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이룸의 시대한탄 ②] ‘낙태가 죄’이던 날들이 끝났다.

[2019 이룸의 시대한탄 ②] 낙태가 죄이던 날들이 끝났다.

 

낙태가 죄이던 날들이 끝났다.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결은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들이 임신을 중단하더라도 처벌받지 않을 수 있는 포문을 열었다. 위헌 판결이 아닌 헌법 불합치 판결이라는 점, 그래서 2020년까지의 유예 기간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낙태죄에 전면적인 종지부를 찍지는 못한 아쉬운 판결이지만 낙태죄 없는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었음은 명징하다. 완전한 낙태죄 폐지를 위해 힘을 모은 서로 다른 우리들이 어떤 주수 제한 없이, 안전하게, 여성 재생산권의 관점에서 임신 중단이 가능 할 날을 만들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성매매 과정에서의 원치 않는 임신을 중단할 수 없었던 날들도 끝날 때가 되었다. 구매자 남성의 피임 거부와 이로 인한 원치 않는 임신은 성매매 산업 내 압도적인 권력 차이의 결과이다. 돈으로 상대방을 통제할 권리를 ‘샀다’고 착각하는 남성 구매자들은 성매매 과정에서 서슴없이 강제적이다. 경제적 이유로 성매매에 인입되는 여성들에게 ‘불법’ 시술인 임신 중단 수술비용은 감당할만한 비용이 아니고, 그래서 이를 감당하기 위해 빚을 져야 하며 이 빚을 갚기 위해 다시 성매매 현장으로 인입되는 악순환을 명확히 알면서도 성매매피해를 지원하는 상담소는 이를 지원할 수 없었다. 여기에는 성폭력은 여성에 대한 폭력이므로 성폭력 과정에서의 원치 않는 임신은 중단할 수 있지만, 성매매는 여성이 책임져야 할 여성의 ‘죄’이므로 그 과정에서의 원치 않는 임신은 ‘죄를 지은 여성’이 감수해야 한다는 전제가 작동한다.

 

국가는 낙태를 죄로 간주하면서도 국가의 이해관계에 따라 낙태를 국가 차원에서 실시, 장려해왔다. 그리고 이는 국가가 성매매를 죄로 명시하면서도 동시에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유흥업소를 합법으로 명시하며 관리하고 (‘성병’을 ‘전파’할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지는) 성산업 여성들의 몸을 검진해 온 행태와 유사하다.

 

이처럼 국가는 오랜 기간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여성들의 몸을 활용하며, 구조적 문제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고 비난해 왔다. 이러한 한국 사회의 가부장성은 낙태죄 폐지로 새로운 세계를 맞이했다. 그리고 이 새로운 세계는 낙태죄 폐지에 힘입어 성판매 여성 비범죄화를 요구한다. 더 이상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상을 수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성이 처벌받는 일은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 성매매는 여성의 죄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