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이룸의 시대한탄 ⑦ 천호동 성매매집결지 화재사건에 부쳐

2018 이룸의 시대한탄 ⑦

천호동 성매매집결지 화재사건에 부쳐

천호동 성매매집결지 화재소식, 들으셨겠지요. 성탄 연휴를 앞둔 지난 토요일 12월 22일 오전 11시 경, 업소 1층에서 불이 나 2층 숙소에서 잠을 자고 있던 성매매 여성 4명이 중경상을 입었고, 1명이 사망, 업주 1명이 사망하였습니다.

천호동 집결지는 청량리에 이어 재개발을 통한 폐쇄가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2018.8월 예정된 퇴거일을 넘긴채로 영업이 계속되고 있었지요. 청량리의 경험으로 짐작컨대 마지막까지 영업수익을 올리려는 업주들이 이주하지 않고 남아있는 여성들 그리고 철거 직전까지 일을 하러 새롭게 옮겨온 여성들을 데리고 있었겠죠. 청량리 폐쇄 이후 이주한 여성들이 계셨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연휴 대목이기도 했으니까요. 강제퇴거 목적으로 이미 가스공급이 끊긴 곳에서 말입니다. 그 상황에서도 구매자들은 집결지를 찾게 마련이었고 그렇게 업주들은 돈을 벌 수 있었습니다.

올겨울 계속되는 화재는 현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인 것’이 과연 존재하는지, 우리가 사회라 믿고 있는 것의 실상은 과연 무엇인지를 물으며 착취와 폭력으로 침윤된 장소들을 찢고 불거져 나오고 있습니다. 여성들이 잠을 자고 있었다던 2층 숙소는 과연 주거 공간으로 적합한 곳이었을까요? 1층에서 이뤄지던 성매매 영업 과정에서 여성들은 어떻게 지속적이고 일상적으로 안전의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었겠습니까. 성매매여성들의 죽음은 단순 화재사고의 인과만이 아닌 집결지라는 공간이 존재하는 사회의 중층적인 여성 억압 구조를 반영하는 하나의 사건으로서 깊이 숙고되어 마땅합니다. 모든 죽음에 대한 공정한 애도의 작업이 그러해야 하듯 말입니다.

그러나 언론의 얄팍한 보도에 달린 댓글들은 “그러니까 공창제를 해야한다” 라고 입싼 결론을 내립니다. 사망한 업주는 여성들을 구하다 죽은 영웅이 되고, 집결지의 운영자들은 여성들을 대변할 수 있는 이웃이자 상가세입자로 신분을 세탁하여 지자체와 언론을 만납니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 집결지를 젠더 관점의 공적 공간으로 접근할 수 있는 역량은 지극히 미미합니다. 합법 아니면 불법, 재개발 아니면 공창제, 성매매여성들의 삶을 교묘히 은폐하는 이분법만 난무합니다.

성매매방지법은 2000년대 초 업소 내 화재사건을 계기로 제정되었습니다. 여전히 서울시내에는 천호, 영등포, 미아리 세 곳의 집결지가 남아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일부로 생각할 능력이 없는 공간들을 쉽게 머릿속에서 지워버립니다. 부디 이 사건을 잊지 마시고, 사회가 이 사건을 어떻게 쉽게 ‘이야기’ 하려 드는지 눈여겨보시고, 이 사건을 또 다른 수많은 성매매여성들의 죽음을 상기시키는 열쇠로 삼아주십시오. 집결지 문제는 과거가 아닌 현재에 계속되고 있는 페미니즘, 인권 사안이며 집결지 문제에 대한 싸움을 강 건너 불구경한 채로 성산업 문제를 우리 모두의 문제로 해결해 나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국가와 지자체, 수사당국, 언론의 책임 있는 태도와 대책을 촉구하며 병원에 계신 여성분들이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하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