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 쪽방 반상회 11차 소식] 영화 <아이캔스피크> 관람 후 역사문제연구소 방문기

[청량리 쪽방 11차 반상회 소식] ‘아이캔 스피크’ 관람 후 역사문제연구소 방문기
 – 고진달래

10월 청량리 쪽방 반상회에선 ‘아이캔 스피크’ 영화를 같이 봤어요. 지난 9월 반상회 때 ‘수요집회’ 참석하자고 결정이 된 뒤 언니들끼리 수요집회 가서 인사할 말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셨어요. 때 마침 할머니 관련한 영화가 나왔다고 하여 ‘아이캔 스피크’를 함께 보고 난 뒤 5명의 언니들과 함께 역사문제연구소를 방문하여 장원아 선생님과 함께 간담회를 진행하였어요.

처음 영화관을 간다는 언니들도 있고 나이 들어서는 자주 영화를 봐야겠다면서 영화관에 온 것만으로도 너무 즐거워하셨어요. 간담회 자리에선 언니들과 처음으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고요, 언니들과 종종 이런 자리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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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좋아하는 언니: 처음에는 코믹하면서도 재미있으면서도 끝에 같은 여자로서 너무 안된거야. 13살에 끌려가서 성노예로 이렇게 일본 사람들이 그게 너무너무 어우~ 슬펐고 일본이 미웠어요. 때려 죽이고 싶었어요. 한마디로. 너무 짓밟았잖아 어린 나이에 그게 너무 슬펐어요 속이 상했고. 감동 있게 좀 봤어. (어느 장면에서요? )그냥 뭐라고 그럴까. 얘기가 안 나와. -쑥스러워하시면서 웃음- 생각이 안나.

우리를 웃게하는 언니: 하여튼 재미있게 봤다고. 눈물이 안 나오더라고. 나이가 먹어서 그런가 눈물이 메말랐어. 속으로 울고 (어느 장면에서 좋았어요?) 할머니가 귀싸대기를 확 갈겼을 적에 -모두 웃음- 그 장면을 너무 감정있게 봤어. 그 사람을 찰싹 때릴 때 그걸 감정있게 봤어요 -모두 웃음-

: 누구 귀싸대기 때려주고 싶은 사람이 있으세요?

우리를 웃게하는 언니: 아이 그런 사람 없는데도 그 순간에 내가 굉장히 마음이 그거 하더라고. 그렇더라고. 감동있게 재미있게 잘 봤어요. 확 갈겼잖아요. 거기에서 내가 막 마음이 슬픈거야. 근데 속으로만 울었지 겉으로는 내가 눈물이 뚝 떨어지지 않고 끝까지 내가 봤어요. 잠 안자고 – 하하하하 모두 웃음- 꾸벅 졸지 않고 끝까지 봤어요. 생전 처음 내가 그런거 보면은 끝날 때까지 눈 땡글땡글해서 본다고

유나: 옆에서 (의리가 넘치는) 언니가 거기 나오는 노래들을 따라하고 계시더라고요. 그래갖고 -일제히 노래를 부르기 시작. 생~각난다~ 꽃~반지끼고 시끌시끌-
이게 내 나이 대 말고 연배가 있으신 분들이 보면 되게 다른게 보일 수 있겠다.

의리가 넘치는 언니: 우리 나이 대에 보면 슬프고도 어둡고 참 암울한 시기에. 나라를 빼앗기고 살았다는 선조들이 그게 있었구나를 느꼈다.

유나: 영화 속 그 시장이 철거 위기인데 우리 이야기와 겹쳐지는 그런 얘기 있어서. 난 전혀 모르고 봤는데

소녀 춤을 추는 언니: 나는 그게 청량리를 위해 만들어진 줄 알았어. 그것도 우리꺼고 저것도 우리꺼고 우리 철거에 대해서 말해서..

기용: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고. 제일 많이 울었던 것은 처음에 신문에 나고 시장 사람들이 알게 되고 시장에 돌아왔을 때 진주댁이 외면을 하잖아요. ‘왜 외면을 하지?’ 이게 현실을 그리는건가 했는데 나중에 나한테 말하지 않은게 섭섭했다고 하면서 둘이 막 우는데.. 그게 처음으로 그 할머니한테 ‘고생했다’고 말을 건네는 사람이, 이 할머니에게 이 말을 하는 최초의 사람이였겠지. 진주댁이 그러니까 어린 친구가 고생했다라고 말하는거 보면서. -다시 울컥- 그 할머니 인생에서 그 한마디를 해준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는거. 당신이 얘기 하지 않아서이기도 하겠지만 처음으로 엄마도 안 받아줬는데 무덤 앞에서 말할 때 펑펑 울었어.

