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1.20. 불량언니작업장 구독자한마당 “치즈와 노가리” 참여후기(2)_민소희

불량언니작업장 구독자한마당 민소희 님이 보내주신 후기입니다.

 

작성 : 민소희

불량언니작업장 구독자 한마당 ‘치즈와 노가리‘에 다녀왔다.
성인이 되기도 전부터 업소 생활을 시작해,
밤12시가 되면 문을 잠가놓고 장사를 하던 방석집의 밤을 살았던 시절부터
룸살롱, 클럽, 해외업소, 안마까지…
나는 꽤 오랜 시간을 그 세계에서 보냈던 사람이다.
그런 내 삶이 이룸의 도움을 만나 멈춰섰고,
검정고시부터 시작해 사회복지학사·석사까지 마치며
이제는 두 아이의 엄마로, 전혀 다른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15년 넘는 청춘이 묻혀 있던 그 시절의 나는
여전히 내 가슴 안 어딘가에 남아 있다.
그래서 기용이의 초대를 받고 흔쾌히 응한 건,
오랜만에 그를 보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지만
어쩌면 나의 과거 때문이었다.
겉으론 사회 속에 잘 섞여 살고 있어도,
그때의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
그 세계를 지나온 사람들에게는
나는 여전히 마음이 끌릴 수밖에 없으니까.
“다른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까?”
그 시절의 동료들은 어떤 생각을 품고 있을까?
이런 마음으로 도착한 공간은
지하의 아담한 파티룸이었다.
처음에는 너무 낯설고 어색했다.
혼자 왔다는 이유만으로도 긴장이 됐다.
하지만 오랜만에 보는 기용이가 반갑게 맞아주고
자연스럽게 자리를 안내해주니
조금씩 마음이 풀렸다.
한쪽 테이블에는 부추전, 김밥, 통닭, 과일, 치즈, 노가리와 음료까지
정성스럽게 준비된 음식들이 가득했고,
다른 한쪽에는 불량언니들이 직접 쓴 시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또 한쪽에는 딱 보기에도 “아, 불량언니들이구나” 싶은 언니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괜히 그들 사이에 끼어야 할 것 같은
이상한 친밀함과 낯섦을 동시에 느끼며
준비된 음식으로 어색함을 눌러보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정말 맛있었다.
아니, 어쩌면 정성과 온기가 느껴져서
더 맛있었을지도 모른다.
기용의 사회로 참석자 소개가 이어졌고,
떨려서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지만
환영받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어진 시 낭독 시간.
이호 언니, 공주 언니, 갱상도 언니, 멍퉁이 언니의 시를 들으며
어떤 순간엔 눈시울이 붉어지고,
어떤 순간엔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크고 작은 인생의 장면들이 시 속에 담겨 있었고
내 마음도 함께 흔들렸다.
“인생이라는 게 참 이렇지…”
그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리고 내가 제일 못하는 레크리에이션 시간.
평소라면 절대 마음을 못 여는 나인데,
어느 순간 큰 목소리로 외치고, 웃고, 환호하는 내가 있었다.
아마도 그날 모였던 사람들의 온기,
이룸과 불량언니들이 애써 만든 안전한 분위기가
내 마음을 조금씩 열어준 것 같다.
두 시간이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다.
나가는 길에 한 언니가 비닐봉지를 쥐여주며
“남은 음식 좀 싸가지고 가라, 집에서 먹어라” 하고 말해줬다.
나는 집에 가족들이 있어 들고 가긴 어려워 그냥 나왔지만,
그 말 한마디가 추운 밤공기를 더 따듯하게 했다.
문득, 젊은 시절의 내가 떠올랐다.
그때의 동료들과 나눴던 작은 정,
말 한마디의 온기.
그게 그 시절을 다시 그리워하는 이유 중 하나였을 것이다.
손에 들려온 작은 책자와 수세미 하나.
집에 가는 길에 괜히 웃음이 났다.
그 두 가지가 마치
그 시절의 나로부터 잠시 건너온 작은 선물처럼 느껴졌다.
불량언니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진 못했지만
그들의 감정과 인생의 결을
시를 통해 스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올해 내 마음에 특별한 의미가 남았다.
다가올 연말,
조금 더 따뜻한 마음으로
가족들과 온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날 그곳에 있던 모두가
평온하기를, 행복하기를
조용히 마음속으로 빌어본다.

초대해준 이룸 식구들,
정성을 다한 불량언니들,
모두 고맙습니다.
건강하고 평온하고, 무엇보다 행복하시길.

조이스 님이 보내주신 귤. 감사해요!!
단체사진
엄청난 먹태와 부추전

 

즐거운 스피드게임

 

댓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