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성착취반대여성인권공동행동 이룸 자유발언

2018성착취반대여성인권공동행동 이룸 자유발언

 

안녕하세요? 저는 반성매매인권행동[이룸] 활동가 별입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여성이 경험하는 현실의 부정의 그리고 삶의 축소에 저항하는 이야기를 던지고 싶어 나왔습니다.

이야기를 캠페인 구호 중 하나인 “성매매는 성폭력이다” 라는 짧은 문장에서부터 시작해볼까 합니다. 이 구호는 성매매가 누구에게, 왜, 어떻게 문제인지에 대한 설명 대신 성매매는 성폭력이므로 문제다,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왜 성매매를 성폭력이라는 말로 문제 삼는지, 성폭력은 왜 어떻게 문제인지 되묻게 합니다.

가능한 첫 번째 답은 성폭력이 좀 더 확실하게 승인되는 범죄여서 언급했다는 것입니다. 이 논리는 법과 그에 따른 대중 감정에 호소해 성매매를 문제 삼습니다. 그러나 체제는 범죄로 인간을 재단하고 지배하기도 합니다. 낙태의 죄, 성폭력 무고죄와 명예훼손죄, 성매매 방지법 21조 1항 성매매 행위자의 죄가 그렇습니다. 성매매는 범죄이다, 라는 답은 부족합니다. 매일을 선명하고 뼈저리게 통감할 수밖에 없는 여성에게 허상인 국가, 정의를 담보하지 않는 법, 낙인과 편견에 좌우되는 여론을 질문하고 싸우기에 부족합니다.

가능한 두 번째 답은 성폭력의 일반적인 정의에 따라 성매매 또한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해서 문제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답은 좀 이상하게 들립니다. 보통 성매매는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의 행사이다, 여성은 화폐를 받음으로서 성매매에 동의한다, 그러므로 성매매를 처벌하는 것은 성적자기결정권의 침해라거나 성을 산 사람과 판 사람을 똑같이 처벌해야한다고 얘기되니까요. 이처럼 성적자기결정권이라는 개념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사회의 공적 책임을 면피하고 사적 개인들로 분류되는 여성에게 책임을 전가하는데 주로 사용됩니다. 이를 격파하기 위해서는 동의, 자발, 선택, 자유 역시 구조의 일환이고, 촘촘한 위계위력의 산물임을 밝히며 법리를 재구성해야 합니다. 이 과정 없이 성매매 또한 성폭력이다, 라고 말한다면? 무력합니다. 꽃뱀과 창녀를 심판하겠다는 법 앞에서, 성을 파는 여성은 성매매 과정에서 아무런 주체성을 행사하지 못하므로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에 휩싸여 여성의 힘을 잃게 합니다.

가능한 세 번째 답은 성매매가 여성의 몸 또는 인권을 강제로 침해해서 성폭력이며, 그렇기에 문제라는 것입니다. 무엇을 인간의 몸이자 인권으로서 주장하는 과정은 권력관계를 반영합니다. 구체적으로 성매매의 어떤 과정이 어떻게, 무엇을 침해합니까? 이때 여성은 한 개인입니까 아니면 여성들이 자동적으로 소속된다고 간주되는 어떤 가상의 집단입니까? 여성 신체의 일부를 보거나 만지거나, 남성 성기를 삽입하거나, 구매 과정에서 특정한 성역할을 요구하는 것을 침해의 내용으로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런데 현행법상 동일한 행위가 직장에서 발생하면 성희롱으로 인정하지만 유흥업소에서 발생하면 식품위생법상 부녀자를 유흥종사자로 둘 수 있다는 규정을 통해 합법적인 노동으로 간주합니다. 법은 여성의 직업과 계급에 따라 하나는 성폭력으로, 하나는 손님의 흥을 돋우는 일로 구별합니다. 이러한 이중성은 순수한 피해자가 최대치의 저항을 했음에도 회복할 수 없을 만큼의 고통을 받았다는 피해자다움을 성폭력이라고 규정하는 실천 때문에 기능합니다. 이 실천은 보호할 가치가 없는 여성에게는 보호해야 할 것 침해당할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구별짓습니다. 이러한 성의 이중규범과 피해자다움의 맥락을 건드리지 않고 위의 두 상황이 동일한 성폭력이라고 말할 때, 성에 의한 폭력으로서의 성폭력을 재구성하고 그 범위를 확장하고자 하는 본래의 의도가 가려집니다. 여성이 가부장제의 기획에 맞춰 자신의 경험을 도려낼때만 권리를 허락하고, 사회구조를 은폐한 채 몸의 고통으로만 폭력이 실재한다고 의심하며, 성을 사고파는 것 자체 여성이 대상화되는 것 자체를 고통으로 기획하는데 매몰되는 본질론, 도덕론과 변별점을 잃습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지배권력은 여성을 비롯한 타자들을 교육, 의료, 노동, 주거 등 삶 전반에서 촘촘히 배제합니다. 한국 사회 성산업은 대부업, 성형, 관광, 토지개발, 광고, 디지털기술 등등의 산업 분야와 연동하는 시장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기득권세력은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는 금지되어있는, 따라서 불가능해야할 업소의 밀실에서 실제로는 접대를 주고받으며 카르텔을 공모합니다. 모든 세대의 남성이 모든 세대의 여성을, 여성의 모든 신체부위와 성적 페티쉬 행위의 조합을 국경과 디지털의 경계를 막론하고 구매하면서 남성임을 확인합니다. 성별이분법이 조장하는 불평등 빈곤, 남성문화를 뒷배 삼아 여성성을 상품화하고 교환하고 착취하고 있는 성산업이야말로 남성중심적 자본 제도 문화의 근간임을 날마다 선언해도 모자랄 지경입니다.

여성들이 오늘도 출근하는 구체적인 성매매 현장이 이런 배경 속에 놓여있습니다. 여성들은 성매매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 수사기관을 비롯한 법제도에 의한 차별, 성산업에 진입하고 머무르는 자체가 만들어내는 빚이나 건강문제 등에 의한 구속, 성의 이중윤리를 공고히 하는 낙인 등 복합적인 현실을 견디며 살아나갑니다. 이 현실에 균열을 내기 위해 오늘 모였습니다.

‘성매매는 성폭력이다’ 라는 구호는 성에 의한 폭력이 사회적으로 왜 문제인지를 보다 더 구체화하고 확장할 때라야 그 함의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여기 곳곳의 현장에서 축적된 경험이야말로 이를 가능케할 풍부하고 강력한, 선명한 힘이라고 믿습니다. 남성중심적인 자본, 법, 문화에 균열을 내고 폭력과 차별을 끝장내기 위한 반성매매 운동의 언어를 지치지 말고 계속해서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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