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이룸의 시대한탄③] 강윤성 연쇄살인 사건에 분노하며, 어떤 여성의 죽음에도 침묵하지 않겠다.

[2021이룸의 시대한탄③] 강윤성 연쇄살인 사건에 분노하며, 어떤 여성의 죽음에도 침묵하지 않겠다.

 

강윤성이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하는 과정에서 살해한 두 명의 여성이 노래방 도우미였다는 사실이 알려졌다.(“사라져도 모르는 여성들···강윤성 타깃된 ‘노래방 도우미’”, 유선희기자, 경향신문, 2021.9.7.) 노래방 도우미와 같이 법적 사회적으로 취약한 위치의 사람들을 단속의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안전한 일상을 누릴 권리가 있는 시민으로 봐야 한다는 기사 말미의 인터뷰 내용에 공감한다. 이번 사건 뿐 아니라 성산업에 종사하며 남성 구매자, 업주 등 업소 관계자에 의해 폭력을 경험하고 끝내 살해된 여성들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강윤성의 살인사건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사회적 변화가 필요한지에 대한 이룸의 의견을 간단하게나마 나누고자 한다.

 

1) 강윤성은 왜 노래방 도우미로 일한 여성을 살해했고, 어째서 자수하기 전에는 아무도 이 상황을 알지 못했나?

 

기사에 적혀있듯이 노래방 도우미를 비롯한 성산업 종사 여성들은 법제도적인 사각지대에서 사회적인 낙인과 차별의 대상이 되어 왔기 때문에 범죄자들의 범죄 대상으로 이용되기 쉽다. 성산업 종사 여성을 살해하거나 이들을 대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가해자가 많은 데에는, 그리고 그 빈도와 정도에도 불구하고 사회공동체의 문제로 공론화되지 않고 그 해결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지 않는 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첫째, “창녀혐오”, 즉 성을 판매하는 여성들을 함부로 대하고 혐오하고 차별해도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유흥업소에 종사하거나, 성판매경험이 있거나, 노출이 있는 온라인 방송을 진행하는 여성을 향한 전사회적 차별과 낙인은 물리적인 폭력을 가능하게 하는 주된 원인이다. 폭력의 상황을 고발하기 어려워 반복적인 폭력을 가능하게 하는 것 역시 한국 사회의 혐오, 차별때문이다.

 

둘째, 일하는 과정에서의 위험이 예견됨에도 불구하고 성산업의 운영자들은 어떤 예방적 조치도, 책임도 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여성을 취약한 위치에 고정시켜야만 남성 구매자들이 업소에 와서 돈을 쓰기 때문이다. 성산업의 운영자들은 종사 여성들이 겪는 폭력과 위험을 인지하고 있지만 의도적으로 이를 방치한다.

 

셋째, 수사기관을 포함한 정부 역시 성산업의 운영자와 한 패 이다. 올해 6월, 부산고등법원은 성판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살인미수로 징역형을 살고 나와 결국 다른 성판매 여성을 살해한 가해자를 감형한 바 있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안전한 삶을 살 권리가 있지만 성산업 종사 여성들은 시민으로서의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기 어렵다. 당장 경찰부터도 성산업 여성들이 자신의 폭력 피해를 호소했을 때 “당신이 불법적 존재이기 때문에 당신부터 처벌받을 수 있다”는 말을 매뉴얼처럼 하는 현실이다.

 

한편, 이번 사건을 다룬 기사에서는 노래방 도우미의 불법성(노래방에서는 도우미를 고용할 수 없다) 이 강력범죄의 타겟이 되는 원인 중 하나라고 꼽았다. 그렇다면 합법적인 유흥주점 유흥접객원은 노래방 도우미보다 안전한가? 그렇지 않다. 성산업 안에서 특정 직종이 더 안전하고 덜 안전하다는 분석에는 근거가 없다.

 

 

2) 성산업 종사 여성의 안전한 일상을 위한 제도적, 사회적 전환이 필요하다.

 

업종을 막론하고 성산업의 운영자들은, 다른 자본가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업장에서 큰 사고가 나지만 않으면, 큰 사고가 나더라도 신고가 들어가지만 않는 것이 우선이다.

