 1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가진 자에 대한 공판이 있었다. 이룸은 ‘관악구 성착취 십대여성 살해사건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행동’ (가해자와 알선자가 제대로 처벌받도록 하고 이후 더 이상의 청소년 성착취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근본대책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구성된 공동대책위로 국회 앞 100일 1인 시위 및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구성원으로서 기자회견에 함께하였고 해당 공판을 참관했다. 

피해자는 총 3명이었고 공판의 쟁점은 첫째, 가해자가 신청한 국민참여재판을 승인할 것인지, 둘째, 사실관계 및 제출된 증거에 양 쪽 모두 동의하는지, 셋째, 가해자에게 살인의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공판에 가기 전 이루머들은 왜 가해자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는지 궁금했다. 피해자들이 국민참여재판에 반대하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러나 피해자 및 피해자의 가족들은 가해자가 요청한 국민참여재판을 이구동성으로 반대하는 상황이었다. 검사의 말에 따르면 국민참여재판 시 피해자들의 개인정보가 알려지고 2차 피해가 있을 수 있고, 이미 사건이 언론에 노출되어 배심원의 객관성이 확보되기 어렵다고 한다. 또한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동의하고 있기 때문에 남은 쟁점은 법리적 부분으로 이는 정식 법정에서 다루는 것이 맞다는 것이 국민참여재판에 반대하는 근거였다. 나중에 들어 알게 된 바로는 한국의 국민참여재판은 대부분 가해자의 형량이 적게 나오는 경향을 띤다고 한다. 가해자가 국민참여재판을 요청한 이유를 단박에 이해할 수 있었다. ‘국민참여재판’은 선진적이고 민주적인 형태일 것이라는 나의 기대는 착각이었다.
 
한편 사실관계를 대부분 인정하는 가해자가 자신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살인의 고의가 없었음을 주장하는 모습은 법적인 처벌이 가진 깊은 한계를 절감하게 했다. 법적인 처벌을 얼마나 어떻게 내릴 것인지를 다투는 형사 재판에서는 가해자에게 특정한 목적이 있었느냐를 중요하게 다룬다. 이 사람의 행위가 상대 여성들에게 어떤 상흔을 남겼는지는 부차적인 문제이다. ‘강제로 수면마취제를 흡입하게 하였으나 죽이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목을 졸랐으나 죽이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기절시킬 의도는 있었으나 죽이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그 의도가 가해자의 형량을 줄여줄 수는 있겠으나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가한 폭력적인 행위의 무게를 줄여주지는 못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가해자에 대한 법적인 처벌이 피해자를 위한 최고의 보상, 혹은 피해자의 유일한 욕구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재판에서의 죗값 매기기 과정은 법적 처벌 유무를 판단하고 그 무게를 재는 기준이 피해자의 치유나 보상과는 큰 상관관계가 없음을 보여준다. 공판을 참관하면서 고인을 제외한 2명의 피해자가 형사 재판 이외에도 자신이 겪은 일을 치유할 수 있는 다른 사회적 자원을 알고 활용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졌다.
 
성판매자가 성매매 과정에서 구매자에 의한 폭력을 신고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는 전반적인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 성매매처벌법은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처벌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위험, 계속 성판매를 해야 하는 개개인의 상황 때문이다. 피해자 3인 중 1명이 안타깝게 살해당하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이 가해자는 물위에 드러날 수 있었을까? 아마도 가해자를 만난 여성들에게 가해자는 성매매 현장에서 무수히 만나는 진상이나 무서운 구매자 중 한 명으로만 남았을 테고 가해자는 조건만남 어플과 인터넷 사이트를 누비며 또 다른 여성을 찾았을 것이다. 가해자는 구매자를 신고하기 힘들고 구매자의 폭력적인 행위에 저항, 문제제기하기 어려운 성판매자의 위치를 알고 있는 자다. 상대 여성이 사회적 약자임을 알고 그 위치를 악용하여 자신의 폭력적인 욕망을 실현했을 가해자에 대한 분노는 공판이 끝나고 며칠이 지나도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덧1. 6월 3일에 성구매/강도살인미수/강도살인‘혐의자’에 대한 세 번째 공판이 있었다. 그 자리에 갔던 분의 말에 따르면 가해자는 자신의 ‘갈취’혐의를 부인하며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은 여성에게 자신이 준 돈을 회수했을 뿐이라는 주장을 했다고 한다. 정말 성구매자 살기 좋은 세상이다.
 
덧2. 6월 5일에는 피해여성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알선자 3인에 대한 공판이 있었다. 알선자들은 서로의 진술이 엇갈렸는데 14살인 여성이 미성년자인줄 몰랐다거나, 미성년자인 줄 알고 집에 보내려고 했는데 본인이 거부했다거나, 3명이 역할을 나눠 알선을 하기는 했으나 영업목적은 아니었다거나(아동청소년을 영업목적으로 성매매 알선할 경우 형량은 최소 7년 이상이다.) 그러니 아직 젊은 알선자들을 봐서 공소내용을 바꿔달라는 둥의 말을 했다.
 
덧3. 알선자들은 어렸다. 그 중 어떤 이는 자신의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서 알바를 전전하다 친구의 권유로 성매매 알선을 시작했다고 한다. 빈곤하고 다른 자원이 없는 젊은 남성들 중 성매매 알선을 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다. 빈곤하고 다른 자원이 없는 젊은 여성들 중 성판매를 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다. 성매매와 빈곤, 빈곤과 성매매. 너희는 어떤 관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