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지난 4월 21일 진행한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입니다.

이번 후기는 아웃리치에 함께하신 백소윤 님이 작성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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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이태원 아웃리치 활동소식  전합니다.

 

봄이 온 듯 만 듯. 유난히 바람이 찬 밤이었습니다.

지난 3월에는 코로나19의 상황도 좋지 않고 문을 닫은 곳이 많아

얼굴 마주하고도 괜히 소곤소곤 얘기하게 되는 분위기였었는데,

4월에는 대다수 곳이 문을 열고 불을 켜고 영업 중이셨어요.

한 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 다른 한 편으로는 괜찮으실까 걱정.

대수롭지 않은 것 같아도 대수롭게 걱정해야 하는 상황들을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3월에는 코로나19 키트를 준비해 손세정제와 함께 핸드크림과 비누 등이 담긴 꾸러미를 건네 드렸는데

이번 방문 때 손세정제가 좋았다며 잘 쓰고 있다고 인사 건네주시는 분도 계셨어요.

4월에는 면역력 키트를 기획해 상쾌환과 발포비타민, 화애락 등을 담아 준비해봤는데

맘에 들어 하셨던 것 같아요(키트 포장과정을 첨 봤는데 다들 꼼꼼히 준비하시더라구요).

 

 

잔뜩 어깨를 움츠리고 길을 나섰습니다.

가게 문을 두드리며 이룸활동가가 인사겸 인기척을 합니다.

“똑똑똑. 계세요~? 상담소에요~”

지난 달 첫(저에게 첫) 동행 때는 암호 같은 이 말에

안에 계신 분들이 문을 열어주시는 게 신기하기도 했어요.

 

이룸에서 왔음을 알리면, 문이 열립니다.

준비한 소식지가 담긴 키트를 인원 수에 맞게 전달하는 동안  오고가는 대화.

길지 않지만 짧은 인사, 짧은 반김, 금방 문을 빠져나옵니다.

가끔 서로 누군가의 생김새를 묘사하며 부재나 안부를 확인합니다.

언니들이 활동가의 생김새를 묘사하기도 하고

활동가들이 얼굴을 익힌 이들의 안부를 묻기도 합니다.

이룸이 지난 몇년 동안 꾸준히 이태원 곳곳의 문을 두드려왔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지난 번 방문 때 문 밖을 기웃거렸던 새로 문 연 가게 앞에선

잠깐 긴장감이 흘렀습니다.

오늘은 들어가볼 수 있을까? 했던 곳에서 오늘은 흔쾌히 문을 열어주셨습니다.

면역력 키트를 받아 보고는 이걸 다 주는 거냐며 고맙다며

활동가를 한 번 안아주셨습니다.

그러다 밖에 서 있는 다른 활동가들을 발견하시고는

“평등하게 다 한 번 씩 안아줄게요~ 이리와~” 하셔서 얼떨결에 인사 나눈 분이 기억납니다.

이룸을 오늘 알게 되셨으니, 다음 아웃리치 때도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맡은 구역을 돌아보고 활동가들이 다시 한 자리에 모였어요.

돌아보고 온 곳에 대해 짧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다음 달에는 5월에 어울리는 따뜻한 밤공기 속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마스크를 벗고 다닐 날이  빨리 와야

서로의 생김새를 묘사하며 안부를 물을 수 있게 될텐데요.

‘건강하세요~’라는 인사를 이렇게 진심을 담아 해 본적이 있나 싶은 요즘입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