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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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26일,
이번달에도 이룸은 이태원 아웃리치에 나섰습니다.

이태원 아웃리치에 나선 이루머들의 뒷모습

기지촌으로 형성되어, 미군(/관광객/내국인/이주남성노동자 등등을 위한)클럽과 트랜스젠더 바, 게이바가 공존하는 이태원 후커힐. 미군기지 이전 그리고 유흥의 혼종성이 동반하는 재개발 논리 속에 놓인 이곳. 그 안에서 여성들이 각자의 시간을 살아가는 이곳.

이태원 아웃리치 역사상, 아니 성매매 방지법 제정 이래 업소 밀집지역 아웃리치 역사상  전무후무할 물품을 들고 나섰습니다.

그건 바로……

레몬청 한마리 들여가세욥    

레몬청!!!

별별신문 38호라든가 (“들어는 봤나 “불량언니 작업장””)
별별신문 41호라든가 (“이룸X불량언니작업장이 퀴어문화축제로 간다!”) (→링크를 클릭하시면 별별신문을 바로보실수 있는 최첨단 이룸 홈페이지)
에서 이태원 언니들께 불량언니 작업장의 소식을 전해왔었지만요,
레몬청은 처음이셨을 거에요.
지난달 8월에 작업장 손뜨개 수세미가 예상과 달리 인기가 좋았고, (이건 뭐예요? 샤워타올인가? 와 같은 참신한 사용법도 등장)
이번달에는 레몬청을 가져간 것이지요. 다년간의 아웃리치로 단련된 이루머들에게 레몬청 147병 정도는 거뜬했습니다. (휘청휘청)

이룸과 얼굴 익힌 언니들께서는 레몬차를 타서 한발 앞서 골목을 돌며 빨리 저집 갖다주라고 홍보해주시고,
“어머 이거 살빠지는 거잖아, 건강한 거잖아. 좋은거야 좋은거~” 하시며 뗀뗀한 대기실 분위기를 풀어주시기도 하고
“요새는 타로 안하나요?” 아는척도 해주시고 (자연스럽게 이룸 어필)
짐을 이렇게 바리바리 싸서 왔다며 갸륵하게 여겨주셨지요.

개중에는 “어디 개업했나요?” 물으시는 분도…^^
이룸 카페 개업했습니다. 쌀쌀한 10월엔 따뜻한 레몬차지요.

“근데 이거 어디서 쏘는거에요?” 물으시는 분께는 “상담소구요, 나라에서 하는거에요~” 잽싸게 알려드렸고요.
많은 언니들이 “좋은일 하시네요” “수고 많으시네요” 감사 인사를 해주시는데 환대에 안심하면서도 미묘한 불편함은 있지요. “아유 월급받고 하는거에요” 말하고 싶어진달까? 자선이 아닌, 공간을 목격하고 관계맺는 시간을  쌓는  페미니스트 활동으로, 꼭 필요한 상담 연결로 이어지기 위해 저희는 그곳에 가니까요. 하지만 각자가 각자의 방식으로 만남을 받아들이고 다음의 만남을 준비할 따름입니다.

별별신문에 대한 반응도 빼놓을 수 없죠. 최근에는 건강보험체납가이드, 이주 성산업 종사 트랜스젠더 여성에 대한 언론의 차별적 보도행태, 페미시국광장 이야기, 잊을만하면 다시 상기시켜드리는 이룸 소개 등을 기사로 다뤘고 9월에는 늘 화제에 오르는 부정의한 ‘단속’을 주제로 했어요. (하단 엮인글에 링크가 있습니다) 언니들 체감에는 버닝썬 이후로 단속, 여기서 단속이라 함은 함정단속 (샵샤발) 이 늘어났다고 하시는데.. 뉴스가 시끌했다 보니 그렇게 받아들이시나 싶기도 하긴 한데요, 아니 경검찰-연예기획사-클럽/유흥업소-성매매/성폭력 가해자를 조져야지 왜 이태원 언니들을 괴롭힙니까? (울분)

하아. 아무튼 “매번 잘 읽고 있어요” “나 이거 열심히 읽잖아~” 해주시는 언니들이 계셔서 이번달도 별별신문은 순항입니다. (내용을 말씀 안하시는건 굳이 언급하지 않을게요..^^)
한 언니께서는 별별신문을 꼼꼼 읽으시고 포털 기사며 이룸 홈페이지까지 보셨대요!  레몬청 받으시더니 “나 봤어 레몬청 만드는거. 너네 네이버에 떴더라?” 바로 알아보시더라고요. 홈페이지상 상담안내 (병원, 변호사 등등) 를 보시고 건강보험 체납 관련 상담을 의뢰해주셨어요. 최근 이태원 상담이 늘고 있는데 아웃리치의 이유와 상담소의 존재를 이태원 언니들에게 번역해주시는 많은 조력자 언니들이 계시기 때문이리라 짐작하며 감사의 인사를 올려봅니다.

이번달은 강유가람 감독님이 자원활동가로 함께해주신 달이었습니다. 감독님은 이제 개봉할 다큐 <이태원>의 언니들을 꼭꼭 찾아뵈세요- 이번에도 나키언니께 전화드리고 얼굴을 뵈었는데요. 스크린을 매개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공간과 사람의 역사를 증언하시는 나키언니가 이태원에 서계신 모습, 그곁에 함께 서있는 감독님과 이루머들의 모습은 또 그 자체로 하나의 풍경이었네요.

늘 그렇듯 아웃리치의 마무리는 평가회의 입니다.  강유가람 님은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라며 트랜스젠더 바 들의 분위기 변화를 짚어주셨어요. 초반 문전박대 분위기에서 지금은 이전에 들어갈 수 없었던 곳들까지 방문하고 있으니까요. 그 배경에는 아이샵과의 합동 아웃리치가 있었습니다. 트랜스젠더 성판매 여성들이 경계심을 확실히 누그러뜨린 순간은 이룸과 아이샵이 연결되어 있다는 확인이었어요. 여성들이 성판매 그리고 트랜스젠더 차별이 교차하는 복합적인 역동속에 서 있음을 명확히 체감할 수 있었지요.

이룸의 이태원 아웃리치, 군사주의 식민 질서를 정당화하는 성산업, 빈곤한 여성들 – 당연히 노년/트랜스/이주여성들을 끌어들이는 기지촌의 논리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죽음들, 패닉방어나 피해자유발론 등이 대표하는, 사건을 왜곡하는 가해자들의 논리까지 촘촘히 짚어낸 2019 이룸 영화제 <혐오의 시대> 프로그램 원고와 후기도 온라인에서 보실 수 있답니다. (후기는 조만간 업로드 예정이고 SNS 공지드릴거에요)

마찬가지로 기지촌에서 재개발, 빈곤과 노년까지 복합적인 시간성을 살고있는 여성들의 삶에서 출발해 이 도시의 사회적 관계와 공간을 재구성하고자 염두했던 2019 이룸 영화제 <이태원> 프로그램의 기록도 온라인에서 보실 수 있어요. 귀한 글들이 귀한 분들께 읽히기를 바라요.

이번달도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읽어주시고 같이 호흡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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