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이룸 시대한탄 ④] 승리의 군입대 소식을 듣고

승리의 군입대 소식을 듣고.

혜진

3월 9일 승리가 군에 입대한다고 한다. ‘버닝썬게이트’ 이후, 승리에게 상습도박·외국환거래법 위반·공금횡령, 불법촬영물 유포, 성매매 알선 및 성매수 등 혐의가 제기되었고, 두 번의 구속 요청이 기각돼, 불구속 기소되었다. 구속요청이 기각되었다는 것에 대한 분노와, 이런 식으로 제대로 된 처벌이 되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는 우려가 함께 든다.

한편으로는, 제대로 된 처벌이 되더라도 ‘버닝썬게이트’는 계속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승리 개인의 불법행위, 유명 연예인의 범죄영화같은 이중실태 정도로만 다뤄지기에는, 버닝썬에 얽힌 유흥업소와 경찰 간 유착, 성관계-성폭행-성매매 등 다변화된 방식으로 여성의 성을 착취하려는 남성의 욕망, 그 욕망으로 구성된 클럽-유흥업소라는 공간, 이 욕망과 함께하며 여성의 몸을 착취하며 이익을 얻는 수많은 자본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성산업은 여전히 우리가 맞서야 하는 일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불법촬영물 피해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성의 소식을 들었고. 또다시 반복되는 연예인 단톡방 내 여성혐오와 성매매 정황을 보았고. 텔레그램 n번방과 같이 여성을 착취하는 것이 놀이가 되는 수많을 n번방들과, 다크웹을 비롯한 수많은 불법촬영물·포르노 사이트와, 수많은 건재한 유흥업소-성산업과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유흥업소와 경찰 유착

버닝썬-경찰 유착에서 주요 인물로 떠올랐던 윤총경은 알선수재,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되었다. 버닝썬과 경찰의 유착관계는 조선일보 방사장사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등 사회 고위층 수사가 유착관계로 인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던 많은 권력형 성폭형 사건과 겹쳐지며, 경찰개혁,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나왔었다. 이를 반영하는 윤총경의 제대로 된 처벌과 경찰개혁, 검찰개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윤총경의 처벌 이후에도 남아있는 부분은 여전히 있다. 버닝썬이라는 ‘유흥업소’와 경찰의 유착관계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경찰과 유흥업소 간의 유착관계는 오래전부터 있어온,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역사이자 현재이다. 많은 경찰들이 유흥업소들에게 단속사실을 사전에 알려주고, 봐주며, 그 대가로 금품을 받고, 유흥업소의 ‘서비스’를 받는 등 유흥업소와 유착관계를 맺어왔다. 간간히 접하게 되는 이에 대한 사건화 된 보도는 일부일 것이며, 이룸은 내담자들로부터 업주와 경찰의 친밀한 관계에 대해 빈번하게 듣는다. 단속 정보를 알고 있는 업주, 경찰과 업주의 친밀함, ‘경찰이니 잘 해줘라’며 룸으로 들여보냈다는 업주에 대한 얘기들은, 보도된 사건들이 실제의 극히 일부일 것이라는 추측을 더 확고하게 해준다. 이러한 유착 정황들은 여성들이 업소에서 위기상황을 겪더라도 경찰 등 공권력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게끔 하며, 여성들의 안전 위협을 가중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남성욕망으로 구성된 공간, 남성욕망 문제화를 비껴가는 제도적 기입

국가가 유흥업소를 다루고 있는 제도적 방식 또한 이러한 상황의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 클럽과 유흥업소는 남성의 성욕을 위한 공간이라는 점, 이 곳에서 남성성욕은 폭력의 방식으로 발현되더라도 ‘유흥’이자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연결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남성들이 클럽에서 하는 성추행과 성폭행, 유흥업소에서 하는 초이스와 성매매는 다르지 않다.

그러나 현재 성매매가 제도에 기입되어 있는 방식은, 이러한 여성의 성을 착취하려는 남성의 욕망을 문제화하는 방식이 아니다. 성기삽입여부로 성매매를 구분하여 문제화하고, 성판매 여성을 피해자/행위자로 이분화하여 피해자지위를 획득하지 못하는 여성까지도 처벌한다. 공권력의 성매매 관련 대책은 경찰의 행위자(주로 여성) 단속에 의존하고 있으며, 동시에 ‘성매매’가 없는 식품위생법 상 적법하게 등록된 ‘유흥업소’에서는 ‘부녀자’를 ‘유흥접객원’으로 둘 수 있고 성병 검진까지 받게끔 ‘관리’하는 모순적인 형태이다. 현행 제도에 성산업을 문제화하는 제대로된 방식은 찾아보기 어렵고, 성산업을 축소시키겠다는 의지 또한 찾아보기 어렵다. 이처럼 모순적인 제도와 경찰관에게 불/합법의 판단이 의존되는 공권력의 의지없음은 경찰과 유흥업소 유착의 기반을 마련하기도 하였다.

남성욕망과 다양한 자본의 이윤착복이 결합된 성산업

클럽 버닝썬은 여성의 성을 착취하려는 남성의 욕망에 연예계부터 해외 조폭 등 갖은 곳에서 온 자본이 붙은 거대한 성산업의 일부이다. 버닝썬의 이슈화 당시, 아레나와 버닝썬의 자본에 흔히 알려진 연예계 자본과 해외 조폭의 자본투자-돈세탁 활용 공생관계 이외에도 프랜차이즈 식품 자본, 호텔자본 등이 유입되어 있음이 보도되었었다. 버닝썬 한곳에 연결되어 있는 것이 이러한데, 수많은 클럽, 유흥업소, 성산업을 따져본다면, 이룸에서 문제화해온 여성들을 성산업 안에 묶어두기 위해 연결되어 있는 성형산업, 대부업까지 생각하면, 얼마나 많은 자본들이 여성을 착취하여 얻어낸 유흥업소의 수익으로 이익을 얻고 있을까.

수많은 유흥업소들은 여전히 때로는 성폭력의 방식으로, 때로는 ‘자발성’의 환상을 동반하는 성매매의 방식으로, 여성의 몸을 자원으로 부를 축적하고 있고, 정치∙경제계 곳곳의 자본으로 연결된 이 산업은 건재하다. 이는 여성혐오, 여성폭력, 여성빈곤의 문제가 얽힌 장이며, 이 안에서 남성권력은 여성의 성을 착취하며 이익을 얻고, 남성연대를 다지며 권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

최종훈과 정준영은 불법촬영과 특수준강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 6년이 선고되었다. 드물게 볼 수 있는 납득 가능한 재판결과임에도 기뻐할 수만은 없는 것은, 이들과 유사한, 여성혐오/여성폭력/여성빈곤을 기반으로 여성의 성을 착취하고 이익을 착복하는 분노할 사건들은 여전히 계속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