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_ 혜진
7월 24일, 괄사마사지 기기를 들고 이태원 유흥업소를 찾아갔어요. 요 몇년새 성매매 알선 및 행위의 관한 법률 중 ‘알선’에 해당하는 ‘광고죄’를 성판매여성들에게 적용하는 행태가 이어져서 ‘아니 성판매를 처벌하는 것도 화나는데, 알선으로까지 처벌해?!’라며 분노하던 와중이었는데, 최근 ‘광고죄’를 성판매여성들에게 적용하는 것이 해당 법의 취지에 맞지 않다고 명시하는 유의미한 판결이 나와서, 그 소식을 별별신문에 담아 전달해드렸습니다.
이룸이 매달 가고 있는 유흥업소 거리에 몇몇 장소들이 요 근래 팝업 행사장으로 쓰이는 것 같더라고요. 인기가 많은 팝업이 있을 때는 거리에 놀러온 사람들이 많이 보여요. 그럴수록 점차 쇠퇴해가는 ‘반잔바’와 대비가 느껴져서, 지나간 시대의 장소로 읽혀지는 반잔바에 대해, 그럼에도 여전히 존재하고 계속되는 ‘반잔바’의 여성들의 삶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이번달에도 많은 언니들과 서로 사는 얘기를 나누었어요. 구상하시는 새로운 사업 얘기도 듣고, 가슴 재수술 걱정, 단속과 영업정지에 대한 난감함도 들었고요. 한 언니께 사는 게 재미없어지는 저의 인생 권태기에 대해 토로했는데, 원래 사는 게 그런 것 같다고 그냥 그 상태를 받아들이고 사신다는 얘기가 저에게 울림있게 다가왔어요. 제 나이 때에는 집 구조라도 바꾼다던지 작은거라도 환경을 바꿔보라는 조언을 해주셔서 뭐라도 바꿔봐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이번주도 활기있게 라이브 방송 중이셨던 언니는 어김없이 라방에서 이룸을 소개해주셨어요. 매번 감사해요🫶 갑자기 자랑을 좀 하자면 제 생일에 한 언니가 축하 카톡을 보내주셨거든요. 생일 때는 뭐하고 놀았냐, 놀 때 어디서 뭐하고 노냐고 궁금해해주셔가지고 요즘 클럽 얘기, 옛날 클럽 얘기도 나누었습니다.
매번 선물을 받아 ‘미안’하다며 ‘이 동네 사람들 줄 필요 없는데…’라고 하신 한 언니의 얘기가 마음에 남았어요. 사실 가끔 느끼는 반응, 듣는 얘기이기도 하거든요. 이룸이 매달 선물을 가지고 찾아가는 것을, ‘못사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활동으로 받아들이시는 걸까?! 그러다보니 ‘못 사는 사람들이 아닌데…’라는 미안함을 느끼시는 걸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못 사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활동이 아니고, 이룸에서 연결해드릴 수 있는 자원을 ‘홍보’하고 이룸이 하는 생각들을 알리면서 혹시 동료가 되지 않겠냐고 ‘꼬시는’ 활동인데 말이죠. 저는 오히려 ‘홍보’하고 ‘꼬시기’ 위해서 영업하시는 곳에 찾아가는 것이 ‘미안’하기도 한데… 의도에 대한 해석이 달라지며 서로가 서로에게 미안한 그런 역동들이 가끔 생기는 것 같습니다😂
또, ‘돈을 많이 벌기’ 때문에 ‘못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며 더욱 미안해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이 대목에서도 생각이 많아졌는데… (‘못 사는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못 사는 사람일까요? 언니들에 비하면 돈은 쥐똥만큼 벌 것 같은데, 나름 제 방식대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언니들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아무튼 잘 사는가 못 사는가, 그러니까 ‘어떻게 살고 있는가’는 버는 금액으로만 살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많은 돈을 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벌리는 돈인지, 어떤 사회적 조건 속에서 벌고 있는 돈인지에 대해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저마다의 방식으로 잘 살고 있는 분들께 ‘아녜요! 당신은 못 사는 거에요!’라고 얘기하고 싶은 것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요. 저도, 언니들도, 다른 삶들도, 각자 여러 방식으로 잘 살고 있는데! 여러 삶들이 서로의 곁이 되어, ‘버는 금액’ 뒤에 가려져있는 돈의 조건들, 삶의 경로들, 겪어내야 했던 경험들을 살피고, 힘들고 부당한 경험들을 만들어내는 불평등, 차별.혐오와 같은 사회적 조건들을 같이 바꿔내고 싶은 게 사실 ‘홍보’와 ‘꼬심’의 의도인 것 같아요. 이런 의도를 담은 말걸기를 앞으로도 계속, 꾸준히 해보려 합니다. 이번에 미안해하신 언니에게 이렇게까지 전달하진 못하고 얼추 이런 의미를 담아 “돈 많이 벌어도 인권 필요하죠!”라고 답변했는데, 다음엔 더 잘 전달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