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 반상회 봄여행 – 청량리에서 제주까지

4월의 날 좋던 어느 날, 우리는 제주도에 다녀왔다. 청량리 쪽방의 중년 여성들과 함께였다. 청량리가 허물어지면서 이룸은 쪽방 언니들을 더욱 긴밀하게 만나고 있다. 청량리에서 수십 년의 세월을 보냈고 이룸과의 인연도 10년쯤 된 분들이다. 이 분들께 함께 여행을 가자고 제안 드렸다. 흔쾌했던 분, 망설이던 분, 이번 기회로 이룸과 다시 연결된 분 등 몇몇을 모시고 제주도로 떠났다.

공항에서 사진 공유를 위해 언니들을 카톡방에 초대하려고 하니 스마트폰을 갖고도 카카오톡을 깔아 놓은 분이 별로 없었다. 활동가가 하나씩 붙어서 카카오톡 설치부터 사용법까지 알려드리느라 공항은 스마트폰 교육장으로 변했다. 아마 엄마에게 가르쳐주는 중이었다면 몇 번쯤 큰소리가 났을지도 모른다. 언니들 대상으로 스마트폰 교육을 열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제주도에서의 언니들은 너무나 귀여웠다. 여행지에서 감성이 충만해져서일까 다들 소녀가 되신 것만 같았다. 피어난 꽃에 한참 시선을 뺏기고, 배 안에서 만난 물보라에 반하고, 끝없이 이어진 마늘 밭에 감탄하고, 바위에 딱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새끼 홍합을 신기해했다.

 


평소 건강이 좋지 않은 주연 언니는 여행을 위해 진통제를 평소보다 두 배로 챙겨 드셨다고 했다. 처음에 여행 가자 말씀드렸을 때 주연 언니는 이제 일자리도 없어지고 생계 걱정에 마음이 심란해서 안 간다 하셨었다. 꼭 가셨으면 좋겠어서 몇 번을 다시 제안해도 거절하셔서 애태웠는데 다른 언니들의 적극적인 설득에 다행히 맘을 바꿔서 함께 하게 되었다. 조금 걸어가야 할 때면 모두들 무릎이 좋지 않은 주연언니를 걱정했다. 다리 아프지 않냐고 물어보면 언니는 ‘행복하다’고 대답하며 1등으로 걸어갔다. 내색을 잘 않으시는 편이라 폐 끼치기 싫어서 무리하시는 것일까 걱정도 되었지만 언니의 표정은 진짜였다.

 

이룸이 가지고 있던 청량리 현장지원센터 시절의 사진을 인화해 가져갔다. 언니들은 그 사진 중 여러 군데에 자리하고 계셨고 그 때의 추억을 끄집어냈다. 사진을 보며 얘가 누구고 쟤는 어떻게 됐고를 한참 얘기했다. 청량리 어느 골목 사진을 보며 이곳이 정확히 어디인가 열띤 토론을 하고 결론을 내리고 흡족해하셨다. 그리고 지금 그 골목이 없다는 것에 한참을 안타까워 하셨다.
2박 3일을 알차게 먹고 다니고 깔깔 웃고 돌아왔다. 누구는 역시나 몸살이 났다는 소식이 들린다. 서울에 오자마자 우리는 또 다시 만날 계획과 약속을 세우고 있다. 언니들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