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621 이룸공부방 2기 세미나팀 두번째 모임

이룸회원공부방 2기 세미나팀 2차모임 후기

작성자 : 예진
참여자 : 별, 수지, 현우, 수정, 예진, 꼬까새, 혜진

6월 21일에 열렸던 이룸회원공부방 2기 2차모임에 다녀왔어요! 개인적으로는 해야 하는 강의와 써야 하는 논문의 주제와도 아주 맞닿았던 저에게는 유익했던 시간이었답니다. “성형대출의 구조적 책임을 묻다: 성산업-대부업-성형산업의 공모”라는 제목으로 이루어진 회원공부방이었는데요. 이룸에서 준비한 발제문의 핵심은 “외모-몸 관리가 자기관리라는 명목으로 당연시되는 사회에서 시작한 성형산업, 외모-몸 관리가 자기계발`자기투자라는 것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성산업의 ‘초이스’ 구조, 여성의 몸 자체가 담보물로 기능할 수 있는 대부업” 이 세 산업이 서로 유기적 관계 속에서 여성의 ‘몸’을 ‘이용’한 이윤을 지속적으로 창출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성산업은 외모적으로 서열화되는 가부장제 속 여성의 몸이 극단적으로 가시화되는 ‘피라미드 구조’를 가지고 있고 그로 인해 여성들 간 ‘급’이 있다는 환상을 자아냅니다.

여기에 제가 던졌던 질문들은 세 가지였는데요, (1) 여성 신체는 어떻게 맥락화되는가? (2) 여성 신체는 초역사적으로 어떻게 성적으로 돌출되어 왔는가? (3) 성매매는 하나의 담론(discourse)으로서 어떻게 작용하고 행위자들을 바꾸는가?라는 어려운 질문들이었습니다. (2)와 관련하여 많은 토론이 이루어졌는데요. 여성 신체가 성적으로 돌출되어 온 것이 오히려 초역사적이지 않은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여/남의 구분이나 노동의 분업, 성형산업의 등장처럼 근대화, 산업화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관광,연예,한류산업 등 여러가지 구체적이고 역사적인 장치들과 함께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역동한다는 의견이었습니다. 물론 성산업의 뿌리에는 분명 초역사적인 부분들이 있습니다. 마치 고대로부터 여성이 교환되었던 것이라든지(이에 대한 구체화도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근대화, 제도화된 역사적 폭력들이 실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채권과 채무 문제가 등장한 것은 근대 이후였으니까요. 그렇다면 어째서 이것은 초역사적인 것으로 은폐/자연화되는 걸까요? 우리는 이런 질문도 던져봤고, 폭력들을 개인화, 사사화하기 위하여라는 나름의 답도 찾아보았습니다. 덧붙여 “이제 더이상 근대적 관계로서의 설명은 끝났다”라는 정희진님의 말도 되새기며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더 해보아야 할지에 대해서도 얘기했어요.

나아가, 이 자리에서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내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는데요, 예컨대 김주희 선생님이 만들어내신 “자유롭지만” “파산불가능한 여성들”이라는 말을 떠올리면서, 그리고 (여성들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긴 낙인의 역사를 가진 “성형”과 “대출”을 결부시켜 여성들의 책임을 덜어냈던 것과 같이, 여성들 입장에서 착취적이면서 자발적이기도 한 이 성매매 산업이 보다 더 잘 표현될 수 있는 새로운 언어를 사례들에 천착하여 알아볼 수는 없을까 하는 의문들이 있었습니다.

이는 제가 제시한 담론 개념과도 연결되는데요, 제가 제시한 담론 개념은 성매매 담론이 직접 하나의 행위자가 되어서 성매매에 참여하고 있는 다양한 인간 및 비인간주체들을 어떻게 바꾸어내는가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법적인 담론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이루어졌는데요. 이를테면 성매매 특별법은 “인신매매 감금”을 이루어지는 성매매를 특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런 사례는 이제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죠. 담론으로는 존재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는 없는 그런 많은 담론들이 “이것은(혹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은) 성매매가 아니다”라는 직관들을 우리에게건 여성들에게건 불러일으킨다는 것입니다. 성폭력특별법에서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했는지” 여부를 “강압, 의지, 선택”등의 단어들과 결부하여 중요하게 따지지만 사실상 그로 표현할 수 없는 교묘한 위계와 위력이 실재하는 것처럼요. 관련해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개인이라는 혹은 성적자기결정권이라는 자유주의적 개념들에 대한 반발, 피해자들에게 “거짓말 하지 말라” 혹은 “제대로 기억해야 한다”는 강압이 삶의 구조들을 희석시키는 어떤 한계를 가지고 있는지, (그와 관련해서 2차가해를 ‘가해자 동일시의 문제’라고 불러야 하는 필요성) 또한 이 담론들은 어떻게 ‘피해자 정체성’의 문제와 연결되는지 등에 대해서도 토론을 해 보았어요. 예컨대 저는 학내에서 ‘우리에게 총여학생회가 필요합니다'(우총필) 운동을 했었는데요, 그에 대항했던 단체의 수장 격인 여성분이 ‘나는 피해자가 아닙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었고 그것은 구조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상태를 정체성으로 착각한 결과라는 것이죠.

‘낙인’의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는데요, 낙인이란 우리의 토론 결과로는 ‘여성의 욕망이라고 현상들을 몰고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낙인에 대한 대응은 이를 구조적 문제로 접근해보기, 여성이 아닌 남성의 욕망으로 이야기해보기 등이 있을 것이겠죠. 낙인은 ‘초이스’라고 성매매를 보편화했을 때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고도 의견이 나왔습니다. ‘패자가 아니어야 한다고’ 타겟팅하는 ‘승자남성vs패자남성’ 담론(우에노 치즈코)이 서발턴과 연결되어, 사회가 재구조화되면 새로운 패자가 생길 것이라는 말처럼요.

마지막으로 이 날 공부방에서 했던 이야기들을 망라하여 질문들을 나름대로 몇 개 길어보았는데요, 1) 근대적 관계로서의 설명이 끝났다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이를 설명해야 할까? 2) 초역사적인 여성 착취의 역사는 분명 실재하는데 이것은 어느 시대부터 어떻게 진행되어 왔을까? 3) 새로운 언어를 사례에 천착해서 길어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4) 낙인이 보편화로 인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면 낙인은 어떤 방식으로 접근되어야 할까? 이런 다음 질문들은 다음 이룸 공부방 시간에 더 이야기해보도록 했고, 다음의 이룸회원공부방 3차모임의 후기가 궁금하시다면 이룸의 소식지를 계속해서 받아주세요! 안녕~