“한 달이 지나도 연락이 안 되는 여성들이 수두룩한데 사흘 정도 연락 닿지 않는 걸 누가 걱정하느냐”며 “딱 하루 일하고 안 나오는 도우미들도 있어서 그냥 ‘그만뒀나 보다’ 생각할 뿐” 이라는 업소 관계자의 말, “강씨가 자수하지 않았다면 세번째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으리란 보장이 없다”면서 “아무도 찾지 않는 죽음이어서 더 안타깝고 죽은 사람만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노래방 업주의 말(“사라져도 모르는 여성들···강윤성 타깃된 ‘노래방 도우미’”, 유선희기자, 경향신문, 2021.9.7.)은 참으로 무책임하다.

 

불법적인 영업형태임에도 여성 도우미를 불러가며 영업하는 이유는 여러가지를 따져봤을 때 그게 더 이득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폭력을 행사하는 남성 손님이 많다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고, 사실 이들이 성산업 종사 여성에게 또 다른 폭력의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이윤을 보기 위해 도우미를 활용하지만 도우미의 안전에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게 업주와 직업소개소이다. 모든 위험과 책임을 여성 개개인에게 전가하는 성산업의 운영법 속에서 여성들이 겪는 폭력과 죽음은 산업재해에 가깝다. 일의 내용과 일하는 환경에 의해 일하는 사람들이 빈번하게 겪는 폭력 피해이자 죽음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여성 개개인에게로 전가되는 안전에 대한 책임을 사회적 책임으로 전환할 수 있을까? 제일 절실한 변화는 성산업 종사 여성을 처벌과 단속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동료 시민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여성들은 어떤 일을 하든, 어떤 환경에 놓여져 있든 상관없이 각종 폭력과 위험을 겪거나 예감할 때 언제든 신고하고 자신의 권리를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현재 한국 사회는 성산업에 종사하는 여성이 어떤 피해를 입었든 (사기, 절도, 폭행, 성폭력..) 신고하는 순간 “당신은 불법이다”라는 엄포부터 듣게 된다. 법에 등록된 1종 유흥주점의 합법적인 유흥종사자로 일을 한다면 “불법”이라는 말 대신, 수사관들의 차별과 혐오의 시선과 사회적 낙인 속에서 위축감을 갖기 쉽다.

당신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식의 발언보다 중요한 것은 성산업 종사 여성들이 자주 위험을 겪거나 예상한다는 점이고 그 위험 발생률이 높다는 현실이다. 수사기관은 유흥산업 종사 여성의 위치성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고 이들이 호소하거나 요청하는 구호를 무시,방관해서는 안 된다. 사회적 안전망 속에서 안전하고 자유로운 일상을 누릴 권리는 “피해자” 여부를 식별해서 부여할 권리가 아니라 보편적인 인간으로서의 권리다. 식별을 통한 보호 및 처분 매뉴얼을 만들기 전에, 어떤 환경에 놓여진 사람이든 자신의 피해를 호소할 수 있고 위험을 예방할 수단을 구축할 권리가 있다는 아주 기본적인 인권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수사기관 뿐 아니라, 한국 사회는 성산업에 종사하든, 종사하지 않든 여성들이 호소하는 피해 경험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성산업 종사 여성이 보편적인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누리기 위한 첫 제도적 변화는 형법 상의 처벌 조항의 폐지이다. 제도적 변화를 만들기 위해 시민 사회에서는 성산업 종사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중단하고 부당한 폭력과 죽음을 애도하며 침묵을 깨야 한다.

 

마지막으로 강윤성에 의한 살해 피해자 분들의 죽음을 추모합니다.

이 사회의 무시와 혐오가 만든 죽음들을 추모합니다.

어떤 일을 하든 죽음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나갑시다.

 

2021.09.09.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 성매매피해지원상담소 이룸

 

*관련기사: “사라져도 모르는 여성들···강윤성 타깃된 ‘노래방 도우미’”, 유선희기자, 경향신문, 2021.9.7.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109070600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