소녀 춤을 추는 언니: 영화에서 감옥 앞에서 머리 잡고 그런 장면에서 나는 6.25 전쟁인줄 알았어. 그건 줄 모르고 전쟁 영화를 보여주는지 알았어.

우리를 배려하는 언니: 일본 장면 나올 때 까지 졸았어. -모두 웃음- 이게 뭔가 뭔가 졸았는데 어 막 시장 사람 나와서 엎을 때 눈 뜨고 정신 차리고 본거야. 시장 아줌마 진주댁이 거기서 조금 마음이 뭉클해져가지고. 근데 옛날 사람들은 그런 걸 정조 같은걸 많이 찾아서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지금 현실적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후진국이잖아요. 지금까지도 매듭이 안 풀리고. 매듭이 안 풀어지고 엉켜있는거 아니야. 근데 나문희 나오는 마지막 장면에 그때 보고 그 외국 사람과 통해서 그 때부터 감동이였어. 남동생 만날 때 조금 슬퍼가지고.

의리가 넘치는 언니: 무덤에서 한 거 보면 부모도 안 받아준거야. 부모도 내 자식이 아니라고 너 혼자 죽든지 살든지 알아서 인연은 여기까지라고. 그러니까 더 숨겨지고 가려지고 왜곡되고 그러는거지. 처음부터 가족들이 나서고 누가 옆에서 나서주고 했으면 이렇게까지 안됐지. 일본에서 저렇게까지 안 할 수도 있지.

소녀 춤을 추는 언니: 처음에는 6.25 영화 보여준지 알았고 나중에는 우리를 보여주는지 알았고 그리고 또 청량리 588인줄 알았어. 처음에 영화 본다고 해서 러브 사랑도 하고 -모두 웃음- 그런 건 줄 알았지. 볼수록 이게 청량리 우리 보라고 하는건가. 내 얘기 하나 싶어서. 자꾸 그런 게 보이고 나중엔 그게 와 닿기는 와 닿더라고 대신해주는거 같아.

의리가 넘치는 언니: 치매 친구가 치매 걸린거 대신해서 거기에 대해서 자기가 대신하려고 마음을 먹었던거에 대해서. 혼자서 영어를 배워서 그거를 해야된다고 생각을 하다가 찾은거지 가르쳐줄 사람을. 그런거에 대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어. 대단하지 않으면 그거 못 하는거지. 주위에서도 인정을 받는거지 나중에는.

달래: 근데 할머니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알리는게 왜 그렇게 중요했을까요?

의리가 넘치는 언니: 당연히 중요하지. 영화에서도 자기는 직접 겪어서 몸으로 보여주잖아. 내가 증거니까 보라. 그런거를 함으로써 자기를 찾는거지

소녀 춤을 추는 언니: 죽기 전에 찾고 싶은거지. 나를. 다. 내 입장의 대표로.

의리가 넘치는 언니: 처음엔 나라를 생각했을 것이고, 가장 먼저 자기를 찾는거지. 자기가 하기 싫어도 한거잖아. 그래서 죽을려고 한거잖아. 친구가 살려주고 여러번 그랬을거 아니야. 영화에서는 한번만 나오지만 그 사람이 거기를 끌려가서 당할 때마다 그 생각을 했을거야. ‘죽자 죽자’하고 그랬는데 친구가 옆에서 평생을 저기하잖아. 그런거를 많이 생각을 한거지. 할머니는 소원 풀이는 일단 한거지. 내가 가서 국제 사회에 가서 떳떳하게 얘기할 수 있었고, 보여줄 수 있었고, 나라가 지배를 당해서 이런 일이 있었고, 우리는 내가 하고 싶어서 한게 아니라는 것을 알렸잖아. 여러 나라에서 수긍을 했잖아. 여러 나라에서 지금 많이 옛날보다 나아졌어. 옛날에는 그런 얘기 나오면 콧방귀도 안 뀌었대. 지금은 안 그러잖아. 소녀상도 세우고 도와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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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틈이 역사문제연구소 장원아 샘이 할머니들이 겪은 일들과 배경에 대한 설명도 해주시고 언니들은 그동안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보시면서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어요.

곧 ‘수요집회’를 함께 갈 날이 기다려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