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소도 완료!
이날 함께 타로를 봐준 사람은 다산콜센터 지부 조합원 지윤재였고, 내가 신뢰한 그녀가 기꺼이 이날 프로그램에 타로 리더를 해주겠다고 하니,
타로 봐줄 리더도 섭외 완료!
이제 타로 프로그램 개시하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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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첫 인상이 나쁘지 않으면 좋겠다, 어떻게든 다가가서 말을 텄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우린 정성스레 그 허름한 방을 꾸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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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로 음산한 청량리에 우린 다시 발을 딛었다. 그곳에서 무엇을 할수 있을지 여전히 앞이 보이지 않지만 타로를 매개로 여성들과 안면을 트고 재개발을 이야기하고 그 이야기들이 어떤 것들을 만들어냈으면 좋겠다라는 막연한 바램을 가져본다.
10년전 처음 청량리에 발을 딛였을 때, 여성들을 만나서 그녀들의 삶을 목격했다면 그것에 대한 책임을 지면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었다. 여전히 청량리 안에는 여성들이 있다. 그녀들이 오늘 우리에게 한 말들에 대해서 어떻게 책임을 질수 있을까, 그 물음이 묵직하게 남아있는 밤이다. 왠지 모르게 조금은 슬픈 밤이다.
타로에 흥미를 갖고 배우기 시작하지는 꽤 오래 되었다.
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삶의 고단함과 무게, 여러 바쁘다는 핑계로 공부 자체에 그리 오랜 시간을 들이지 않아 아직 내 스스로는 아직은 초보라고 생각 중 이룸에서 ‘언니들’을 만나 타로를 봐 줄 수 있느냐는 제의를 받았다.
아직은 내 스스로 많이 부족하고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동안 이룸에서 하는 활동이 무엇인지, 어떤 사명감을 갖고 반성매매 운동을 하는 것인지, 또 언니들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던 차에 아직은 부족한 능력은 생각지도 않고 선뜻 제의를 받아들였다.
새삼 열공을 하면서, ‘삼촌들’의 방해로 못 보게 되면 어쩌나?, 어디론가 납치되어 쇠파이프 같은 무기로 맞는 것은 아닌가?, 떨려서 타로를 못 보면 어떡할까?, 언니들이 한 명도 오지 않으면 어쩌나? 등 끊임없는 걱정에 휩싸였다.

그녀들과 만나다.
‘언니’라고 불리는 그들은…
남들보다 조금 진한듯한 화장이 아니었다면, 왁자지껄한 시장통에도, 고급스런 백화점에도, 길거리 어디에서라도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 같은 모두 평범한 얼굴이었다.
진한 화장으로라도 민낯을 가려보고자 했음일까?
나름 편견이 없다고 생각한 나조차도 ‘언니들’하면 떠오르는 것은, 몸매 좋은 언니가 껌을 짝짝 씹으며, 반라상태로 지나가는 아저씨를 오빠라고 부르며, 걸쭉한 욕지거리를 내뱉는 이미지이니 말이다.
어디 비빌 언덕도 없이… 맨 몸뚱아리 하나로… 하루를 더 고단하고 치열하게 살아가기 위한 최선의 방어가 진한 화장이 아닐까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했다.
타로를 봐주면서 ‘욕이나 한 바가지 얻어먹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여러 질문에 카드를 펼치며 그녀들의 과거와 현재를 읽어주고, 카드가 보여주는 내용을 토대로 앞날을 얘기 해 주다보니 그 어떤 누구보다도 귀여운 수다쟁이고, 나보다 더 나의 얘기에 귀 기울여 주었으며, 나의 얘기에 맞장구를 치며 공감을 잘 해주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그녀들의 타로를 봐 준 것이 아니라 (초짜티가 팍팍나는) 나를 봐 준 것 같다. 청량리를 떠나오면서 나는 언니들의 민낯을 살짝 본 것 같아 그녀들과 친해진 기분이 들었고, 혹시라도 다음에 만나게 된다면 진짜 타로점을 봐줄 수 있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