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작성자  나나

4월은 따뜻한 공기와 바람에 마음이 스르르 녹았다가도 사회적 참사의 기억으로, 또 어려워지는 시기인 것 같아요. 이룸은 지난 4월 25일 이태원 아웃리치에 다녀왔습니다. 올해는 이룸이 이태원을 현장으로 삼은 지 햇수로 10년이 되는 해이더라고요.

이태원에서의 시간성이 쌓이는 만큼, 언니들과의 만남도 대화의 농도도 더욱 깊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웃리치에 갈 때마다, 언니들은 현재를 살아감으로써 실존하고 있는 고민과 어려움은 무엇인지, 그럼에도 살아있기에 순간순간 경험할 수 있는 삶의 낙은 무엇인지를 들려주세요. 이루머들은 언니들의 얘기를 들으며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하고, 용기와 유머를 잃지 않으시는 삶의 태도를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어요.

이태원 유흥업소는 ‘양키’바와 TG바가 공존하고 있어요. 이태원 내 유흥업소는 군사주의의 변화, 국제 정세, 소비지층의 변화로 인해 계속해서 양태가 바뀌고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상황에서 현재 ‘독장사’를 하며 남아계시는 언니들은 어떤 서사를 갖고 계실까. 동료들이 이태원을 이주하는 상황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던 경험들, 각자의 이유로 친했던 선후배들이 더는 지구별에 남아있지 않은 언니들의 경험과 마음들, 한 단어와 한 문장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다층적인 경험을 경유한 언니들의 마음과 이야기가 궁금해졌습니다.

이태원 내의 유흥업소가 구축된 역사와 시간이 축적됨에 따라, 몇몇 언니들은 나이 듦에 대해 고민하고 계시기도 하는데요. ‘장사를 그만해야 할 것 같은데’, 그렇다면 나는 또 어떠한 노동자성을 갖추고, 어떤 일을 하며 ‘먹고 살아야 하는지’, 협소한 임금노동자의 모델이 곧 성원권을 뜻하는 사회에서 나이가 들고, 아픈 몸을 지닌 시민은, 시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있어요. 언니들 각자의 상황과 경험, 정체성은 다양하지만, 나이 듦에 대한 사유는 이 사회에서 성원권을 얻을 수 있는 자격은 어떻게 획득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들로 이어졌습니다.

‘우리’는 시민으로서의 자격이 한정되어 있는 사회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더불어 시민으로서 자격을 획득했다고 하더라도, 그 ‘자격’을 잃게 될 수도 있다는 불안을 안고 살아가고 있어요. 끊임없이 자신의 쓸모와 자격을 의심하게 하는 사회에서 나이가 들었고, ‘생산’적이지 않은 이들의 노동, 불평등한 자본과 젠더, 섹슈얼리티의 위계로 탄생한 성산업에서 ‘일’하는 언니들의 노동은 어떤 노동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성산업에서의 ‘노동’이, 가부장적으로 재편된 언어 체계 안에서 노동의 모습이 아닌, 성산업 내에서 돈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 그 경제적 가치에 대한 문제 제기는 어떤 모습으로 이루어져야 할까요. 성산업을 균열내기 위한 지향을 갖고, 성산업 내에서 일을 하는 언니들을 만나는 현장 단체의 역할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간명하게 답을 내리기 어려운 고민과 질문을 마주한 채, 4월의 아웃리치 활동을 마쳤습니다. 앞으로도 아웃리치 활동 후기를 통해 이룸의 고민을 나누도록 할게요. 그럼 5월에 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