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27일 청량리 아웃리치 후기

* 11월 청량리 아웃리치에는 인근 주민이시기도 한 예지님이 동행해주셨고 후기도 남겨주셨어요. 고맙습니다:) 

11.27 청량리 아웃리치 후기
– 이예지

청량리는 제게 ‘일상적인 공간’입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이 있는 곳, 옷을 사기도 하고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는 동네, 학교 마치면 역에서 집까지 걸어가는 길 모두 저의 일상의 빈 틈을 메워주고 있습니다. 아마 제게도 그런 것처럼 다른 이들에게도 삶을 살고, 만들어나가는 하나의 공간이겠죠? 청량리에서 쇼핑을 하거나, 밥을 먹거나….

제가 처음 청량리에 왔을 때 느꼈던 것은 청량리는 다른 상업시설들과 섞여있는 것이 아니라 그 옆에 고립된 공간같다는 것이었어요. 마치 집결지 자체가 비일상적이고 평범하지 않다는걸 보여주려는 듯 했습니다. 남성들에게 있어서 청량리는 언제나 마음 먹으면 성구매를 하러 들어올 수 있는 공간. 동네 사람들 모두 청량리 집결지가 어떤 곳인지 알지만 또 집결지 성판매 여성들과 함께 청량리에서 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긍정하지는 않는 공간.

하지만 한국 성매매 시장은 2010년 기준으로 추정 7조나 되는데 어째서 성매매가 일상적인 행위가 아니라 특별하고 ‘루저’ 남성들만 하는 행위로 여겨지는 것인지, 집결지의 여성들은 아주 특수한 존재로 불리는 지, 성을 판다고 하는 것이 이 사회에서 어떤 의미인건지, 대체 한국 영화시장보다 훨씬 큰 7조 가까이 되는 수익을 창출하는 이 공간은 대체 무슨 의미이기에 영화보다 더 비일상적인 것으로 여겨지는걸까요.

이루머분들과 함께 청량리 아웃리치를 나가면서 재개발되고 있는 집결지를 응시한다는 것이 어떤걸까 생각해본 것 같아요. 남성 중심 개발자본의 시각이 아니라 자본에 의해 밀려나고 무너지는 집결지와 집결지에 있는 여성을, 여성의 시각으로 바라본다는게 어떤 의미인걸까요.

적어도 제게 아웃리치는 남성이 집결지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권한에 대해 문제제기 하는 행위입니다. 성구매자 남성만 진입할 수 있는 공간에 성구매에 반대하는 우리가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세상의 규범을 흔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성은 꼭 섹스를 해야하고, 그렇기 때문에 성매매는 정당하다는 어떤 (우리에게는 정말 말도 안되지만 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논리와 규범에 도전하고 부수고, 기존의 관점과 다른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첫 걸음 중 하나가 아웃리치 아닐까요!

우리가 집결지나 곳곳에 있는 성매매 업소들을 응시하고, 응시하면서 공간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은 비일상적으로 여겨졌던 남성들의 성구매에 대해서 “성구매는 어디에서나 일어나고 있고 삶의 곳곳에 침투해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근래의 청량리 집결지는 재개발으로 인한 건물 철거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아웃리치 이후에도 들렀던 청량리 집결지는 여인숙이 부서지고 있었고 펨프 이모들이 항의를 하고 있었어요. 자본과 국가가 기획한 성매매 집결지라는 공간을 또 자본과 국가가 무너트린다는 건, 또 어떤 의미일지 생각해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